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kyo의 한 모퉁이 땅에서, 시청이 그 땅의 3분의 2를 도로 확장 예정지로 지정해버렸다. 그 자리에서 오랫동안 장례업을 해온 부부는 건축사무소 Starpilots에 이렇게 말했다. “3분의 2를 내줘야 한다면 그것도 받아들이겠다. 접수 데스크 하나만 남더라도, 우리는 이 자리에서 계속 이 일을 하고 싶다.”
건축가 Takenori Miura가 이 말을 그대로 설계 원칙으로 옮긴 결과물이 Housecut이다. 이름부터가 노골적이다. 집이 잘릴 수도 있다는 전제를 감추지 않고, 오히려 그 전제 위에서 지금 당장 온전히 기능하는 집을 지었다. 30대 부부와 두 자녀, 그리고 장례식장 업무가 한 건물 안에 같이 들어간다. 면적은 195㎡, 목구조로 6개월 만에 지었다.

지붕 세 개, 그중 둘은 사라질 수도 있다
정면에서 보면 박공지붕 세 개가 나란히 서 있다. 크기도 위치도 조금씩 다른 이 세 매스는 장식적인 리듬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독립된 세 개의 볼륨이다. 도로 확장이 실제로 집행되면 가운데를 뺀 나머지 두 매스는 물리적으로 철거가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지금은 온전한 집이지만, 동시에 “잘려도 살아남는 집”이라는 조건을 도면 단계에서부터 품고 있다.
보통 건축은 대지가 확정된 뒤에야 시작된다. 이 집은 반대로 대지가 언제든 줄어들 수 있다는 불확실성을 설계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도시계획선에 걸린 땅을 가진 건축주라면 참고할 만한 태도다. 확장 계획이 언제 실행될지 모르는 상태로 수십 년을 버텨야 한다면, 그 불확실성 자체를 매스 분절로 흡수해 “줄어들어도 무너지지 않는 평면”을 짜는 편이 훨씬 현실적이다.

현관이 두 개인 이유
이 집에는 출입구가 두 개다. 도로 쪽 정면에는 조문객과 상주가 드나드는 입구가, 건물 뒤쪽에는 가족이 쓰는 입구가 따로 있다. 낮 동안 장례 업무로 사람이 드나드는 동선과, 가족이 일상을 사는 동선이 건물 안에서 한 번도 마주치지 않도록 짠 것이다.
주택과 상업 기능을 한 건물에 넣을 때 가장 먼저 부딪히는 문제가 바로 이 동선 분리다. 출입구를 나누는 것만으로 두 기능이 물리적으로는 붙어 있어도 심리적으로는 완전히 분리된 두 개의 장소처럼 작동하게 만들 수 있다. 국내에서 흔한 상가주택이 종종 실패하는 지점이 여기인데, 상업 공간과 주거 공간이 같은 계단, 같은 현관을 공유하면서 두 기능 모두 어중간해지는 경우가 많다.

1층은 사업, 2층은 생활
위에서 내려다보면 이 집이 얼마나 빽빽한 주택가 한복판에 있는지 알 수 있다. 그 밀도 속에서 이 집은 층으로 용도를 나눴다. 1층 전체를 장례 사업에, 2층 전체를 가족의 생활공간에 배정한 것이다. 수평으로 나누지 않고 수직으로 나눈 덕분에, 도로 확장으로 건물 폭이 줄어들더라도 “1층은 사업, 2층은 주거”라는 층별 원칙 자체는 그대로 유지된다.
용도를 수평으로 쪼개면 앞쪽 상업 공간과 뒤쪽 주거 공간이 나뉘는데, 이 경우 대지가 줄어들면 어느 한쪽이 먼저 잘려나간다. 수직으로 쪼개면 대지 폭이 줄어도 각 층의 용도 배분 비율은 그대로 유지된 채 규모만 작아진다. 대지 조건이 불안정한 땅에 복합 용도 건물을 계획한다면, 평면을 나누기 전에 수평 분할과 수직 분할 중 어느 쪽이 그 불안정성에 더 강한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창고, 휴게실, 사무실 — 1층의 세 칸
1층은 다시 세 구역으로 나뉜다. 한쪽 끝은 장례용품을 보관하는 창고, 반대쪽 끝은 커피룸과 휴게실, 그 사이 중앙에 접수 데스크와 사무 공간이 자리한다. 사진 속 데스크 두 자리가 가족이 “접수 데스크 하나만 남더라도”라고 말했던 바로 그 최소 단위다.
업무 공간의 마감은 의도적으로 절제돼 있다. 흰 벽, 합판 톤의 책상, 필요한 만큼의 조명뿐이다. 화려하게 꾸미는 대신 언제든 축소되거나 재배치될 수 있는 유연함을 우선한 결과로 읽힌다. 사업 공간을 계획할 때 인테리어의 완성도보다 “이 공간이 줄어들거나 옮겨져도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가”를 먼저 따지는 접근인데, 임대나 확장·축소 가능성이 있는 상업 공간이라면 눈여겨볼 만하다.

박공 천장이 만드는 접수 홀의 격식
접수 홀로 들어서면 앞서 본 사무 공간과는 분위기가 달라진다. 박공 지붕의 경사가 그대로 드러난 높은 천장, 그 아래로 펜던트 조명이 낮게 늘어졌다. 조문객을 맞는 공간인 만큼 사무 공간보다 한 단계 격식을 더한 것이다.
같은 1층 안에서도 방마다 천장 높이와 조명 밀도를 다르게 가져가면, 벽을 세우지 않고도 공간의 성격 차이를 만들 수 있다. 사무 공간은 낮고 실용적으로, 접수 공간은 높고 의례적으로. 복합 용도 건물에서 모든 공간을 같은 톤으로 마감하면 용도 구분이 흐릿해지는데, 이 집은 마감 재료는 통일하되 천장 높이라는 공간적 장치 하나로 그 구분을 지켰다.

업무 공간 한켠의 생활 재료
접수 공간 옆에 놓인 아일랜드 주방은 흰 벽과 서브웨이 타일 사이로 원목 하부장을 짜 넣었다. 형식적으로는 업무 공간에 속하지만, 마감만 보면 위층 주거 공간의 주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손님을 응대하다가도 직원이나 가족이 잠깐 앉아 쉴 수 있는 자리다.
상업 공간 안에 이렇게 생활의 재료를 슬쩍 끼워 넣는 방식은, 하루 종일 그 공간에 머무는 사람들의 피로도를 낮추는 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 사업 공간이라고 해서 전부 사무적으로 마감할 필요는 없다. 손님과 마주하는 접점만 격식을 갖추고, 운영자가 실제로 오래 머무는 자리에는 집처럼 편안한 재료를 쓰는 것도 방법이다.

사업과 생활을 잇는 유일한 통로
1층과 2층을 잇는 목재 계단은 콘크리트 톤 바닥에서 시작해 보이드를 따라 올라간다. 이 계단이 이 집에서 사업과 생활을 잇는 사실상 유일한 물리적 통로다. 업무 시간에는 가족이 이 계단을 통해서만 조용히 위층으로 이동한다.
기능을 완전히 분리한 건물일수록 두 기능을 잇는 연결부는 최소한으로, 그러나 명확하게 남겨둬야 한다. 연결 통로를 아예 없애면 같은 건물에 사는 의미가 없어지고, 너무 크게 열어두면 애초에 분리한 이유가 무색해진다. 이 집은 계단 하나로 그 균형점을 잡았다 — 필요할 때만 오가는 좁고 명확한 통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2층 중심, 주방이 열어주는 이중 높이
계단을 올라 2층에 다다르면 완전히 다른 공기가 흐른다. 주방이 이중 높이 순환 공간을 향해 열려 있고, 박공 지붕의 경사가 천장에 그대로 드러난다. 도로에서 한 걸음 물러난 자리라 앞쪽에 발코니를 낼 여유도 생겼다.
1층이 낮고 실용적인 천장으로 기능에 충실했다면, 2층은 그 반대편 극단이다. 같은 건물 안에서 층마다 천장 높이의 낙차를 이렇게 크게 두면, 계단을 오르는 것만으로 “일하는 공간에서 사는 공간으로 넘어왔다”는 감각이 몸으로 전달된다. 복합 용도 건물에서 상업층과 주거층을 마감재만으로 구분하기보다, 이렇게 공간의 볼륨감 자체를 다르게 가져가는 편이 훨씬 직관적이다.

지붕과 지붕 사이, 잔디 마당
2층은 두 개의 박공 볼륨으로 나뉜다. 한쪽에는 부부 침실, 다른 쪽에는 아이들 방과 다다미를 깐 전통식 와시츠(和室)가 자리하고, 그 두 볼륨 사이에 잔디를 깐 중정이 끼어든다. 지붕과 지붕이 만나는 틈을 유리로 막아 중정을 실내처럼 감쌌다.
밀집한 시가지에서 마당을 내는 가장 흔한 방법은 건물을 도로에서 후퇴시키는 것인데, 그러면 그만큼 실내 면적을 포기해야 한다. 이 집은 매스를 둘로 쪼갠 뒤 그 틈새 자체를 마당으로 삼아서, 면적 손실 없이도 야외 공간을 확보했다. 앞서 본 “잘려도 살아남는 매스 분절”이 여기서는 프라이버시와 채광을 동시에 얻는 마당 만들기로 이어진다 — 하나의 구조적 결정이 여러 문제를 동시에 푸는 지점이다.

침실마다 마당으로 열리는 문
양쪽 침실동은 각각 이 중정을 향해 통유리 문을 냈다. 흰 벽과 원목 바닥만 있는 담백한 방인데, 문을 열면 곧바로 잔디 마당이다. 식사를 하거나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자리로, 건축가는 이 마당을 가족의 공용 야외 거실처럼 계획했다.
양쪽 방이 하나의 마당을 공유하는 배치는 두 방 사이의 거리감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문을 열어두면 부모와 아이들이 각자의 방에 있으면서도 마당을 매개로 계속 연결된 느낌을 받는다. 다세대가 한 집에 사는 국내 주택에서도, 세대별 방을 마당이나 테라스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게 배치하면 독립성과 연결감을 동시에 챙길 수 있다.

방 안에 들어선 작은 집
이 집에서 가장 짓궂은 장치는 침실 한켠에 놓인 작은 오두막 모양 박스다. OSB(배향성 스트랜드 보드) 합판을 짜서 만든 이 구조물은 사실 옷장 겸 수납공간인데, 지붕까지 갖춘 미니어처 집 형태로 지었다. 흰 벽 방 안에 또 다른 집 한 채가 들어앉은 셈이다.
OSB는 원래 구조용 하지재나 임시 마감재로 쓰이는, 미관보다 성능이 우선인 저렴한 합판이다. 이 집은 그 재료를 굳이 마감재로 그대로 노출하고, 형태까지 집 모양으로 만들어 장난스러운 존재감을 줬다. 저렴한 구조재를 마감재로 전용하는 방식은 예산을 아끼면서도 개성 있는 표면을 만드는 실용적인 전략이다. 다만 OSB 특유의 거친 나뭇결과 접착제 흔적이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에, 미니멀하고 깔끔한 톤을 원하는 집에는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

좁고 긴 주방, 재료로 채운 폭
가족이 실제로 요리하는 주방은 접수 공간 옆의 아일랜드 주방과 별개로, 폭이 좁고 긴 형태다. 원목 수납장이 한쪽 벽을 가득 채우고 반대편에는 창이 나 있다. 면적이 넉넉하지 않은 만큼, 색과 재질의 밀도로 그 좁음을 상쇄한다.
좁은 주방을 넓어 보이게 하는 정석은 흰색과 밝은 마감을 쓰는 것이지만, 이 집은 반대로 원목의 짙은 톤을 밀어붙였다. 대신 수납장 상하부를 한 몸처럼 통일하고 손잡이 같은 디테일을 최소화해서, 좁은 폭이 답답함이 아니라 응축된 밀도로 느껴지게 만들었다. 면적이 작은 주방일수록 색을 무조건 밝게 갈 게 아니라, 마감의 통일성을 얼마나 정교하게 잡느냐가 관건이라는 걸 보여주는 사례다.

지붕 꼭짓점 아래 파묻힌 욕조
가족 욕실은 지붕 경사가 가장 가파른 앞쪽, 정면 박공의 꼭짓점 바로 아래에 배치됐다. 매입형 욕조가 놓였고 그 위로 삼각형 창이 하늘을 향해 뚫려 있다. 욕조 옆으로는 작은 데크 마당이 딸려 있는데, 지붕에 낸 두 개의 사각 보이드가 이 마당까지 빛과 바람을 끌어들인다.
욕실을 건물에서 가장 극적인 형태 요소, 즉 지붕의 정점 아래에 놓은 건 이례적인 선택이다. 보통 욕실은 평면에서 남는 자투리 공간에 배치되기 마련인데, 이 집은 오히려 그 반대로 갔다. 하루 중 가장 사적이고 이완되는 공간에 건물에서 가장 형태적으로 특별한 자리를 내준 셈이다. 평면을 짤 때 욕실을 마지막에 끼워 맞추는 관행에서 벗어나, 어떤 공간에 가장 좋은 채광과 형태를 줄지 먼저 정하고 나머지를 배치하는 순서도 고려해볼 만하다.

천을 짜듯 두른 외장재
마지막으로 이 집의 피부를 가까이서 보자. 외벽 전체를 덮은 건 아스팔트 슁글, 그것도 미묘하게 다른 초록 톤 여러 장을 섞어 붙였다. 멀리서 보면 균일한 초록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색이 조금씩 흔들리면서 마치 직물을 짠 듯한 질감을 낸다.
단일 색상 마감재를 쓰면 시공은 편하지만 면이 넓어질수록 밋밋해지기 쉽다. 톤 차이가 있는 같은 계열 자재를 무작위에 가깝게 섞어 시공하면, 추가 비용을 크게 들이지 않고도 표면에 미세한 리듬이 생긴다. 세 개로 쪼개진 박공 매스가 자칫 반복적으로 보일 수 있었는데, 이 흔들리는 초록 텍스처가 매스마다 조금씩 다른 표정을 만들어줘서 단조로움을 상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