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없이 세운 돌 고층건물, 런던 Petra Heights

콘크리트도 철근도 쓰지 않은 돌 고층건물이 런던 도심에 들어섰다. 핀칠리로드(Finchley Road) 317번지, 6~10층 규모 3개동으로 이뤄진 Petra Heights는 돌기둥과 보로만 하중과 바람하중을 지탱한다. 콘크리트 코어도, 철근도, 심지어 별도의 마감 클래딩도 없다. 돌 자체가 구조이자 외피 역할을 겸하기 때문이다. 구조 엔지니어링을 맡은 Webb Yates의 공동창업자 Steve Webb(스티브 웹)는 이 방식을 “세계 최초(world-first)”라 불렀다. “이 건물의 모든 하중과 풍하중은 돌을 타고 내려간다. 돌이 없었다면 그냥 돌무더기였을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사다리꼴 뼈대, 15 Clerkenwell Close의 다음 단계

이 사다리꼴 돌기둥·보 구조는 건축을 맡은 Groupwork와 Webb Yates가 2019년 완공한 15 Clerkenwell Close의 발전형이다. 스털링상 최종 후보에 올랐던 이 프로젝트 역시 돌기둥이 하중을 떠받치는 구조였지만, 6층 규모에도 바람에 대응할 콘크리트 코어는 남겨뒀다. Petra Heights는 그 콘크리트 코어마저 걷어냈다. Groupwork 창립자 Amin Taha(아민 타하)는 “건축가와 구조기술자라면 마땅히 이렇게 접근해야 한다. 목재부터 검토하고, 목재를 쓸 수 없는 자리에 그다음으로 탄소가 적은 돌을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두 회사는 15년 가까이 돌을 철근콘크리트·철골의 저탄소 대안으로 세우려는 실험을 이어왔다. 철강과 콘크리트 생산이 전 세계 탄소배출의 16퍼센트를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벼운 실험으로 보기는 어렵다. 저탄소 소재로 고층을 짓는 흐름은 목재 쪽에서도 이어진다. 앞서 소개한 시드니의 세계 최고 목조 타워가 그 예다.

런던 핀칠리로드의 돌 고층건물 Petra Heights 외관, 붉은 화산암 기둥과 보가 격자를 이룬다
사진: Dezeen / Tim Soar

시칠리아에서 노르웨이까지, 석조건축 재료를 찾아 떠난 여정

원래 계획은 영국 현지 채석장에서 돌을 조달하는 것이었다. 운송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를 줄이기 위해서다. 하지만 건물을 구성하는 572개의 기둥·보 부재, 그중 가장 긴 것은 5미터에 달하는 크기와 강도를 감당할 수 있는 영국 채석장을 끝내 찾지 못했다. 결국 팀은 시칠리아산 현무암(basalt)으로 방향을 틀었고, 이탈리아 석공소 Ateliers Romeo가 컴퓨터 제어 다이아몬드 와이어쏘와 부재별 치수표를 이용해 돌을 하나하나 재단했다. 그런데 팬데믹으로 공사가 길어지면서 이 채석장마저 더 큰 부재를 만드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팀은 노르웨이 Lundhs 채석장의 라르비카이트(larvikite)로 다시 갈아탔다. 이 채석장이 구조용 석재를 공급한 건 1933년 오슬로 공공도서관 이후 거의 100년 만이었다. 저층부는 현무암, 상층부는 라르비카이트로 마감했고, 세 동 중 가장 높은 동은 지상 30미터까지 솟는다. 서로 다른 두 화산암을 하나의 표정으로 묶기 위해 Groupwork는 화학 세척으로 돌 속 철분을 산화시켜 녹슨 듯한 붉은빛을 냈다. 주변 런던 특유의 붉은 벽돌 건물들과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색이다. 타하는 이 기법이 굴뚝 검댕을 새로 깎은 돌에 발라 오래된 돌처럼 보이게 하던 전통 석공 기법, 이른바 ‘수트 워싱(soot-washing)’과 같은 원리라고 설명했다. 앞서 다룬 알바니아 해안의 대리석 쌍둥이 타워 역시 돌을 눕히고 세워 구조재로 쓴 사례다.

탄소 성적표는 32퍼센트, 목재 바닥재였다면 75퍼센트

이렇게 쌓아 올린 돌은 강재 다월과 브래킷, 에폭시 모르타르로 결합돼 1,000톤이 넘는다. 지하 기초와 바닥 슬래브에는 여전히 콘크리트를 썼고 돌도 수입산이지만, 그럼에도 Petra Heights의 자재·시공 탄소 발자국은 동급 철근콘크리트 건물보다 약 32퍼센트 낮다는 것이 두 회사의 설명이다. 애초 계획대로 돌과 목재를 결합한 바닥 시스템을 썼다면 절감폭은 최대 75퍼센트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사다리꼴 돌기둥 구조를 30층 규모 고층건물로 확장하면, 철골조 대비 탄소를 80퍼센트까지 줄이면서도 추가 비용은 들지 않는다는 두 회사의 자체 연구 결과도 나왔다.

세 개 동에는 22가구와 콜로네이드 뒤에 자리한 통유리 상가가 들어섰다. 주변 보존구역에서 보이지 않도록 상층부는 안쪽으로 깎아냈고, 낮은 두 동 옥상에는 정원을 얹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엘리베이터 코어다. 미리 제작한 돌 모듈을 위에서 아래로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하루 반 만에 세웠는데, 웹은 이 역시 세계 최초일 수 있다고 본다. 설비와 배관이 지나는 인접 코어는 돌벽돌 2,400장으로 쌓았다. “노트르담 성당을 깎던 50년 경력의 장인이 아니어도, 평범한 종합건설사가 충분히 돌구조 시공법을 익힐 수 있다는 걸 이 현장이 보여줬다”는 게 웹의 말이다.

타하와 웹은 하중을 떠받치는 돌 구조가 최근 영국 건축을 뒤덮은 ‘벽돌 클래딩’보다 더 지속가능하고 윤리적인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올해 스털링상 최종 후보 여섯 편 중 다섯 편이 콘크리트 골조에 벽돌을 붙인 방식이다. 웹은 이를 두고 “가짜 벽돌을 콘크리트 골조에 붙이는 게 우리 주거건축의 전형이 된 것 자체가 환경적 재앙”이라고 말한다. 영국 정부가 2029년까지 150만 채 공급을 공언한 상황에서, 두 사람은 Petra Heights가 중층 주거단지에서 콘크리트 코어와 벽돌 마감을 걷어내는 모델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타하와 웹은 이미 다음 단계를 준비 중이다. 최근 승인된 런던 해크니(Hackney) 프로젝트는 콘크리트 기초 대신 돌 기초를, Petra Heights에서 쓰지 못했던 돌·목재 결합 바닥재를 적용해 탄소 배출을 아예 마이너스로 만드는 게 목표다. 이 프로젝트의 자금은 타하가 15 Clerkenwell Close에 있던 자신의 집과 사무실을 팔아 마련했다. 콘크리트와 철근이 당연한 재료였던 자리에, 돌이 하나씩 대안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 기사는 아래 원문 보도를 참고해 PHM ZINE이 새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사진과 자세한 내용은 원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출처 : Dezeen — Groupwork completes “world-first” high-rise held up by stone exoskele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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