
재개발 시공사 선정이 다가오면 건설사는 “누가 설계하느냐”부터 내민다. DL이앤씨가 성수전략정비구역 제2지구 재개발에 해외 설계·디자인사 4곳과 짠 설계계획을 지난 14일 공개했다.
대상지는 성동구 성덕정길 84 일원 131,980m²다. 지하 6층~지상 65층 공동주택 11개 동 2,381가구와 부대복리시설을 짓는 사업으로, 사업비는 2조137억 원이다. DL이앤씨는 이 단지에 ‘아크로 성수’라는 이름을 붙였다.
키스톤, 아치를 완성하는 마지막 돌
핵심 콘셉트는 ‘키스톤(Keystone)’이다. 아치 꼭대기 한가운데 끼워 전체 구조의 힘을 모으는 쐐기돌을 뜻한다. 이 돌 하나가 빠지면 아치는 서 있지 못한다. DL이앤씨는 단지를 성수 일대의 랜드마크로 세우겠다는 의미를 이 이름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계획은 한강의 흐름과 성수의 지역성을 스카이라인에서 시작해 세대 공간, 커뮤니티, 조경까지 한 줄로 잇는 방식이다. 건물 하나가 아니라 단지 전체를 한 덩어리의 상징물로 읽히게 하겠다는 구상이다.
4곳의 역할
건축 디자인은 Arcadis(아르카디스)가 맡는다. 네덜란드와 미국에 본사를 둔 건축·엔지니어링·컨설팅 그룹으로, 30여 개국에서 도시개발과 주거 프로젝트를 수행해 왔다. 두바이 Royal Atlantis Resort & Residences와 로스앤젤레스 Four Seasons Private Residences가 주요 실적으로 소개됐고, 미국 전문지 BD+C의 ‘2025 세계 100대 건축·엔지니어링 기업’ 공동주택 부문 1위라는 설명이 붙었다.
커뮤니티는 토론토와 뉴욕에 거점을 둔 Yabu Pushelberg(야부 푸셸버그)가 설계한다. Aman, Rosewood, EDITION, Four Seasons, W Hotels 같은 호텔 브랜드와 협업한 스튜디오다. 입주민 전용 ‘클럽 아크로’와 복층의 개방감·채광을 살린 ‘시그니처 라운지’가 중심이고, 지상 공간이 한강 조망으로 이어지도록 입체적으로 구성한다. 인테리어 스타일 ‘디자이너스 에디션’도 계획에 들어 있다.
조경은 Martha Schwartz Partners가 맡는다. 1980년대부터 조경에 현대미술을 접목해 온 도시재생·공공공간 설계 전문기업으로, 40여 개국에서 600개 이상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한강과 서울숲의 자연, 성수의 문화를 한 풍경으로 엮은 ‘아크로 가든 컬렉션’을 내놓는다. 경관조명은 쾰른 대성당, 사그라다 파밀리아 ‘예수타워’, 카타르 국립박물관의 빛을 설계해 온 LichtKunstLicht가 담당한다.
빛은 건물을 어떻게 읽히게 하나
공개된 이미지는 렌더링이지만 조명 방향은 읽힌다. 높은 기둥 아래쪽에서 위로 쏘는 빛이 기둥 표면의 질감을 드러내고, 중앙에는 조각처럼 생긴 대형 조명이 하나 걸려 있다. 천장 전체를 밝히지 않고 기둥과 한 점의 오브제로 시선을 모으는 구성이다.
조명 설계의 기본 원리는 전반·국부·연출 세 겹을 겹쳐 깔아 깊이를 만드는 것이다. 단지 외부의 경관조명도 같은 논리를 따른다. 외곽선을 따라 밝게 두르는 대신 면과 층에 빛을 얹어야 야경이 번쩍이지 않고 건물 볼륨이 읽힌다. 키스톤 중심의 빛이 건축을 따라 번지게 하겠다는 설명은 이 방식에 가깝다. 집 안에서 따라 한다면 천장 조명 하나에 기대지 말고, 벽 모서리를 따라 간접 조명을 넣고 2700~3000K 전구의 스탠드를 한두 개 더하는 것이 가장 값싼 시작이다.
경쟁 없이 설계로 설득한다
DL이앤씨는 이달 1일 조합에 수의계약을 위한 입찰제안서를 냈고, 다음 달 21일 시공자선정총회에서 최종 시공자가 결정된다. 경쟁이 없는 수의계약 국면에서 설계 협력사 라인업을 먼저 공개한 것은 조합원 총회를 앞둔 설득 단계로 읽힌다.
한강변 대단지 재개발이 시공사 이름만이 아니라 설계·인테리어·조경 협력사로 경쟁하는 시대다. 입주 뒤 커뮤니티 시설의 완성도가 집값 못지않은 선택 기준이 됐다는 점은 〈아파트에 아이스링크·오페라하우스 — 반포 재건축 커뮤니티 경쟁〉에서도 확인된다.
이 기사는 아래 원문 보도를 참고해 PHM ZINE이 새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사진과 자세한 내용은 원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