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더 싱글로 감싼 세 덩어리 캐나다 숲속 주택, Waterhouse

캐나다 퀘벡 서튼(Sutton)의 숲속 공터에 주택 한 채가 앉아 있다. 이 캐나다 숲속 주택 Waterhouse를 처음 보면 집이 한 채인지 세 채인지부터 헷갈린다. 네모난 상자, 피라미드 지붕을 쓴 창고 같은 덩어리, 위로 길쭉하게 솟은 탑이 서로 어깨를 맞대고 서 있는데, 셋 다 똑같이 연한 시더 싱글(삼나무 판재 비늘)을 뒤집어썼다.

설계는 몬트리올을 거점으로 한 두 스튜디오, Oyama와 Julia Manaças Architecte가 함께 맡았다. 둘은 ‘An architecture capsule’이라는 이름으로 협업하는 사이다. 건축주는 혼자 살지만 가족과 친구가 자주 머물다 가는 사람이라, 이 집의 숙제는 처음부터 분명했다. 혼자 있을 때 허전하지 않고, 손님이 와도 북적이지 않는 집. 그 답이 바로 덩어리를 셋으로 쪼개는 방식이었다.

해 질 녘 불 켜진 캐나다 숲속 주택 Waterhouse 전경
© Alex Lesage

숲속 공터에 내려앉은 세 개의 몸

해가 지고 나면 이 집의 구성이 가장 또렷하게 읽힌다. 왼쪽의 Tower는 층마다 창 하나씩 불을 밝히고, 가운데 통합 거실(Great Room)은 통창 너머로 주방과 식탁을 통째로 드러낸다. 오른쪽 끝에 낮게 붙은 상자는 안방 쪽이다. 지붕선도 제각각인데, Great Room 위쪽 파라펫은 한쪽이 둥글게 솟아올라 마치 물결이 한 번 출렁인 것처럼 보인다.

설계팀은 이 집을 두고 ‘낯설면서도 유쾌한 경험’이라고 표현했다. 선명한 조각 같은 형태가 보는 각도에 따라 계속 다른 덩어리들로 풀어진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사진 몇 장만 넘겨봐도 같은 집이 맞나 싶을 만큼 표정이 바뀐다. 정면에서는 마을의 작은 골목 같고, 옆에서는 농가 창고 같고, 뒤에서는 망루 같다.

디딤돌 오솔길 끝 숲속 공터에 놓인 Waterhouse
© Alex Lesage

연못과 고사리 사이, 집이 고른 자리

대지는 숲이 둥글게 열린 공터다. 주변에는 연못과 고사리 군락, 큰 바위, 들꽃이 흩어져 있고, 멀리로는 완만한 언덕이 그린 마운틴스(Green Mountains)까지 이어진다. 디딤돌 몇 개를 따라 풀숲을 건너가면 집이 공터 한가운데가 아니라 숲 가장자리에 살짝 기대 선 것이 보인다.

이런 땅에 큰 집 한 채를 덩그러니 올리면 어떻게 될까. 숲속 주택치고 작은 편이 아니다. 하나의 볼륨으로 뭉쳤다면 공터를 꽉 채우는 벽이 됐을 것이다. 셋으로 나눈 덕분에 덩어리 하나하나의 크기가 주변 나무와 비슷한 눈높이로 내려왔고, 집과 숲 사이에 틈이 생겼다. 그 틈으로 바람과 시선이 드나든다.

숲길 진입로 너머로 보이는 Waterhouse 지붕
© Alex Lesage

한 덩어리였던 집을 셋으로 쪼갰다

처음부터 세 채였던 건 아니다. 설계팀은 하나의 통짜 매스에서 출발했다. 그다음 공터 곳곳에서 보이는 풍경이 다르다는 점에 맞춰 프로그램을 떼어내기 시작했다. 모서리는 무르게 다듬고 일부는 잡아 늘였다. 그렇게 한 채가 Atelier, Great Room, Tower 세 덩어리로 갈라졌다.

이 과정에서 손으로 만든 실물 모형과 디지털 모형을 번갈아 써가며 덩어리 사이의 관계를 다듬었다고 한다. 목표는 사람 몸에 맞는 더 친밀한 스케일, 그리고 건물과 대지가 더 촘촘하게 스며드는 관계였다. 집을 여러 볼륨으로 흩어 지형과 마당을 끌어안는 전략은 앞서 소개한 〈한 집인데 마을처럼 흩어졌다, House of Cluster〉와도 닮았다. 다만 그 집이 경사지 위에 마을을 펼쳤다면, Waterhouse는 세 덩어리를 바짝 붙여 서로 기대게 했다는 점이 다르다.

도로 쪽 창 없는 벽을 세운 Atelier와 Tower
© Alex Lesage

도로에는 등을 돌린 Atelier

숲길을 따라 들어오는 방문객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건 Atelier의 창 없는 벽이다. 도로 쪽으로는 아예 눈을 감아버린 셈이다. 숲속 외딴집인데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했을까 싶지만, 이 막힌 벽 덕분에 진입 순간의 인상이 달라진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다가 안으로 들어설수록 풍경이 하나씩 열리는 구성이다.

그 옆으로 Tower가 조금 물러서서 솟아 있고, 두 덩어리 사이는 낮고 투명한 유리 연결부로 이어진다. 시더 싱글로 덮인 묵직한 몸통들 사이에 그레이 프레임의 유리 띠가 끼어든 모습이 꽤 경쾌하다. 이 틈이 바로 현관이다.

금속 피라미드 지붕을 얹은 Waterhouse Atelier
© Alex Lesage

피라미드 지붕 아래 작업실과 겨울 주차장

Atelier는 네모난 평면 위에 가파른 피라미드 지붕을 얹었다. 지붕만 실버 톤의 금속판으로 마감해, 시더 싱글 벽과 대비를 이룬다. 안에는 작업실과 주차 공간이 들어가 있고, 경사가 급한 지붕 속 빈 공간에는 수납용 메자닌을 끼워 넣었다. 눈 많은 퀘벡의 겨울을 생각하면 차를 집 안에 넣어두는 차고는 사치가 아니라 생활필수품에 가깝다.

작업실과 차고를 생활공간과 다른 덩어리로 뺀 것은 영리한 판단이다. 공구 소리, 기름 냄새, 겨울 장비 같은 생활의 잡음을 거실과 떼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퀘벡의 숲에서 지붕 하나로 집 전체를 덮어버린 〈수녀 모자 닮은 지붕이 통째로 뒤덮은 별장, La Cornette〉가 ‘큰 지붕 하나’로 답했다면, 이 집은 용도마다 각자 다른 지붕을 씌우는 쪽을 택했다.

고사리 숲 위로 곡선 파라펫이 솟은 Great Room
© Alex Lesage

정남향으로 몸을 튼 Great Room

세 덩어리 가운데 가장 크고 1층 대부분을 차지하는 건 Great Room이다. 이 직사각형 볼륨만 정남향으로 살짝 돌려 앉혔다. 햇빛을 가장 많이 받기 위해서다. 고사리 숲 너머로 보이는 이 캐나다 단독주택의 남쪽 면에는 큰 통창이 줄지어 있고, 그 안에 주방과 거실, 다이닝이 한 공간으로 열려 있다.

흥미로운 건 이 볼륨의 지붕선이다. 한쪽 끝이 둥글게 말려 올라가며 굴뚝까지 이어지는데, 반듯한 상자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곡선을 쓴 부분이라 눈길이 간다. 이 곡선은 안쪽에서도 천장 곡면으로 이어진다. 반듯한 집에 곡선 하나가 들어가면 전체 인상이 한결 부드러워진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다.

모서리를 둥글린 3층 Tower 외관
© Alex Lesage

손님은 Tower로, 꼭대기는 옥상 테라스로

가장 서쪽에 선 Tower는 3개 층짜리 탑이다. 위 두 층에는 손님용 침실과 욕실이 하나씩 들어가 있고, 반쯤 땅에 묻힌 맨 아래층은 홈오피스로 쓴다. 혼자 사는 집주인 입장에서는 꽤 현명한 배치다. 손님이 와도 주인의 생활 동선과 겹치지 않고, 손님 역시 남의 집 안방 옆에서 눈치 보며 잘 필요가 없다.

Tower 3층에는 작은 다리가 하나 놓여 있다. 이 다리는 그린 루프 위를 건너 Great Room 지붕으로 이어지고, 그 위에 주변 숲을 한 바퀴 둘러볼 수 있는 옥상 테라스가 있다. 설계팀은 이 집의 형태가 ‘집 안으로, 집 둘레로, 심지어 집 위로까지’ 돌아다니게 만드는 초대장이라고 말한다. 산책로가 집 지붕까지 올라가 있는 셈이다.

오크 패널로 감싼 Waterhouse 현관 전이공간
© Alex Lesage

시더 싱글 바깥, 오크 패널 안쪽

세 덩어리는 생김새도 용도도 제각각이지만 옷은 같은 걸 입었다. 퀘벡 시골집에서 흔히 보는 시더 싱글이다. 설계팀은 이것을 ‘익숙한 옷을 입은 낯선 몸’이라고 불렀다. 형태는 실험적이어도 재료가 지역의 언어라서, 숲속에 처음 들어선 집인데도 오래전부터 있던 것처럼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 볼륨 사이에 남은 빈 공간, 즉 덩어리와 덩어리가 만나는 틈은 일종의 실내 중정이 됐다. 이 틈의 벽은 세로결 오크 패널로 감쌌다. 바깥의 나무 비늘이 안으로 들어오면서 매끈한 오크 판재로 바뀌는 셈이다. 바닥은 폴리싱한 콘크리트라 오크의 따뜻한 결이 더 또렷하게 살아난다.

오크 벽 복도 끝 창가에 놓인 공용 세면대
© Alex Lesage

복도가 아니라 돌아다니는 길

세 덩어리를 잇는 중앙의 전이 공간은 삼면이 유리로 열려 있고, 이곳에 현관과 세탁실, 화장실, 그리고 누구나 쓸 수 있는 공용 세면대가 모여 있다. 오크 벽이 양옆으로 늘어선 통로 끝, 숲을 향한 창 앞에 세면대가 하나 놓여 있는 장면은 이 집에서 가장 사진발 좋은 구석 중 하나다.

설계팀은 이 공간이 각 볼륨을 오가는 움직임을 조직한다고 설명한다. 정해진 순서대로 방을 하나씩 통과하는 일자 동선을 버리고, 더 자연스럽게 흘러 다니는 동선을 택했다는 것이다. 복도는 보통 지나치는 공간이지만, 여기서는 손을 씻고 장화를 벗고 잠시 숲을 내다보는 생활의 정거장 역할을 한다. 동선이 여러 갈래로 열려 있으면 사람도 자연스레 집 안을 더 많이 걷게 된다.

블랙 주방 수납장과 구형 펜던트 조명을 단 Waterhouse 주방
© Alex Lesage

블랙 주방 수납장과 곡면 아일랜드

Great Room 안으로 들어서면 분위기가 확 바뀐다. 벽 한 면을 통째로 채운 블랙 주방 수납장, 짙은 그레이 석재 상판을 얹은 아일랜드, 스테인리스 후드와 냉장고가 한 줄로 늘어서 있다. 오크와 화이트 벽으로 밝게 열린 공간 한가운데에 짙은 덩어리 하나를 묵직하게 박아 넣은 구성이다.

아일랜드와 하부장 끝은 둥글게 굴렸다. 지붕의 곡선, 천장의 곡면과 같은 언어다. 각진 블랙 가구는 자칫 공간을 무겁게 누르기 쉬운데, 모서리를 둥글리면 덩어리감은 유지하면서 동선에서 부딪히는 느낌이 줄어든다. 블랙 주방을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이 집처럼 벽면 수납은 천장까지 꽉 채워 하나의 면으로 읽히게 하고, 아일랜드에만 곡선을 주는 방법을 참고할 만하다.

연못 풍경 앞 식탁 위 매달린 선형 조명
© Alex Lesage

조명은 숲을 가리지 않게

이 집의 조명은 개수가 많지 않지만 하나하나 위치가 분명하다. 주방 아일랜드 위에는 긴 줄 끝에 작은 구형 전구를 매단 펜던트 세 개가 서로 다른 높이로 내려와 있다. 다이닝 테이블 위에는 블랙 막대 두 개에 매달린 수평 선형 조명이 떠 있는데, 통창 앞을 가로지르면서도 얇고 투명해 연못 풍경을 거의 가리지 않는다. 벽난로가 있는 거실 벽은 위쪽에서 떨어지는 빛으로 은은하게 밝혀져 있다.

식탁 조명은 테이블 면을 비추는 국부 조명, 펜던트는 작업대 위 태스크 조명, 벽을 쓸어내리는 빛은 분위기를 만드는 간접 조명 역할을 나눠 맡는다. 세 겹이 겹치면 밤에도 공간이 한 장의 평면처럼 납작해지지 않는다. 통창이 큰 집일수록 밤에는 창이 어두운 거울로 변하기 쉬운데, 천장 한가운데 큰 등 하나로 해결하려 하지 말고 이 집처럼 낮은 높이의 국부 조명과 벽면 간접 조명을 나눠 쓰면 창에 비치는 반사가 줄고 바깥의 어둠도 덜 답답하게 느껴진다. 휴식 공간이라면 2700~3000K의 따뜻한 색온도에 디머를 달아두는 것이 무난하다.

벽난로를 품은 두꺼운 벽과 코냑 가죽 라운지 체어
© Alex Lesage

두꺼운 벽 하나가 거실과 안방을 가른다

거실 한쪽에는 두툼한 벽 하나가 서 있다. 이 벽 속에 벽난로와 수납, 환기 설비가 한꺼번에 들어가 있다. 화이트 벽면에 벽난로 구멍과 작은 선반 벽감, 장작을 쌓아둔 니치가 뚫려 있을 뿐 군더더기가 없다. 그 앞에 코냑빛 가죽 라운지 체어 몇 개가 모여 있는데, 콘크리트 바닥과 화이트 벽 사이에서 유일하게 따뜻한 색을 내는 가구라 존재감이 크다.

이 두꺼운 벽의 진짜 역할은 경계다. 벽 너머 동쪽에 안방 영역이 있어, 손님이 머무는 Great Room과 집주인의 사적인 공간을 문 하나 없이 자연스럽게 갈라준다. 설비를 벽 하나에 몰아넣으면 나머지 벽은 비워둘 수 있고, 그만큼 창과 풍경을 위한 자리가 넓어진다. 작은 집에서도 수납과 설비를 한 면에 모으는 ‘두꺼운 벽’ 전략은 충분히 써먹을 수 있다.

세로로 긴 창을 낸 Waterhouse 안방
© Alex Lesage

혼자 사는 집의 안방은 숲으로 열린다

안방은 Great Room의 동쪽 끝에 붙어 있다. 바닥에 낮게 깐 침대 옆으로 천장 가까이 올라간 세로 창이 하나 나 있고, 그 너머로 숲이 꽉 찬다. 방 밖으로는 넓은 데크가 이어져 아침이면 침실에서 곧장 풀밭으로 나설 수 있다.

방에 가구가 거의 없다는 점이 눈에 띈다. 침대 하나, 작은 러그 하나, 그리고 창. 혼자 사는 사람의 침실은 종종 짐이 몰리는 창고가 되기 쉬운데, 이 집은 수납을 두꺼운 벽과 Atelier로 다 빼버렸기 때문에 침실이 비어 있을 수 있다. 비어 있는 방에서 사람은 창밖을 더 오래 보게 되고, 바깥 날씨와 계절을 몸으로 더 자주 느끼게 된다.

반쯤 땅에 묻힌 Tower 1층 홈오피스
© Alex Lesage

반쯤 땅에 묻힌 홈오피스

Tower 맨 아래층의 홈오피스는 바닥이 대지보다 낮게 내려가 있다. 그래서 책상 앞에 앉으면 창틀 바로 아래로 풀밭이 눈높이에 걸린다. 나무 계단 몇 개가 위층으로 이어지고, 창 앞에는 오래된 원목 책상과 의자 하나가 놓였다. 둥근 화이트 펜던트 하나가 책상 위를 지킨다.

반지하 작업실은 흔히 어둡고 답답한 곳으로 여겨지지만, 이렇게 창을 땅 높이에 맞춰 길게 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몸은 땅속에 살짝 묻혀 아늑하고, 눈은 풀과 나무 높이에서 바깥과 이어진다. 재택근무가 일상이 된 요즘, 집 안에서 일하는 자리를 생활 공간과 다른 덩어리, 다른 높이로 떼어놓는 것만으로도 출근하는 기분이 꽤 난다. Waterhouse는 혼자 사는 집을 세 덩어리로 나눠, 일하고 쉬고 손님을 맞는 시간을 서로 다른 몸에 담았다.

ArchitectsOyama, Julia Manaças Architecte
PhotosAlex Lesage
Category단독주택
Country캐나다
Materials시더 싱글, 오크 패널, 금속 지붕, 폴리싱 콘크리트
Location서튼(Sutton), 퀘벡
Area연면적 260m²
Year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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