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단차를 이용, 어디나 앉을 수 있는 주거 공간

매끈한 마감, 반듯한 바닥, 넓게 트인 거실, 굳건한 창문과 관망용 마당. 국내 주택 하면 그려지는 이미지와 풍경이다. 그런데 호주 시드니 Freshwater 지역에 있는 Freshwater Art House(by David Boyle Architect)는 한국의 주택과는 다른 점이 많다. 국내 집이라는 건물이 사람들의 삶과 약간의 거리를 두고 있는 느낌이라면 이 호주 주택은 공간과 사람이 좀 더 친밀하게 맞닿아 있는 느낌이다.

이런 느낌을 받는 가장 큰 포인트는 앉을 수 있는 곳에 대한 경계로부터 시작된다. 앉는 곳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나와 집 내외부에 앉을 만한 장치를 다양하게 설치했다. 특정 공간, 특정 위치에서만 특정 행위를 할 수 있는 집을 넘어, 어디서든 다양한 쉼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활동적인 공간을 만들었다.

걸터앉을 수 있는 공간 많다는 건 이야기 나눌 공간이 많다는

집 내외부에 편하게 앉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곳이 얼마나 될까? 거실 소파, 바닥, 그리고 마당이 있다면, 마당에 놓인 작은 간이 테이블이나 의자 정도다. 좀 넓게 보아도 식탁 정도까지다. 어떤 공간에서도 특정 장소가 아니면, 간단하게 모여 이야기할 수 있는 곳이 없다. 그래서 손님이 방문하면 거실 큰 상에 모여 앉아 거대한 담론을 나누고 거기에 동참해야 한다. 그 이야기가 싫든 좋든. 우리가 사는 집이라는 구조가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도록 디자인되었다. 따로 그룹을 만들어 이곳저곳에서 작고 큰 만남을 가지는 서양의 모습과 다른 것은 앉을 장소가 거실이라는 곳 하나기 때문이다.

반면 이 골드코스트 Freshwater Art House에는 의도적이든, 아니든, 걸터앉을 곳들이 많다. 같은 층이라고 인식하기 힘들 정도로 한 층에 다양한 레벨 차와 동선을 넣었다. 여러 동선에서 생기는 플로어 레벨 차를 이용해 쉽게, 편하게 걸터앉을 곳들을 만들어 놓았다.

공간과 공간 사이 만들어진 계단은 단순히 한 공간에서 다른 공간으로 넘어가는 연결 수단으로만 존재하지 않고, 계단 방향의 공간에서 여분의 좌석이 되기도 한다. 레벨을 만드는 모든 요소는 허벅지 이상으로 올라가지 않는다.

바닥에 앉으면 안 되라는 법 있나요?

국내 단독 주택에서 뒤뜰은 뒷마당이다. 신을 신고, 문을 열고 나가서 문을 닫고 볼일을 보고 다시 문을 열고 들어와 신을 벗고 중문을 열어야 내부공간으로 들어오게 된다. 반면 이 주택은 무척 간결하다. 내부에 있다가 커다란 유리창문을 열고 나오면 뒷마당이다. 신발을 신을 필요도 없고, 다시 문을 닫을 필요도 없다. 외부 마감재로 사용된 브릭을 바닥재로 함께 사용하고 바닥재가 깔린 외부 부분까지 천장을 길게 빼내어 비와 직사광을 막도록 했다. 바닥 더럽지 않냐고? 좀 더러우면 어떤가! 여기도 우리 집인데!

공간은 관망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는 것

우리의 주거 생활은 왜 똑같고 지루할까? 집이라는 공간이 기능적으로만 만들고 사용하기 때문이다. 계단에 앉거나 뒷마당을 맨발로 나가는 행위 등은 이미 해서는 안 되는 행동으로 자리 잡혀있다. 편하고 즐겁게 지내려고 만든 집에서 너무나 많은 제약을 만들고 넘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내 집이기에 모든 것이 다 가능한 것이다. 남이 뭐라 하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내가 만들고 싶은 대로, 내가 있고 싶은 곳에서 충만하게 즐겨도 된다. 일탈을 수용하면, 집은 더 즐거운 공간이 된다.

ARCHITECT
: Davide Boyle

PHOTOGRAPHS
: Brett Board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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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희
서영희
워라벨 생활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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