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가 자재 카탈로그를 넘기며 벽돌 종류와 콘크리트 배합비를 고르던 시절이 있었다. 최근 유럽 건축계에서는 이 순서를 아예 뒤집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재료를 주문하는 대신 직접 재배하고, 파내고, 배합해서 그대로 건물에 쓰는 건축사무소들이다.
ArchDaily는 2026년 8월 25일 이런 흐름을 다룬 기사에서 영국의 Material Cultures, 벨기에의 BC architects, 네덜란드의 Studio Ossidiana 세 스튜디오를 사례로 꼽았다. 세 곳 모두 유럽에 기반을 두고 있고, 대마(hemp)·흙·조개껍데기 같은 재료를 스스로 가공해 건축과 설치작업에 쓴다는 공통점이 있다.
대마밭에서 나온 집, Material Cultures
Material Cultures는 영국 케임브리지셔(Cambridgeshire)의 마젠트 팜(Margent Farm)에서 재배한 대마로 플랫 하우스(Flat House)를 지었다. 농장 20에이커에서 자란 대마를 가공해 조립식 패널과 마감재로 만들었고, 이 과정에서 지역 생태계와 재료 수급의 정치경제까지 함께 들여다봤다. 재료를 사 오는 대신 어디서, 누구의 손으로, 어떤 조건에서 자라는지부터 설계에 포함시킨 셈이다.

파낸 흙으로 짓는 집, BC architects
벨기에 BC architects는 부설 브랜드 BC materials를 통해 공사 현장에서 파낸 흙과 농업 부산물, 건설 폐기물을 벽돌·미장재·모르타르로 바꾼다. 에데험(Edeghem)에 지은 리저널 하우스(Regional House Edeghem)에는 인근 점토로 찍어낸 압축토블록 1만 9000장이 쓰였고, 헴프크리트(hempcrete) 단열재도 312제곱미터 들어갔다. 시공에는 자원봉사자 150여 명이 참여했다. 표준화한 제품과 현장 맞춤 제품을 함께 만든다는 점도 특징이다.
배합 비율이 곧 디자인, Studio Ossidiana
Studio Ossidiana는 콘크리트 계열 재료의 배합 비율 자체를 디자인 언어로 쓴다. 전시 ‘페트리파이드 카펫(Petrified Carpets)’에서는 안료·돌·모래·시멘트 비율을 바꿔가며 색과 질감이 다른 표면을 여러 개 만들었다. 네덜란드 알미르(Almere)의 아트 파빌리온 엠(Art Pavilion M)에서는 이 실험을 실제 건물로 옮겨 지역 조개껍데기와 원예 부산물 골재를 섞은 ‘서프 앤드 터프 테라조(Surf and Turf Terrazzo)’를 개발했다. 테라조 한 판마다 그 지역에서 난 재료의 흔적이 남는 방식이다.
세 스튜디오의 접근은 서로 다르지만 방향은 겹친다. 재료를 주문하는 단계를 설계 과정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ArchDaily는 이런 사례가 늘어나는 배경으로 자재 운송 과정의 탄소 배출과 지역 재료 순환에 대한 관심을 함께 짚었다.
이 기사는 아래 원문 보도를 참고해 PHM ZINE이 새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사진과 자세한 내용은 원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출처 : ArchDaily — From Selecting to Making: When Architects Become Material Producer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