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값이 뛰면 조합원 통장도 두둑해질 것 같지만, 재건축에는 반갑지 않은 청구서가 따라붙는다. 최근 서울 강남권 주요 단지에서 이 청구서의 실제 액수가 속속 공개되고 있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줄여서 재초환은 조합원 1인당 개발이익이 8000만원을 넘으면 초과분의 10~50%를 관리처분인가 단계에서 부담금으로 걷는 제도다. 걷힌 돈은 중앙정부가 절반, 광역자치단체가 20%, 기초자치단체가 30%를 나눠 갖는다. 부과 자체는 조합 앞으로 나가지만 실제로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건 조합원 한 사람 한 사람이다.
용산 한강맨션 6억8000만원, 반포 래미안트리니원 3억2000만원
최근 산출된 단지별 예상 가구당 재건축 부담금은 용산 한강맨션이 6억8000만원에 달했다. 2022년 8월 한국부동산원이 통보한 평균 예정액 7억7000만원보다는 낮아졌지만 여전히 지방 소형 아파트 한 채 값이다. 입주를 앞둔 서초 반포3주구, 래미안트리니원도 3억2000만원의 부담금이 예상됐다. 이 단지는 2020년 서초구청으로부터 조합원 1인당 약 4억200만원을 통보받은 바 있어 액수가 줄어드는 흐름이다.

반발은 강남·서초 고가주택 시장에서 특히 거세다. 8·3 세제 개편안으로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커진 데다 양도소득세에 준하는 수준의 재초환 부담금까지 더해진다는 계산이 나오면서다. 이미 여의도 재건축 단지에서는 세금 부담이 매도 심리로 이어지는 조짐이 감지된 바 있다.
재초환 폐지는 어려워도 완화 가능성은 있다
재초환은 2005년 노무현 정부의 8·31 대책에서 나와 2006년 법제화됐다. 그런데 도입 20년 동안 실제로 부담금이 부과된 사례는 한 번도 없다. 유예와 감면이 그때그때 이어진 탓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노무현 정부 시절과 달리 지금은 재건축 자체가 부동산 시장의 ‘악’으로 지목되는 분위기가 아니다”라며 “제도를 완화하거나 유예를 늘릴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진단했다. 반면 한 시장 전문가는 “비거주 1주택자까지 투기 수요로 보는 여권 기조를 감안하면 도입 20년 된 재초환을 폐지할 가능성은 낮다”고 짚었다. 거액의 재초환을 내는 쪽이 주로 강남권이나 한강벨트 자산가들인 만큼 부과 명분도 여전하다는 설명이다. 최근 여당 윤종군 의원이 발의한 ‘개발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재초환과는 다른 개발부담금을 한시 감면하는 내용이지만, 정부가 강력한 재초환 시행 의지는 없다는 신호로 읽는 분석도 나온다.
부담금 부과가 실제로 현실화되면 파장은 서울 곳곳으로 번질 수 있다. 착공에 들어갔거나 착공을 앞둔 서울 재건축 단지들도 이 계산에서 자유롭지 않다. 최근 조합설립인가 문턱을 넘은 은마아파트처럼 아직 갈 길이 먼 단지에도, 몇 년 뒤엔 같은 청구서가 날아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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