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시간대 서울 중구 을지로의 한 골목길. 붉게 녹슨 셔터 문 사이로 쇠를 깎는 기계음과 기름 냄새가 진동한다. 투박한 작업복을 입은 기술 장인들 사이로, 스마트폰 지도를 보며 좁은 골목을 기웃거리는 외국인 관광객이 섞여 있다면, 조금 낯선 풍경일 것이다.
하지만 해가 저물고 철공소들이 문을 닫기 시작하면 분위기는 완전히 뒤바뀐다. 화려한 네온사인과 낡은 건물의 조합 덕에 SNS에서 ‘힙지로(힙+을지로)’라는 별명을 얻은 이 동네는, 저녁이 되면 야외 테이블 ‘야장’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가득 찬다. 일부 매장은 30분 넘게 기다려야 자리가 난다.
낮의 투박함, 밤의 화려함
이곳에서 만난 한 대학생은 을지로 상권의 매력을 이렇게 설명한다. 낮의 투박함과 밤의 화려함이 공존하는 ‘반전 매력’이 특징이라는 것. 낡은 간판이나 허름한 외관 속에서 숨겨진 핫플레이스를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얘기다.

종로구 익선동 골목도 사정은 비슷하다. 성인 두 명이 겨우 지나갈 만한 좁은 골목을 따라 한옥의 낡은 처마가 이어지고, 그 틈으로 옛 정서가 고스란히 묻어난다. 이곳에서 만난 한 일본인 관광객은 최근 SNS에서 명동과 함께 들러야 할 곳으로 익선동이 떠오르고 있다고 전한다.
공실 찾기 어려운 동네가 됐다
익선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야장 손님이 크게 늘었고, 최근에는 외국인 관광객까지 늘면서 공실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한다. 익선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상인은 주말이면 감성 카페를 즐기러 온 사람들과 야장을 찾는 사람들이 뒤섞인다고 전한다.
한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 지역의 인기 비결을 공간 밀도에서 찾는다. 골목이 좁아 다양한 볼거리는 물론 사람이 많아 보이는 효과가 생기고, 도심과 가까워 퇴근 후 이동하기 편하다는 점도 매력이라는 설명이다.
낡은 건물과 좁은 골목이 오히려 무기가 되는 동네. 정비되지 않은 풍경 속에서 ‘진짜’를 찾으려는 외국인 관광객과 2030세대가 겹치는 지점에, 을지로와 익선동이 서 있다.
이 기사는 여러 현지 취재와 보도를 참고해 PHM ZINE이 새로 정리한 기사입니다. 사진과 자세한 내용은 원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