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이시가키섬(Ishigaki Island) 해안가에 지어진 이 집은 위에서 내려다보면 잘 보이지 않는다. 원형으로 휘어진 콘크리트 지붕 전체를 잔디와 관목으로 덮어놓았기 때문이다. 건축가 Sou Fujimoto가 렌탈 빌라 브랜드 Not A Hotel을 위해 설계한 이 집의 이름은 그래서 Earth다.
최대 10명까지 묵을 수 있는 이 별장은 두 개의 원이 겹친 모양으로 서 있다. 하나는 옥상 녹화로 덮인 지붕이고, 다른 하나는 그 아래 놓인 생활공간이다. 집을 둘러싼 인피니티풀이 두 원 사이를 잇는 얇은 띠처럼 흐른다.

잔디가 지붕이 되는 순간
하늘에서 촬영한 사진 속 이 집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둥글게 말린 지붕 위로 잔디와 관목이 자라 초록 언덕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설계를 맡은 Fujimoto는 “지붕이 사발처럼 완만하게 솟아 있어서, 손님들이 방 안에서도 이시가키의 짙은 녹음과 맑은 바다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이 집은 풍경 속으로 완전히 사라져 버린다고도 덧붙인다. 옥상 녹화 사이사이 뚫린 원형 창은 실내 채광을 담당하는 스카이라이트다.

수영장이 정원을 대신한다
지붕 반대편, 그러니까 바다를 향한 쪽은 완전히 다른 표정이다. 여기서는 잔디 대신 화이트 톤 인피니티풀이 원을 그린다. 선베드 두 개가 나무 그늘 아래 놓여 있고, 수면에는 주변 나무 그림자가 그대로 비친다. 이 풀은 건물을 감싸며 흐르다가 거실과 침실 앞까지 이어진다. 실내에서 문을 열면 곧바로 풀사이드로 걸어나갈 수 있는 구조다.

능선처럼 흘러내리는 외관
해 질 무렵 옆에서 바라본 집은 마치 낮은 언덕이 그대로 이어지는 듯하다. 화이트 콘크리트 지붕이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땅과 만나고, 그 위로 옥상 녹화가 자연스럽게 흘러내린다. 지붕 아래로는 유리 파사드가 이어져 실내와 야외 테라스 사이 경계를 지운다. 발코니를 대신하는 넓은 풀사이드 데크에는 선베드와 라운지 소파가 놓여 있다. 바다와 숲이 만나는 능선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실루엣이다.

10인용 식탁이 놓인 거실
실내로 들어서면 통유리 너머로 이시가키 앞바다가 펼쳐진다. 원목으로 짠 타원형 식탁은 10명이 한 자리에 앉을 수 있는 크기다. 식탁 옆으로는 낮은 벤치형 소파가 창을 따라 길게 이어져, 어느 자리에 앉든 바다를 향한 시야가 트여 있다. 주방은 아일랜드 형태로 짜여 다이닝 공간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가구는 원목과 라탄 소재로 통일해 따뜻한 톤을 냈다.

침대 맡까지 밀고 들어온 바다
침실도 거실과 같은 원칙을 따른다. 통창 하나가 침대 정면을 가득 채워서, 눕는 순간 시야에 바다만 남는다. 창 아래로는 벤치가 놓여 있어 앉아서도 풀과 수평선을 동시에 볼 수 있다. 커튼을 걷으면 아침 햇살이 침구까지 그대로 들어온다. 침실마다 같은 구조를 반복해, 방향만 다른 바다 풍경을 담아냈다.

휴양지에서도 거르지 않는 루틴
지하층에는 웬만한 피트니스 클럽 못지않은 체력단련실이 마련돼 있다. 러닝머신과 웨이트 랙, 샌드백까지 갖춰서 휴가 중에도 운동 루틴을 이어갈 수 있다. 통유리창 밖으로 잔디밭이 바로 붙어 있어 지하 공간인데도 답답함이 없다. 맞은편 벽을 거울로 마감해 좁은 공간을 시각적으로 넓혀준다.

노을이 수면 위로 접힐 때
해가 기울면 인피니티풀은 하늘색을 그대로 받아 물드는 거울이 된다. 나무 프레임 선베드 두 개는 주방과 이어진 데크 위에 놓여, 언제든 물가로 나가 노을을 볼 수 있게 했다. 풀 가장자리는 수평선과 맞닿아 경계가 흐려지는 인피니티 엣지로 마감했다. 낮 동안 뜨거웠던 콘크리트 지붕도 이 시간에는 차분한 그림자를 드리운다.

욕조에 앉아도 이어지는 수평선
욕실은 아예 풀과 바다를 향해 열어놓았다. 사각형으로 낮게 판 욕조는 그 자체로 작은 풀처럼 보이고, 물을 채우면 창밖 인피니티풀과 수면 높이가 거의 맞아떨어진다. 콘크리트로 마감한 벽과 천장은 군더더기 없이 창 하나에만 시선이 가도록 비워뒀다. 프라이버시가 필요할 때는 슬라이딩 도어로 시야를 완전히 차단할 수도 있다.

나무로 감싼 사우나, 하늘로 뚫린 창
지하 편의시설의 마지막은 삼나무로 마감한 사우나다. 곡선으로 휘어진 나무 벽과 천장이 스팀을 부드럽게 가둬둔다. 천장 한쪽에 뚫린 채광창으로는 하늘과 주변 숲이 그대로 들어와, 밀폐된 공간인데도 답답하지 않다. 화산석을 얹은 스토브 옆에는 몸을 식힐 수 있는 냉수욕 공간도 별도로 마련돼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