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한 채를 지을 때 구조재와 단열재, 마감재는 보통 따로따로 시공된다. 뼈대를 세우고 그 안에 단열재를 채운 뒤, 다시 벽지나 판재로 덮는 식이다. 미국 뉴욕에 들어선 실험적인 주택 한 채는 이 순서를 통째로 생략했다. 압축한 짚 한 장이 구조와 단열, 마감을 동시에 해결한다.
이 집의 이름은 All Straw House다. 건축사무소 LTL Architects가 구조엔지니어링 회사 Guy Nordenson and Associates, 프린스턴대학교(Princeton University)와 함께 만든 프로토타입 주택이다. 프린스턴 건축연구소(Architecture Lab)에서 두 달에 걸쳐 프리패브 방식으로 제작한 뒤 현장에서 조립했다. 집 한 채가 대형 짚 패널 16개로 완성된다. 압축한 짚의 밀도는 세제곱미터당 약 370kg으로, 일반적인 짚단보다 3배 이상 높다. 이 밀도 덕분에 패널 하나가 구조와 단열, 실내 마감을 동시에 담당한다.
짚 한 장이 구조·단열·마감을 겸한다
짚은 곡물 농사에서 나오는 부산물이다. 자라는 동안 탄소를 저장하기 때문에 광물이나 화석연료 기반 자재와는 출발선 자체가 다르다. 이 집은 압축과 적층이라는 방식으로 짚의 물성을 오히려 설계 변수로 삼았다. 벽 안쪽에는 짚 패널 111겹이 그대로 노출된 채 실내 마감을 겸한다. 22겹마다 목재 링빔을 끼워 옆으로 밀리지 않게 잡아준다.
단열재가 석고보드 뒤로 숨는 통상적인 시공 순서와 달리, 구조와 단열을 담당하는 재료가 그대로 눈에 보이는 마감이 되는 셈이다.

이엉(thatch)이 감싼 외피
외벽은 이엉(thatch) 33개 패널이 감싼다. 아래쪽 패널과 21인치씩 겹치도록 얹어 빗물이 타고 흘러내리게 했고, 두께는 6~8인치, 그 안에 수만 가닥의 갈대가 촘촘히 들어간다. 창틀은 이엉 층 위로 길게 뻗어 나와 처마 역할을 겸한다. 벽과 지붕이 하나의 재료로 이어지면서, 집 전체가 하나의 덩어리처럼 보인다.
재료의 한계가 그대로 형태가 됐다
이 집의 뾰족한 원뿔형 외관은 미학적 선택이 아니라 재료의 물리적 한계에서 나왔다. 압축 짚 패널은 일정 각도 이상으로 내밀 수 없고, 이엉 지붕은 물이 고이지 않도록 충분한 경사가 있어야 한다. LTL Architects는 이 제약을 숨기지 않고 그대로 건물의 형태로 삼았다. 호두나무 싱크대 주변에는 짚 표면 위에 타델라크트(tadelakt) 미장을 직접 발라 방수 백스플래시로 썼다. 작은 디테일까지 같은 실험을 이어간 셈이다.
탄소를 저장하는 건축자재를 향한 실험은 이 집만의 일이 아니다. PHM ZINE이 다룬 탄소저장 신소재 MO6도 비슷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짚 자체는 오랫동안 건축에 쓰여온 재료지만, 구조와 단열재, 마감을 한 층에서 동시에 해결하는 방식은 새롭다. All Straw House의 의미는 짚으로 집을 짓는다는 발상보다, 짚의 물성을 중심으로 새로운 구축 시스템을 만들었다는 데 있다. 프리패브 방식으로 압축 패널을 조립한 덕분에, 여러 겹으로 나뉘던 통상적인 벽체 시공 과정도 크게 줄었다.
이 기사는 아래 원문 보도를 참고해 PHM ZINE이 새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사진과 자세한 내용은 원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출처 : designboom — agricultural waste forms complete building system in new york house by LTL architect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