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 대신 나뭇가지를 세운 도서관, 포레스트 오브 날리지

인도 뭄바이의 한 골목, 가로수가 만든 초록 그늘 아래서 책을 읽던 기억을 그대로 실내로 옮겨온 도서관이 있다. 스튜디오 힌지(studio hinge)가 설계한 ‘포레스트 오브 날리지(Forest of Knowledge Library)’는 책을 쌓아두는 창고가 아니라, 사람들이 나무 아래 모이듯 자연스럽게 모여 배우는 공간으로 도서관을 다시 정의한다.

바로 옆 거리를 덮은 나뭇잎 캐노피에서 출발한 이 콘셉트는 약 418㎡(4,500 ft²) 규모의 실내 전체를 하나의 작은 숲으로 바꿔놓았다. 서가와 열람석, 어린이 공간이 모두 이 ‘캐노피’ 아래 유기적으로 배치되며, 책장 사이를 걷는 것이 마치 나무 그늘 사이를 산책하는 것 같은 경험이 되도록 설계됐다.

Forest of Knowledge Library by studio hinge 2

가로수 캐노피에서 시작된 공간 콘셉트

설계팀이 가장 먼저 주목한 건 도서관 바깥 풍경이었다. 뭄바이 특유의 무성한 가로수가 만들어내는 잎사귀 지붕, 그 아래로 스며드는 얼룩진 빛이야말로 이 프로젝트의 출발점이라고 해야 할까. 천장에는 나뭇가지를 형상화한 구조물이 얽혀 있고, 그 틈으로 조명이 새어 나와 실제 나무 그늘 아래 앉아 있는 듯한 착시를 만든다.

단순히 장식적인 모티프에 그치지 않고, 이 캐노피 구조는 공간을 자연스럽게 여러 존으로 나누는 역할도 겸한다. 벽을 세우는 대신 천장의 밀도와 조명의 강약만으로 열람 구역과 휴게 구역을 구분한 셈이다. 덕분에 좁은 면적임에도 답답함 없이 시선이 트여 있다.

Forest of Knowledge Library by studio hinge 3

책장이 아니라 나뭇가지처럼 짜인 서가

서가 디자인도 이 나무의 은유를 그대로 따라간다. 곧고 반듯한 직선 책장 대신, 가지가 뻗어나가듯 완만하게 휘어진 목재 서가가 공간 곳곳에 세워졌다. 아이들이 낮은 가지 사이를 오가듯 서가 틈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도록 높이와 곡률을 다르게 준 점도 눈에 띈다.

가구팀이 함께 참여해 짠 좌석과 열람대는 나무 밑동처럼 뭉툭하고 둥근 형태로 마감돼, 날카로운 모서리 하나 없이 아이와 성인이 함께 머물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졌다. 책을 찾아 걷는 동선 자체가 하나의 작은 산책로가 되도록 의도한 배치다.

Forest of Knowledge Library by studio hinge 4

빛과 색으로 완성한 독서의 숲

색채 계획 역시 숲의 팔레트를 그대로 가져왔다. 짙은 녹색과 따뜻한 우드톤을 주조색으로 삼고, 곳곳에 노란빛 포인트 조명을 심어 나뭇잎 사이로 떨어지는 햇살을 연상시킨다. 인공조명임에도 색온도를 낮춰 은은하게 퍼지도록 계획한 덕에 장시간 머물러도 눈이 편안한 공간이 됐다.

바닥과 천장, 가구까지 하나의 톤으로 이어지다 보니 실제보다 훨씬 넓고 아늑하게 느껴지는 것도 이 도서관의 강점이다. 좁은 면적 안에서 서가·열람석·휴게공간을 모두 담아내야 하는 도서관 설계의 어려움을, 스튜디오 힌지는 ‘숲’이라는 하나의 은유로 풀어낸 셈이다.

이 프로젝트가 흥미로운 지점은, 대형 문화시설이 아니어도 얼마든지 몰입감 있는 공간 경험을 설계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는 데 있다. 책과 자연, 두 개의 오래된 은유를 겹쳐놓은 이 작은 도서관은 상업·공공 인테리어 전반에 던지는 힌트가 될 만하다.

 

Architectsstudio hinge
PhotosSaurabh Suryan
Category도서관, 문화시설 인테리어
CountryIn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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