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위로 보는 건축] 여름방학 외국인 가장 많이 방문한 한국 건물 TOP10-경복궁, 44만 명 보러 왔다

여름방학 두 달 동안 전국 관광지점을 찾은 외국인은 160만 명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집계하는 주요 관광지점 입장객 통계를 7~8월로 끊어보면 그렇다.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33.6% 늘었다. 방한 외국인 수가 해마다 기록을 갈아치우는 중이니 총량이 늘어난 것 자체는 놀랄 일이 아니다. 눈길이 가는 건 목록의 생김새 쪽이다.

외국인 입장객 상위 10곳 중 넷이 조선과 통일신라의 목조 건축이다. 3위는 땅굴이고, 8위는 내국인이 단 한 명도 가지 않은 김 전시관이며, 10위는 여행지라고 부르기 애매한 전시컨벤션센터다. 현대 건축은 딱 하나 들어 있다. 이 목록은 외국인이 한국의 공간을 어떤 순서로 소비하는지 보여주는 지도이기도 하다. 순위를 하나씩 건축의 눈으로 뜯어봤다.

여행지 순위표 — 두 달, 외국인 160만 명의 선택

아래는 2025년 7~8월 기준이다. 2026년 여름 통계는 아직 공표 전이라, 지금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최근의 방학 데이터가 이 표다. 참고로 올해는 7월 한 달에만 209만 명이 한국에 들어왔고 1~7월 누적은 1,280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3% 늘었다. 아래 순위의 방향은 올여름에도 크게 다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순위지점지역외국인 입장객전년 대비
1경복궁서울 종로445,421+60.2%
2창덕궁서울 종로100,735+34.0%
3제3땅굴경기 파주71,871+47.2%
4에버랜드경기 용인67,992-3.0%
5남이섬강원 춘천58,274-21.4%
6덕수궁서울 중구57,250-3.7%
7불국사경북 경주52,045+9.0%
8송학김전시관경기 고양49,972-5.0%
9국립중앙박물관서울 용산49,658—
10KINTEX경기 고양48,357—
2025년 7~8월 주요 관광지점 외국인 입장객 상위 10곳. 국립중앙박물관과 KINTEX는 전년 같은 기간에 내·외국인을 나눠 집계하지 않아 증감률을 낼 수 없다. 자료: 문화체육관광부·한국관광공사 주요 관광지점 입장객 통계

표를 읽는 요령이 하나 있다. 이 통계는 입장객을 세는 지점만 잡힌다. 게이트가 있고 표를 끊거나 사람을 세는 곳 말이다. 그래서 명동, 홍대, 성수동처럼 그냥 걸어 들어가는 거리는 애초에 이 표에 등장하지 않는다. 서울AI재단이 통신 데이터로 뽑은 외국인 유동인구를 보면 명동이 하루 평균 10만 910명, N서울타워가 5만 7,370명 수준이다. 즉 이 표는 ‘한국에서 외국인이 가장 많이 간 곳’이 아니라 ‘문을 통과해 들어간 곳’의 순위다. 그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순위가 정직하게 읽힌다.

광화문에서 근정전까지 마당이 이어지는 경복궁 전경
경복궁은 광화문에서 근정전까지 마당이 네 겹으로 이어진다. 관람객이 실제로 머무는 곳도 건물 안이 아니라 이 빈 공간이다.

1위 경복궁 — 사람들은 건물이 아니라 마당에 서 있다

1위 경복궁은 44만 5,421명. 2위 창덕궁의 네 배가 넘는다. 전년 대비 60.2% 늘었고, 더 흥미로운 건 같은 기간 내국인 입장객 41만 7,194명을 앞질렀다는 사실이다. 조선의 법궁을 여름에 가장 많이 찾은 사람들이 한국 사람이 아니었다는 뜻이다.

경복궁에서 관람객이 실제로 하는 일을 떠올려보면 이 숫자가 이해된다. 근정전은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 문을 열어둘 뿐이고, 사람들은 계단 아래 마당에 선다. 광화문에서 흥례문, 근정문을 지나 근정전 앞에 이르기까지 마당이 네 겹으로 이어지는데, 이 연속된 빈 공간이 경복궁의 진짜 본체다. 건물은 그 빈 공간의 끝을 막아서는 배경 역할을 한다.

근정전 앞 조정 바닥에 깔린 박석도 그냥 돌이 아니다. 표면을 일부러 거칠게 두어 빛을 흩고 비 온 날에도 덜 미끄러지게 했다. 가운데로 한 단 높은 삼도가 지나가면서 왕과 신하의 동선을 갈라놓는다. 지금은 그 길 위를 한복 대여점에서 빌린 옷을 입은 여행자들이 걷는다. 위계를 표시하려고 만든 장치가 사진 찍기 좋은 무대로 바뀐 셈이랄까.

한복 대여업이 궁 앞에 자리 잡은 뒤로 경복궁은 ‘보는 곳’에서 ‘입고 들어가는 곳’이 됐다. 한복 착용자는 입장료가 면제되니 진입 장벽도 낮다. 건축이 콘텐츠가 아니라 배경으로 소비되는 전형인데, 방문객 수만 놓고 보면 그 방식이 압도적으로 먹혔다.

창덕궁 인정전 외관

2위 창덕궁 — 축을 포기한 궁이 더 오래 걸린다

창덕궁은 10만 735명으로 2위. 1년 사이 34.0% 늘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라는 타이틀이 외국인에게 특히 잘 통하는 것도 있겠지만, 공간 자체가 경복궁과 완전히 다른 경험을 준다.

경복궁이 남북 일직선 축 위에 건물을 차례로 세운 궁이라면, 창덕궁은 그 축을 포기한 궁이다. 돈화문으로 들어와 금천교를 건너고 진선문과 인정문을 지나 인정전에 닿기까지 동선이 두 번 꺾인다. 뒤편 응봉 자락의 지형을 깎지 않고 그대로 두려다 보니 생긴 결과다. 평지에 격자를 그린 다음 건물을 앉히는 방식이 아니라, 땅이 생긴 대로 건물을 흩어놓은 방식이다.

그래서 창덕궁은 한 장의 사진으로 요약되지 않는다. 근정전처럼 정면에서 전체를 담는 구도가 나오지 않고, 걸어 들어가면서 조금씩 다른 장면을 만난다. 후원은 시간제 제한 관람이라 예약이 필요한데, 이 불편함이 오히려 희소성을 만든다.

방문객 규모로는 경복궁의 4분의 1이지만 증가 속도는 만만치 않다. 궁을 한 곳만 보고 가던 여행이 두 곳, 세 곳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제3땅굴 DMZ 전시관 앞 관광 조형물
제3땅굴 일대는 전시관과 모노레일 같은 관광 장치가 붙으면서 ‘들어갈 수 있는 장소’가 됐다.

3위 제3땅굴 — 건축가가 없는 공간이 3위에 올랐다

이 순위표에서 가장 이상한 자리가 3위다. 경기 파주의 제3땅굴이 7만 1,871명으로 에버랜드와 남이섬을 제쳤다. 같은 기간 내국인은 2만 3,507명이니 방문객 넷 중 셋이 외국인이다.

제3땅굴은 1978년에 발견된 남침용 굴이다. 지하 73m 깊이에 폭과 높이가 각각 2m 남짓한 굴이 1,635m 뻗어 있고, 관람객은 그중 일부 구간을 헬멧을 쓰고 걸어 들어간다. 설계자도 없고 미학적 의도도 없다. 굴착기와 화약이 만든 공간이다.

그런데도 이 굴이 3위인 건 주변에 붙은 관광 장치 덕이다. 모노레일이 놓이고 전시관이 서고 전망대가 생기면서 ‘들어갈 수 있는 장소’가 됐다. 공간 자체는 그대로인데 접근 설비가 달라붙으면서 목적지가 된 경우다.

분단이라는 조건이 한국에서만 팔 수 있는 콘텐츠라는 점도 분명하다. 궁궐이 ‘오래된 한국’을 보여준다면 DMZ 일대는 ‘지금도 진행 중인 한국’을 보여준다. 여행자 입장에서는 둘 다 다른 데서 볼 수 없는 것이다.

남이섬 숲길과 북한강
남이섬은 드라마 한 장면이 만든 목적지다. 그 이미지를 기억하는 세대가 빠지면서 방문객도 줄고 있다.

4·5위 에버랜드와 남이섬 — 한류 1세대 코스가 저물고 있다

에버랜드가 6만 7,992명으로 4위, 남이섬이 5만 8,274명으로 5위다. 둘 다 순위는 높지만 방향은 아래를 향한다. 에버랜드는 3.0%, 남이섬은 21.4% 줄었다. 남이섬과 묶여 팔리던 강촌레일파크는 29.7% 빠졌다.

남이섬 이야기는 조금 더 짚어볼 만하다. 이 섬을 아시아 전역에 알린 건 2002년 드라마 한 편이었고, 더 정확히는 메타세쿼이아가 늘어선 길 한 컷이었다. 20년 넘게 그 한 장면이 섬 전체를 먹여 살렸는데, 그 이미지를 기억하는 세대가 여행 시장의 주력에서 빠지는 중이다.

장면 하나에 기대는 공간은 수명이 짧다. 반대로 궁궐은 20년 전에도 지금도 같은 이유로 방문된다. 콘텐츠가 만든 목적지와 건축 자체가 목적지인 곳의 차이가 이번 순위표에 꽤 선명하게 드러난다.

도심 오피스 빌딩을 배경으로 한 덕수궁 전각
덕수궁은 어느 각도에서 찍어도 도심 오피스가 배경으로 들어온다. 산을 등진 다른 궁과 정반대다.

6위 덕수궁 — 한 담장 안에 두 개의 양식이 있다

덕수궁은 5만 7,250명으로 6위. 서울의 궁 가운데 성격이 가장 복잡한 곳이다.

중화전은 목조 전각인데 몇 걸음 옆에 신고전주의 양식의 석조전이 서 있다. 1910년에 준공된 석조전은 열주와 페디먼트를 갖춘 완전한 서양 건축이다. 대한제국이 근대 국가의 외관을 급하게 갖추려던 시기의 산물인데, 결과적으로 한 담장 안에 목조와 석조, 동아시아와 유럽의 문법이 나란히 남았다.

덕수궁의 또 다른 특징은 배경이다. 시청 앞이라는 위치 탓에 어느 각도로 사진을 찍어도 유리 커튼월 오피스가 프레임에 들어온다. 다른 궁이 산을 배경으로 삼는 것과 정반대다. 이 어색한 겹침이 사실은 서울에서 가장 정직한 장면이기도 하다. 조선의 지붕과 21세기 오피스가 한 화면에 들어오는 도시라는 뜻이니까.

돌담길과 정동, 미술관까지 걸어서 이어지는 동선도 외국인에게 잘 먹힌다. 궁 하나만 보고 끝나지 않는 구조다.

덕수궁 전각 너머로 석조전이 보이는 옛 사진
일제강점기에 촬영된 덕수궁. 목조 전각 너머로 신고전주의 양식의 석조전이 보인다.
불국사 극락전과 석축 기단
불국사에서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8세기에 쌓은 석축이다. 지금의 목조 전각은 대부분 1970년대 복원이다.

7위 불국사 — 목조보다 먼저 보이는 건 석축이다

불국사는 5만 2,045명으로 7위, 1년 전보다 9.0% 늘었다. 20위 석굴암까지 포함하면 경주 두 곳이 순위표 안에 있다.

불국사에서 사람들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건 전각이 아니라 석축이다. 8세기에 쌓은 이 돌 기단이 경사진 산자락을 잘라 인공 대지를 만들고, 그 위에 절이 놓인다. 청운교와 백운교는 그 대지로 올라가는 계단인 동시에 속세와 불국토를 가르는 경계 장치다. 다리라는 이름을 붙인 계단이라는 점부터가 상징적이다.

지금 서 있는 목조 전각 대부분은 1970년대 복원이다. 오래된 것은 돌이고 새것은 나무인 셈인데, 이 역전이 한국 전통 건축 답사의 기본 조건이기도 하다. 목재는 화재와 전란에 약하고 석재는 남는다.

여름 성수기 기준으로 서울 밖 전통 건축 가운데 외국인이 가장 많이 찾은 곳이 불국사다. KTX로 서울에서 두 시간이면 닿는 접근성도 무시할 수 없다.

거울못 건너에서 본 국립중앙박물관 외관
국립중앙박물관은 동관과 서관 사이를 비워 남산 쪽으로 시선을 열었다. 2005년 개관, 정림건축 설계다.

9위 국립중앙박물관 — 순위표에 유일하게 들어온 현대 건축

9위 국립중앙박물관은 4만 9,658명. 상위 10곳 가운데 20세기 이후에 설계된 건물은 이곳 하나뿐이다.

1995년 국제 설계공모에 46개국에서 341개 안이 접수됐고 정림건축(Junglim Architecture)의 안이 당선됐다. 디자인을 총괄한 박승홍 건축가는 개념을 ‘벽’이라고 설명했다. 남산과 거울못 사이에 놓인 견고한 성곽 같은 덩어리, 시간을 견디는 벽. 2005년 10월에 문을 열었으니 올해로 21년째다.

실제로 가보면 건물의 핵심은 가운데를 관통하는 열린마당이다. 동관과 서관 사이를 비워 남산 쪽으로 시선을 뚫어놓았고, 그 프레임 안에 N서울타워가 걸린다. 건물이 풍경을 액자에 담는 방식인데, 궁궐이 마당으로 하던 일을 현대 건축의 어휘로 다시 한 셈이다.

박물관이 이 순위에 들어온 데는 무료 관람과 대형 특별전 효과도 있다. 다만 순위표 전체를 놓고 보면 시사점이 분명하다. 외국인이 찾아가는 한국 건축은 압도적으로 옛것이고, 지어진 지 20년이 넘은 건물 하나가 겨우 그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고양 킨텍스 전시장 단지 건물 외관
KINTEX 외국인 입장객은 7월에 몰렸다. 여행지가 아니라 행사장의 통계다.

8위와 10위 — 여행지가 아닌 곳들이 순위에 있다

8위 송학김전시관은 경기 고양에 있는 김 체험·판매 시설이다. 외국인 입장객 4만 9,972명, 내국인 입장객 0명. 두 달 동안 한국 사람은 한 명도 가지 않았는데 외국인 5만 명이 다녀갔다는 뜻이다. 단체 관광 코스에 묶여 버스로 실려 오는 구조가 아니면 나올 수 없는 숫자다.

10위 KINTEX도 성격이 비슷하다. 외국인 4만 8,357명 가운데 7월이 4만 5,186명, 8월은 3,171명이다. 두 달 중 한 달에, 그것도 특정 전시 기간에 몰렸다. 여행지가 아니라 행사장의 통계다.

두 곳이 순위표에 있다는 건 한국 인바운드 관광의 구조를 그대로 드러낸다. 개인 여행자가 스스로 골라 가는 목적지와, 여행 상품이 데려다 놓는 목적지가 같은 표 안에 섞여 있다. 앞의 것은 도시와 건축이 만들고 뒤의 것은 판매 구조가 만든다.

건축의 관점에서 보면 이런 시설은 ‘목적지처럼 보이도록 설계된 공간’이다. 전시관이라는 이름과 동선, 체험 코너와 판매장의 순서까지 방문 경험을 흉내 내도록 짜여 있다. 실제로 무엇을 보러 가는지와 무관하게 사람은 세어진다.

제주 중문 대포해안 주상절리대
중문 대포해안 주상절리대는 1년 사이 외국인 방문이 62.9% 늘었다.

순위 밖에서 벌어진 일 — 제주의 지형과 네 번째 궁

10위 아래 구간이 오히려 변화를 잘 보여준다. 중문 대포해안 주상절리대가 3만 9,639명으로 62.9% 늘었고 정방폭포는 52.7% 늘었다. 성산일출봉은 4만 803명으로 12위다. 제주의 자연 지형이 여름 여행지로 다시 올라오는 중이다.

궁궐 쪽에서는 창경궁이 2만 5,413명으로 14위에 올라 10.0% 늘었다. 경복궁·창덕궁·덕수궁·창경궁까지 서울의 궁 넷이 모두 상위 15위 안에 있다. 무주 태권도원은 96.7% 늘어 1만 7,883명으로 19위인데, 이쪽은 대회와 수련 프로그램이 만든 숫자다.

반대편에는 하락이 있다. 남이섬, 강촌레일파크, 한국민속촌처럼 2000년대 단체 관광 코스의 대표 격이던 곳들이 일제히 줄었다. 여행의 단위가 버스에서 개인으로 옮겨간 결과다. 서울에서 외국인이 한옥 골목과 오래된 뒷골목을 찾는 흐름과 같은 방향인데, 이 얘기는 외국인들이 서울에서 한옥 골목을 찾는 시간대와 외국인 관광객이 을지로에 줄 서는 이유에서 각각 다뤘다.

결국 이번 순위표가 말하는 건 두 가지다. 하나, 외국인이 돈과 시간을 들여 찾아가는 한국 건축은 여전히 궁궐과 절이다. 둘, 그 목록 안에 스무 해 넘은 박물관 한 채를 빼면 현대 건축이 없다. 방문객 수를 만드는 건 결국 마당과 축, 담과 계단 같은 오래된 장치들이고, 그 장치들이 지금도 가장 잘 팔리는 한국의 공간 상품이다.

자료: 문화체육관광부·한국관광공사 「주요 관광지점 입장객 통계」(관광지식정보시스템), 2025년 7~8월 외국인 입장객 기준·전국 1,024개 지점
보조 자료: 서울AI재단 외국인 유동인구 분석, 한국관광공사 방한 외래객 통계(2026년 1~7월)
사진: Wikimedia Commons(CC BY·CC BY-SA·CC0), 국가유산청 국가유산포털(공공누리 제1유형)
기획: 순위로 보는 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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