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들 돌리면 지붕이 열리는 미국 산장, Sky View

핸들 몇 바퀴에 지붕이 열리는 미국 산장이 있다. 현관을 지나 꼭대기 층까지 올라가 커다란 핸들휠을 돌리면, 천장 한쪽이 미끄러지듯 열리고 머리 위로 하늘이 통째로 들어온다. 아이다호주 선밸리(Sun Valley)의 Sky View 이야기다. 스키 리조트로 이름난 이 계곡에 시애틀의 Olson Kundig(올슨 쿤딕)이 지은 667m² 규모의 주택으로, 콘크리트와 스틸, 유리로 짠 몸체 위에 손으로 여닫는 개폐식 지붕을 얹었다.

버튼 하나면 블라인드도 조명도 다 움직이는 시대에 굳이 손으로 돌리는 바퀴라니, 시대착오처럼 들릴 법하다. 그런데 이 집을 한 층씩 따라 올라가다 보면 그 바퀴가 장식이 아니라 집 전체의 태도라는 걸 알게 된다. 어디를 닫고 어디를 열지, 얼마나 숨고 얼마나 내다볼지를 사는 사람이 몸으로 정하게 만드는 집이랄까.

해 질 무렵 송판 노출콘크리트 기단 위로 유리 거실이 빛나는 미국 산장 Sky View 외관
© Aaron Leitz

마른 개울 위에 걸터앉은 미국 산장

Sky View가 앉은 자리는 아로요(arroyo), 그러니까 비가 올 때만 물이 흐르는 마른 개울이다. 집은 이 개울을 가로질러 걸터앉는다. 개울을 마주한 면은 송판 무늬가 찍힌 노출콘크리트로 단단히 닫고, 거실과 주방 같은 생활 공간은 2층으로 들어 올려 사방의 산과 초지를 내다보게 했다.

사시나무와 버드나무가 둘러싼 대지 위에서 콘크리트와 스틸 매스가 땅에 박힌 부분과 떠 있는 부분으로 또렷하게 갈리는 이유가 여기 있다. 해가 지면 이 대비는 더 선명해진다. 1층 콘크리트 기단은 어둠에 묻히고, 위층 유리 상자만 랜턴처럼 웜톤 불빛을 낸다. 땅에서 몸을 띄워 숲을 내다보는 방식은 앞서 소개한 〈숲에 맞서 1.4m 띄운 가루이자와 별장, Shell〉과도 통한다.

콘크리트 코어 위에 2층 유리 볼륨을 띄운 Sky View 측면 외관
© Aaron Leitz

아래는 숨고 위는 내다본다

Tom Kundig(톰 쿤딕)은 이 집을 두고 “집 안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조망과 은신 사이를 오가게 된다”고 말한다. 영국 지리학자 Jay Appleton이 1975년에 내놓은 조망-은신(prospect-refuge) 이론, 즉 사람은 제 몸을 가린 채 멀리 내다볼 수 있는 자리에서 가장 편안해한다는 가설을 그대로 집의 단면으로 옮긴 셈이다.

콘크리트 코어가 등을 받쳐 주고, 그 위 2층에는 사방으로 통유리를 둘렀다. 그는 “주 생활 공간을 들어 올리고 창을 크게 냈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감각을 내려놓지 않고도 계곡과 봉우리에 계속 이어져 있게 된다”고 설명한다.

거실 소파에 앉으면 등 뒤는 묵직한 콘크리트, 눈앞은 산이다. 탁 트인 전망만 있는 집은 처음 며칠은 황홀하지만 오래 머물수록 묘하게 불안해진다. 사람이 오래 앉는 자리일수록 등을 기댈 벽이 필요하다는 걸, 이 집은 구조 자체로 보여 준다.

캔틸레버 지붕 아래 레드 래커 현관문이 박힌 Sky View 정면
© Aaron Leitz

2.1m 레드 래커 문이 여는 집

정면에서 보면 이 집은 의외로 무뚝뚝하다. 노출콘크리트와 그레이 스틸 패널 사이에 색이라고는 단 하나, 높이 약 2.1m(7피트)의 레드 래커 현관문뿐이다. 광택이 도는 이 문을 열면 짧은 실내 복도가 이어지고, 복도를 따라 차고와 작업실, 남쪽으로 작은 창을 낸 사우나가 차례로 붙어 있다.

복도 끝은 지붕만 덮인 야외 패티오로 열린다. 그 건너편에는 유리 상자 하나가 따로 떨어져 앉아 가족과 친구를 위한 게스트 스위트가 된다. 손님은 손님대로, 집주인은 집주인대로 동선이 갈리니 며칠씩 묵어 가는 방문객이 와도 서로 눈치 볼 일이 적다.

겨울 내내 눈이 쌓이는 산골이라는 걸 떠올리면 이 배치는 꽤 영리하다. 스키 장비를 풀고, 작업실에서 손질하고, 사우나에서 몸을 녹이는 일이 모두 현관 몇 걸음 안에서 끝난다. 젖은 부츠가 거실까지 올라올 일이 없는 집이다.

사시나무 사이로 보이는 Sky View 외부 스틸 계단과 유리 파빌리온
© Aaron Leitz

메시 계단을 올라 유리 파빌리온으로

주 생활층으로 오르는 계단은 메시와 스틸로 짰다. 촘촘한 철망과 철판이 만드는 계단은 무게감보다 투명함이 앞서서, 콘크리트 기단과 유리 상자 사이를 가볍게 이어 준다. 계단 끝에는 유리와 스틸로 짠 파빌리온이 기다리고, 그 안에 주방과 다이닝, 거실이 한 덩어리로 들어 있다.

사진 오른편에 걸린 철제 계단과 왼편의 사시나무를 나란히 보면, 이 집이 자연을 흉내 내는 대신 끝까지 ‘잘 만든 기계’로 남는 쪽을 택했다는 게 보인다. 나무색 사이딩이나 돌 쌓기로 산에 녹아드는 척하지 않는다.

대신 그 기계가 풍경을 가리지 않도록 몸체를 얇고 투명하게 만들었다. 지붕은 깊게 내밀어 한여름 햇빛을 끊고, 기둥은 가늘게 줄여 창 너머 산이 끊기지 않게 했다.

키네틱 유리벽을 열어 테라스와 다이닝이 이어진 Sky View 파빌리온
© Aaron Leitz

유리벽이 열리면 거실이 테라스가 된다

파빌리온의 유리벽은 고정돼 있지 않다. 움직이는 키네틱 유리벽을 밀어 열면 실내 거실과 다이닝이 바깥의 넉넉한 테라스와 하나로 이어진다. 날씨 좋은 날의 이 집은 사실상 지붕 덮인 야외 거실이다.

다이닝 테이블에도 바퀴를 달았다. 손님이 많은 날은 테이블을 밀어 자리를 넓히고, 둘만 있는 날은 창가로 붙여 산을 보며 밥을 먹는다. 벽에 이어 가구까지 움직이게 만든 건 이 사무소 특유의 고집이라 해도 좋다.

요즘 집들은 방마다 이름표를 붙여 쓰임을 못 박는 경우가 많다. Sky View는 반대로 간다. 그날의 인원과 날씨에 맞춰 집을 바꿔 끼우라는 제안인 셈이다.

양면 벽난로가 거실과 다이닝을 나누는 Sky View 유리 거실
© Aaron Leitz

양면 벽난로 하나로 거실과 다이닝을 나눴다

거실과 다이닝 사이에는 노출콘크리트로 감싼 양면 벽난로가 선다. 벽을 세우지 않고 불 하나로 두 공간을 가른 셈이라, 어느 쪽에 앉아도 불이 보이고 시선은 끝까지 트여 있다. 겨울 산장에서 벽난로가 모두의 자리가 되는 이유를 정확히 짚은 배치다.

벽난로 앞에는 브라운 가죽 소파와, 목재 팔걸이를 단 그레이 패브릭 암체어 두 개가 마주 앉았다. 반들반들한 가죽과 손때 묻은 나무, 포근한 패브릭이 한자리에 모이니 콘크리트 벽난로의 거친 표면이 오히려 배경으로 물러난다. 짙은 목재 바닥에는 그레이 바탕에 오렌지 톤 결이 스친 맞춤 러그를 깔아 차가운 바닥의 기운을 누그러뜨렸다.

집 곳곳에 번트 시에나 계열 포인트를 흩뿌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콘크리트와 스틸만 있었다면 산장보다 정비고에 가까웠을 것이다. 산업 재료를 쓰는 집일수록 가죽, 러그, 어스톤 소품처럼 손에 닿는 부드러운 재료를 넉넉히 섞어야 사람이 머무는 공간이 된다.

창가에 대형 핸들휠이 달린 Sky View 거실 복도와 짙은 목재 바닥
© Aaron Leitz

통유리 거실의 밤, 조명은 낮게 깔아야 한다

천장을 올려다보면 짙은 목재 판 사이에 작은 매립 다운라이트 몇 개만 박혀 있다. 커다란 펜던트도, 천장 전체를 밝히는 간접 조명도 없다. 벽난로 옆에 플로어 램프 하나를 세워 둔 정도다. 그리고 밤 사진 속 이 집의 불빛은 하나같이 따뜻한 웜톤이다.

이유가 있다. 사방이 유리인 방은 밤이 되면 실내 조명이 유리에 반사돼, 바깥 풍경 대신 거울에 비친 내 방만 보인다. 천장등을 세게 켤수록 산은 사라진다. 게다가 짙은 목재와 콘크리트는 빛을 먹는 재료라 같은 밝기여도 훨씬 어둡게 읽힌다.

그래서 통유리 거실일수록 전반 조명은 2700~3000K 웜톤 다운라이트로 약하게 깔고, 플로어 램프나 테이블 램프처럼 눈높이보다 낮은 국부 조명으로 빛을 바닥 가까이 모으는 편이 낫다. 디머를 달아 저녁 시간대별로 밝기를 한 단계씩 낮추는 건 기본이다. 아파트 통창 거실이라면 커튼박스 안에 라인 조명을 숨기고 소파 옆에 스탠드 하나만 더해도 같은 효과에 꽤 가까워진다.

한편 이 사진에서 먼저 눈에 걸리는 건 창가에 붙은 커다란 핸들휠이다. 이 집이 손으로 움직이는 장치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미리 귀띔하는 물건이다.

플라스터 벽과 맞춤 수납장, 스윙암 벽등이 놓인 Sky View 안방
© Aaron Leitz

거친 집일수록 침실은 부드럽게

주 생활층 반대편 끝에는 안방이 풍경 위에 떠 있듯 자리 잡았다. 여기서는 공기가 확 달라진다. 콘크리트 대신 부드러운 플라스터 벽이, 스틸 선반 대신 목재 맞춤 수납장이 방을 감싼다.

침대 옆 세라믹 램프와 화산석 스툴처럼 손맛이 남은 소품을 들여, 건축의 곧은 선과 각을 일부러 흐트러뜨렸다. 머리맡 벽에는 팔을 꺾어 방향을 바꾸는 블랙 스윙암 벽등을 달았다. 협탁 위를 스탠드로 채우지 않고 벽에서 빛을 끌어오니 협탁이 넓게 남고, 책을 읽을 때만 빛을 손 닿는 곳으로 당겨 오면 된다.

하루 종일 콘크리트와 철 사이를 오간 몸이 마지막에 닿는 방이 같은 재료라면 쉬어도 쉰 것 같지 않다. 거실이 단단할수록 침실은 촉감부터 무르게, 이 집이 보여 주는 재료 배분의 원칙이다.

노출콘크리트 벽 사이로 철판 계단이 오르는 Sky View 내부
© Aaron Leitz

철판 계단과 캣워크, 산업 재료를 숨기지 않는다

집 안의 수직 동선은 노출콘크리트 벽 사이를 접어 올라가는 철판 계단이 맡는다. 페인트로 덮지 않은 스틸 표면에는 가공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어, 난간에 손이 닿을 때마다 재료의 온도가 그대로 전해진다.

주방도 같은 언어를 쓴다. 노출 스틸 선반과 수납장 사이에, 현관문과 같은 레드 래커로 칠한 아침 식탁을 놓았다. 입구에서 본 색을 집 안 한복판까지 끌고 들어온 것이다.

거실 옆 사무실은 통창으로 산을 끌어들이고, 그 바깥으로는 땅 위로 캔틸레버처럼 내민 스틸 캣워크가 이어진다. 일하다 막히면 문 열고 몇 걸음 나가 산을 보는 구조다. 재택근무가 일상이 된 요즘이라면 이 캣워크가 거실보다 더 부러울지도 모른다.

지붕이 열려 하늘이 드러난 Sky View 꼭대기 층 스카이 라운지
© Aaron Leitz

핸들 하나로 지붕이 열리는 스카이 라운지

이 미국 산장의 클라이맥스는 꼭대기 층이다. 목재 패널로 감싼 스카이 라운지 겸 뮤직룸에서 커다란 핸들휠을 돌리면 지붕 일부가 열리며 하늘이 그대로 들어온다. 전동 모터 대신 사람 팔 힘으로 여는 지붕이다. 그 아래에는 구름처럼 부푼 화이트 소파가 낮게 깔려, 누운 채로 하늘을 올려다보기 좋은 자세를 만들어 준다.

Tom Kundig은 “천장이 낮고 전부 목재로 된 방이라 아늑하고 안전하게 느껴지는데, 방을 두른 고측창이 지평선을 다시 안으로 끌어당긴다”고 설명한다. 여기에 지붕까지 열리면 사방 360도의 산과 계곡에 하늘이라는 다섯 번째 입면이 더해진다.

그는 이 방을 산불 감시탑에 빗댄다. 사방을 내다보는 망루이면서, 낮은 천장이 몸을 감싸는 작은 동굴이기도 하다. 1층에서 시작한 조망과 은신의 줄다리기가 이 한 방에 압축돼 있는 셈이다.

지붕을 연 스카이 라운지 위로 별 궤적이 흐르는 Sky View 야경
© Aaron Leitz

별을 보려면 조명부터 줄여야 한다

밤에 지붕을 열면 장면이 또 바뀐다. 개구부 테두리를 따라 숨긴 라인 조명이 목재 천장을 은은하게 쓸어 올리고, 테라코타 램프 하나가 레드 가죽 의자와 화이트 소파 위로 낮게 빛을 떨어뜨린다. 방을 밝히는 조명이 아니라, 하늘을 보기 위해 방을 일부러 어둡게 남겨 둔 조명이다.

선밸리 일대는 2017년 미국 최초의 국제 밤하늘 보호구역(Central Idaho Dark Sky Reserve)으로 지정된 지역이다. Tom Kundig이 “하이 데저트의 놀랍도록 맑은 밤하늘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다”고 말하는 것도 과장이 아니다.

다만 별은 눈이 어둠에 적응해야 보인다. 사람 눈이 완전히 적응하는 데는 20~30분이 걸리고, 그 사이 밝은 쿨톤 빛을 한 번 보면 적응이 상당 부분 풀려 버린다. 그래서 별 보는 방이라면 2700K 이하의 웜톤, 눈높이보다 낮은 위치의 빛, 그리고 디머가 기본이다. 옥상이나 테라스에서 밤하늘을 즐기고 싶다면 천장등 대신 바닥 가까이에 앰버 톤 라인 조명을 깔아 보는 것부터 시작해도 충분하다.

아이다호 선밸리 산자락 아래 불 밝힌 Sky View 원경
© Aaron Leitz

눈, 바람, 산불을 견디는 콘크리트와 스틸

멀리서 보면 Sky View는 산자락 아래 작은 불빛 하나다. 산과 이웃 사이의 거리가 사생활을 지켜 주지만, 그만큼 날씨와 계절을 맨몸으로 받아 내야 한다. 설계팀이 “이곳에선 날씨와 계절을 더 예민하게 의식하게 된다”고 말하는 이유다.

그래서 외장은 콘크리트와 스틸 사이딩으로 골랐다. 눈과 바람, 산불까지 견디면서 손이 거의 가지 않는 재료다. 산불이 해마다 미국 서부 산간을 덮치는 요즘, 목조 산장의 낭만 대신 불에 강한 껍데기를 택한 건 감성보다 생존에 가까운 판단이다. 스틸로 산의 날씨를 견디는 산장이 궁금하다면 〈달 착륙선을 닮은 산장, 칠레의 철제 나무집〉도 함께 볼 만하다.

손으로 돌리는 장치에 대한 Tom Kundig의 애정도 꽤 오래됐다. 북부 아이다호의 Chicken Point Cabin에서는 약 6×9m(20×30피트), 6톤에 이르는 스틸·유리 창벽을 손 크랭크 하나로 연다. 자전거처럼 맞물린 기어와 균형추가 무게를 덜어 주기 때문이다. 20년 넘게 지난 지금, 그 크랭크는 벽을 지나 지붕까지 올라갔다.

ArchitectsOlson Kundig
DesignerDebbie Kennedy (인테리어 디자인), Phil Turner·Stephen Wong (키네틱 설계)
PhotosAaron Leitz
Category단독주택, 산장
Country미국
Materials송판 노출콘크리트, 스틸 사이딩, 유리, 목재 패널, 플라스터
Location선밸리, 아이다호주
Area연면적 667m²(7, 190 sq 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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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나
김예나
인테리어와 공간에 대한 모든 것! 집을 사랑하고, 공간을 사랑하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Think out side of the box. It makes your world bigger! 호주 퍼스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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