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goya 시내 한복판, 왕복 여러 차선이 교차하는 모퉁이에 파란 지붕 하나가 얹혀 있다. 정확히는 얹혔다기보다 내려앉았다는 표현이 맞겠다. 네 귀퉁이가 제각기 다른 높이로 들리고 가운데가 낮게 처진 곡면이라, 천에 가까운 무언가가 바람에 부풀었다가 그대로 굳은 것처럼 보인다.
Yuko Nagayama & Associates가 설계한 AOI Celestie Coffee Roastery. 2024년 완공, 연면적 690㎡. 규모만 보면 동네 카페 한 채인데, 이 지붕 하나 때문에 사방을 둘러싼 고층 아파트들이 배경으로 물러난다. 표면에 붙은 타일은 2만 8천 장이다.

Nagoya Shinsakae-machi Station 앞, 교차로 모서리
대지는 Nishiki-dori Street와 Route 153이 만나는 지점, Nagoya Shinsakae-machi Station 바로 앞이다. 위에서 내려다본 사진을 보면 이 카페가 어떤 조건에 놓였는지 단번에 이해된다. 화면 대부분이 회색이다. 8차선 도로가 도시를 세로로 가르고, 그 양옆으로 고층 주거동과 오피스가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 저 멀리 Nagoya TV Tower가 보이는 걸 보면 도심 한가운데가 맞다.
발주처는 Nagoya에 본사를 둔 물류 기업이다. 자사가 조성한 지역 시설 복합단지에 카페를 하나 더하면 동네가 살아나지 않겠느냐는 발상에서 프로젝트가 출발했다. 커피를 파는 게 목적이라기보다 사람이 모일 구실을 하나 만들어보자는 쪽에 가까웠던 셈이다. 이런 브리프는 사실 흔하다. 흔하지 않은 건 그 답으로 지붕을 내놓았다는 점이다.

2만 8천 장, 여섯 가지 파랑
가까이서 찍은 사진을 보면 이 지붕이 단색이 아니라는 게 드러난다. 여섯 종류의 파란 타일이 섞여 있고, 가장 밝은 색이 꼭짓점에, 어두운 색이 처마 쪽으로 갈수록 많아진다. 위로 갈수록 하늘에 가까워지고 아래로 갈수록 그림자가 짙어지는 자연스러운 순서다.
타일은 습식 압출 방식으로 뽑은 뒤 유리질 유약을 입혔다. 가늘고 긴 막대 형태의 타일을 촘촘히 눕혀 붙였는데, 곡면 위에 이런 세장한 조각을 깔면 표면이 잘게 부서지면서 각 타일이 저마다 다른 각도로 빛을 받는다. 물비늘처럼 반짝인다는 표현이 과장이 아니다. 같은 지붕인데 사진마다 색이 다르게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2만 8천이라는 숫자가 처음엔 과시처럼 들리지만, 곡면의 면적을 생각하면 오히려 타일 한 장 한 장이 얼마나 작은지를 말해주는 숫자에 가깝다. 큰 판재로 덮었다면 이음매가 몇 줄 안 생기고 끝났을 표면을, 굳이 작은 조각으로 나눠 덮은 결과다.

비 오는 날에야 완성되는 지붕
지붕 자체는 철근콘크리트다. 완만한 곡률로 휘어진 셸 구조인데, 처마 끝을 얇게 다듬어놔서 실제 두께보다 훨씬 가벼워 보인다.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콘크리트 특유의 무게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재미있는 건 설계팀이 비 오는 날을 계산에 넣었다는 대목이다. 타일 사이의 홈을 따라 빗물이 흘러 내려가면서 표면이 젖으면 색이 짙어지고 반사가 강해진다. 그렇게 모인 물은 처마 끝에서 아래 중정 정원으로 떨어진다. 맑은 날엔 하늘을 흉내 내고, 비 오는 날엔 물길이 되는 지붕이다. 이런 설정을 도면에 적어 넣는 건 쉽지만 실제로 그렇게 보이게 만드는 건 다른 문제인데, 사진을 보면 얼추 의도대로 나온 듯하다.

길에서 한 발 물러나 만든 여백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값비싼 결정은 아마 이것일 테다. 건물을 도로 경계선까지 밀어붙이지 않고 안쪽으로 물러 앉혔다. 그렇게 생긴 자리에 올리브나무를 심었다. 도심 상업지에서 대지 면적을 이만큼 비워두는 건 그 자체로 돈이 드는 선택이다.
설계팀은 이 빈 곳을 도시 속의 ‘여백’이라 부른다. 실제로 서 있어 보면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다. 8차선 도로의 소음과 고층 주거동의 압박이 올리브 잎사귀 몇 겹을 지나면서 한 단계 걸러진다. 곡면 유리 너머로 나무가 겹쳐 보이는 장면은 도로에서 걸어오는 사람에게 먼저 보이는 풍경이기도 하다.

1층, 벽돌이 휘어서 카운터가 된다
안으로 들어가면 파란색은 사라지고 붉은 벽돌과 노출 콘크리트가 나온다. 바깥과 안의 온도차가 상당하다. 1층에는 로스터리와 주방, 주문 카운터가 있는데, 이 카운터가 직선이 아니라 부드러운 호를 그리며 휘어 있다.
벽돌로 곡면을 만들려면 줄눈을 조금씩 벌리거나 좁히면서 쌓아야 한다. 손이 많이 가는 방식인데, 그 덕에 카운터 표면이 평평한 판재로는 낼 수 없는 질감을 갖는다. 바닥은 헤링본으로 깐 벽돌이고, 벽과 천장은 콘크리트 그대로다. 위에서 곡면 슬래브가 내려오면서 천장 높이가 자리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것도 이 층의 특징이다.
로스터리를 1층 안쪽에 둔 배치도 눈여겨볼 만하다. 원두를 볶는 기계가 손님 동선 옆에 그대로 노출돼 있어서, 카페에 들어서면 냄새가 먼저 마중을 나온다.

바닥을 파서 만든 자리
1층 창가 좌석은 바닥에 파묻혀 있다. 의자를 놓은 게 아니라 바닥 레벨 자체를 한 단 낮추고 그 안에 앉게 했다. 앉으면 시선 높이가 바깥 정원의 지면과 얼추 비슷해진다. 창밖 올리브나무의 밑동이 눈앞에 오는 구조다.
이런 장치가 왜 필요했을까. 도심 카페에서 창가 자리는 대개 지나가는 사람과 눈이 마주치는 자리다. 좋을 때도 있지만 대체로 불편하다. 바닥을 낮춰버리면 행인의 시선은 머리 위로 지나가고, 앉은 사람의 시선은 정원 안쪽으로 향한다. 같은 창가인데 성격이 완전히 달라진다.

2층, 올리브와 눈높이가 맞는 자리
2층으로 올라가면 큰 유리창이 정원 쪽으로 열린다. 여기서는 올리브나무의 수관, 그러니까 잎이 무성한 윗부분과 시선이 맞는다. 아래층에서 나무 밑동을 봤다면 이 층에서는 나무 꼭대기를 본다. 같은 나무를 두 개 층에서 다르게 쓰는 방식이다.
바닥은 테라조, 천장은 곡면 콘크리트, 가구는 나무와 패브릭이다. 등받이가 낮은 라운지 체어와 식사용 테이블이 섞여 있어서 혼자 오래 앉아 있어도 어색하지 않고 두세 명이 마주 앉기도 무리가 없다. 벽을 따라 붙은 민트색 벤치는 계단처럼 단을 지어 올라간다.

세 개 층을 꿰는 보이드
층을 나누면 공간은 잘게 쪼개진다. 690㎡라는 면적을 세 층으로 나누면 한 층이 200㎡ 남짓, 카페 하나 치고 넉넉하다고 하기 어렵다. 그래서 가운데를 비웠다. 세 층을 관통하는 보이드가 있고, 그 주변으로 좌석이 층층이 배열된다.
덕분에 3층에 앉아도 1층 카운터에서 나는 소리가 들리고, 2층 난간 너머로 아래층 벽돌 바닥이 내려다보인다. 곡면 난간이 층마다 조금씩 다른 반경으로 휘어 있어서, 위층에서 내려다보면 동심원이 어긋나게 겹친 것처럼 보인다. 작은 건물을 넓어 보이게 만드는 오래된 기술이지만 여기서는 그 이상의 역할을 한다. 각 층이 서로를 감시하지 않으면서도 하나의 장소로 묶이는 감각 말이다.

3층, 지붕 아래의 어두운 바
가장 극적인 층은 3층이다. 곡면 지붕이 바로 위에서 내려오면서 천장이 한쪽으로 낮게 기울고, 그 아래에 바 카운터가 놓였다. 벽은 청회색 회벽인데 사선을 따라 작은 세로 구멍이 흩뿌려져 있다. 조명이 새어 나오는 이 구멍들이 어두운 실내에서 별처럼 반짝인다.
1층의 밝고 붉은 분위기와 정반대다. 같은 건물 안에서 층을 올라갈수록 조도가 낮아지고 색이 차가워지는 구성인데, 커피를 마시러 온 낮의 손님과 술을 마시러 온 밤의 손님을 같은 건물에서 다르게 대접하겠다는 계산으로 읽힌다. 카운터 뒤 선반에 진열된 파란 병들이 지붕 타일과 색을 맞추고 있는 것도 우연은 아닐 테고.

중정 아래에 숨어 있는 홀
올리브가 심긴 그 중정은 사실 지붕이다. 아래에 다목적홀이 들어가 있다. 커피와 무관한 이 공간이야말로 “지역 커뮤니티를 살린다”는 애초의 브리프에 가장 직접적으로 답하는 부분이다.
홀 내부는 놀랄 만큼 비어 있다. 노출 콘크리트 벽과 원목 바닥, 그리고 천장 가장자리를 따라 길게 도는 간접광이 전부다. 곡면 슬래브가 벽에서 살짝 떨어져 있어서 그 틈으로 자연광이 들어오는데, 지하에 가까운 층인데도 답답하지 않은 이유가 여기 있다. 아무것도 정해두지 않은 방을 만들어놓고 동네가 알아서 쓰게 두는 방식이다.

왜 하필 타일이었나
설계팀이 타일을 즐겨 쓰는 이유는 실무에서 나왔다. 리노베이션 현장에 가보면 대부분의 마감재는 색이 바래 있는데, 타일만은 처음 색을 그대로 지키고 있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타일을 세대를 건너 물려줄 수 있는 재료로 본다.
설계팀은 이 지붕의 타일이 과거의 기억을 불러오기 위한 것이 아니라 미래로 이어지는 계승의 상징이라고 말한다. 오래된 것을 흉내 내는 복고가 아니라, 지금 새로 만든 것을 오래가게 하려는 쪽이라는 뜻이다.
고층 주거동이 계속 올라가는 도심에서 3층짜리 카페가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느냐는 질문은 보통 부정적으로 끝난다. 높이로는 이길 수가 없으니까. 이 건물은 그 경쟁을 아예 다른 데로 옮겼다. 위가 아니라 표면으로, 규모가 아니라 색으로. 신호 대기 중에 무심코 고개를 돌렸을 때 눈에 걸리는 파란 곡면 하나면 충분하다는 판단이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