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위에 뜬 보름달, 용인 처인휴게소

고속도로 위를 가로지르는 원형 상공형 휴게소, 용인 처인휴게소 항공 사진
고속도로를 가로질러 놓인 처인휴게소. 사진: 해마종합건축사무소 제공

휴게소는 보통 길 옆에 있다. 상행선과 하행선이 각자 다른 휴게소에 들르고, 건물은 넓은 주차장 끝에 낮게 엎드려 있다. 용인 처인휴게소는 그 공식을 뒤집었다. 세종포천고속도로 차선 위에 건물을 통째로 걸쳐 놓아, 어느 방향으로 달리든 같은 휴게소에 닿는다.

처인휴게소는 2025년 1월 1일 세종포천고속도로 안성~구리 구간이 개통하면서 함께 문을 열었다. 고속도로를 가로지르는 이른바 상공형 양방향 통합 휴게소로, 국내에서 세 번째로 선보인 상공형 휴게소다. 연면적은 7,946m²이고, 포천 방향 275대와 세종 방향 318대의 차를 댈 수 있다. 설계는 해마종합건축사무소가 맡았다.

보름달과 초승달을 겹친 원형 휴게소

위에서 보면 두 개의 고리가 겹친 모양이다. 설계팀은 달에서 형태를 가져왔다. 달은 늘 그 자리에 있지만 낮에는 햇빛에 가려 보이지 않고, 시간에 따라 초승달에서 보름달로 모양을 바꾼다. 24시간 열려 있지만 낮과 밤의 표정이 다른 휴게소와 닮았다는 것이 출발점이었다.

숲 사이 고속도로를 고리 모양으로 감싸는 처인휴게소 조감도
숲과 고속도로를 감싸는 처인휴게소 조감도. 사진: 해마종합건축사무소 제공

콘셉트 이름은 ‘Dual Moon’이다. 큰 원인 보름달 쪽은 사람들이 모이고 활동하는 ‘채움’의 공간, 가느다란 초승달 쪽은 쉬어 가는 ‘비움’의 공간으로 나눴다. 성격이 다른 두 공간을 원이라는 하나의 형태로 묶어 동선이 끊기지 않고 한 바퀴 순환하도록 했다.

보름달과 초승달을 결합한 처인휴게소 설계 콘셉트 Dual Moon
보름달(채움)과 초승달(비움)을 결합한 설계 콘셉트. 사진: 해마종합건축사무소 제공

왜 동그랗게 지었을까

대지는 산 위 높은 곳이다. 답사 때 올라 본 주변은 사방이 트인 녹지였다. 원형 건물이라면 어느 자리에서든 360도 파노라마를 볼 수 있다. 양방향 차량이 모든 방향에서 들어오는 통합형 휴게소라 어느 쪽에서 봐도 어색하지 않은 형태가 필요하기도 했다. 고속도로 초입에 자리한 만큼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보는 이정표가 되는 것이 목표였다.

어려움은 구조였다. 건물이 도로 위에 떠 있으니 아래 지지대가 커질수록 안전해지지만, 그만큼 디자인은 무거워진다. 대형 화물차가 지나갈 높이도 확보해야 했다. 설계팀은 구조 사무소와 함께 지지대 크기와 형태를 오래 다듬었다고 설명한다.

휴게소 안에서 볼 것들, 그리고 조명

안으로 들어가면 고리 모양이 그대로 실내 동선이 된다. 개장 당시 운영사 KR산업은 UAM(도심 항공 모빌리티) 체험과 VR 콘텐츠, 자율주행 청소 로봇과 조리 로봇을 들였고, 고속도로 휴게소로는 유일하게 테마형 스타벅스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비즈니스 라운지와 워케이션 공간도 마련했다.

곡선 천장을 따라 라인 조명이 이어지는 처인휴게소 내부 푸드코트
곡선 천장을 따라 흐르는 라인 조명. 사진: KR산업 제공

실내에서 눈여겨볼 것은 조명이다. 휘어진 천장 가장자리를 따라 라인 조명이 끊김 없이 이어지며 원형 평면을 빛으로 한 번 더 그려 낸다. 천장 매립 조명은 빛이 곧바로 눈에 닿지 않아 넓은 공간을 부드럽게 밝히고, 선형 조명은 사람의 시선을 동선 방향으로 끌고 가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 푸드코트 쪽에는 따뜻한 색온도의 펜던트 등을 낮게 매달아 식사 공간만 따로 아늑하게 끊어 냈다. 2700~3000K 웜톤 빛은 오래 운전한 뒤의 긴장을 풀기에 알맞다. 밤이 되면 건물 전체가 고속도로 위에 떠오른 둥근 빛의 고리가 된다.

밤에 빛나는 고리 형태의 처인휴게소를 도로에서 올려다본 투시도
밤에 빛나는 고리 형태의 휴게소 투시도. 사진: 해마종합건축사무소 제공

국내 첫 상공형 휴게소도 같은 팀 작품

해마종합건축사무소는 국내 첫 상공형 휴게소로 불리는 서울양양고속도로 내린천휴게소도 설계했다. 내린천휴게소는 국내에서 가장 긴 터널과 내린천 풍경을 함께 담으려다 삼각형이 됐다. 설계팀은 산속에 조용히 앉은 내린천을 ‘I 성향’,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처인을 ‘E 성향’에 빗댔다.

삼각형 지붕의 상공형 휴게소, 서울양양고속도로 내린천휴게소
같은 팀이 설계한 서울양양고속도로 내린천휴게소. 사진: 해마종합건축사무소 제공

우주선을 닮은 건물을 찾아다니는 재미는 앞서 소개한 〈우주선 미술관, Lucas Museum of Narrative Art〉에서도 느낄 수 있다. 안성과 구리 사이를 달릴 일이 있다면 처인휴게소에서 차를 세워 보자. 고속도로 위에서 커피를 마시며 차들이 발밑으로 지나가는 풍경을 보는 경험은 꽤 낯설고 즐겁다.


이 기사는 아래 원문 보도를 참고해 PHM ZINE이 새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사진과 자세한 내용은 원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출처 : 월간 디자인 — 고속도로 위의 새로운 이정표, 처인 휴게소

출처 : 뉴스퀘스트 — 처인휴게소, 세종포천 고속도로 ‘랜드마크’로 오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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