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듈러 주택은 싸고 빠르게 짓는 대신 “바람이 샌다”는 말을 들어 왔다. 공장에서 만든 상자를 현장에서 쌓는 구조라 상자와 상자 사이 이음매가 약점으로 지목돼 왔기 때문이다. 정부가 주택 공급을 서두르며 모듈러 카드를 꺼내 든 지금, 그 약점이 얼마나 개선됐는지를 보여 주는 자료가 나왔다.
기밀도 7.76회에서 5.0회로
기밀성은 건물 틈새로 공기가 드나드는 정도를 뜻한다. 50파스칼의 압력차를 걸었을 때 한 시간에 실내 공기가 몇 번 바뀌는지로 나타내고(ACH50), 숫자가 낮을수록 촘촘하다.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2023년 준공한 용인 영덕 경기행복주택은 모듈 출하 직전 목업 시험에서 약 5.0회/h를 기록했다. 한국건축친환경설비학회가 정한 일반 냉난방 건물 기준(5.0 ACH50 이하)을 충족하는 수준이다.
2019년 준공된 초기 모델인 천안 두정 행복주택 4가구의 평균은 7.76회/h였다. 4년 만에 크게 줄었다. 최근 조립을 시작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국내 최고층 PC(프리캐스트 콘크리트) 모듈러 단지 의왕초평 A-4BL은 2.26회/h까지 내려갔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백정훈 OSC건축그룹장은 초창기 프로젝트에서 구조체에 모듈을 끼워 넣는 인필(In-fill)형 공법을 쓰며 하자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후 모듈을 쌓아 올리는 적층형 구조로 바뀌면서 기밀성을 포함한 성능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것이다.
같은 설계로 지은 두 동, 만족도는 비슷
눈에 띄는 비교 사례도 있다. 2021년 준공한 광양 기가타운은 같은 설계와 평면으로 두 동을 각각 모듈러와 RC(철근콘크리트) 공법으로 지었다. 거주 후 평가에서 전반적 만족도는 모듈러동 4.63점, RC동 4.71점으로 대등했다. 세대 간 차음 성능은 오히려 모듈러동의 만족도가 높았다.
실내 공기질과 결로, 기밀 등 대부분 지표도 RC동과 같거나 앞섰다. 공사기간은 약 4개월 줄었다. 한 거주자는 “모듈러 기숙사라고 미리 말해주지 않으면 RC 공법 건물과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라고 답했다.
GH 용인 영덕 경기행복주택 입주민 대상 조사에서는 60% 이상이 다시 모듈러 주택에 살 의향이 있다고 답했고, 전반적 주거 만족도는 5점 만점에 3.77점이었다.
남은 숙제와 생산인증제
과제도 있다. 마감이 미흡하다거나 복도 소음이 들린다는 지적이다. 백 그룹장은 시범 적용된 모듈러 주택 대부분이 원룸과 편복도가 결합된 구조라서 나타난 현상이라며, 현관문 방음을 강화하거나 중문을 설치하면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건설연은 대량 공급에 맞춰 인증체계를 서두른다. 인력과 설비, 시간당 생산 물량을 따지는 생산인증제도를 연구 중이며, 국토교통부와 협의해 내년까지 품질보증 요소를 결합한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부윤섭 건설연 전임연구원은 자동차도 신차 초기에는 하자와 리콜이 많지만 데이터가 쌓이고 숙련도가 오르면 품질이 안정된다며, 모듈러 주택도 같은 길을 걷고 있다고 말했다.
모듈러 소식은 접합부와 현장 인력 쪽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앞서 소개한 〈철골 모듈러 접합부 바뀐다, 현대엔지니어링 H형강 조립 20% 단축〉과 〈공장이 80% 짓는다 — 모듈러 확산에 줄어드는 현장 인력〉이 같은 흐름 위에 있다. 이음매를 줄이고 공정을 공장으로 옮기는 방향이 성능 숫자로도 확인되기 시작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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