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2일, 로스앤젤레스 Exposition Park에 우주선 한 채가 내려앉는다. 정확히 말하면 내려앉은 것처럼 보이는 미술관 하나가 문을 여는 날이다. Lucas Museum of Narrative Art, 영화감독 조지 루카스가 사재를 들여 지은 이 미술관은 ‘이야기를 그림으로 전하는 예술’이라는 하나의 개념 아래 40,000점 넘는 소장품을 묶는다. 설계는 Ma Yansong(마얀쑹)이 이끄는 MAD Architects가 맡았고, 조경은 Mia Lehrer(미아 레러)의 Studio-MLA가, 실시설계는 Stantec이 담당했다.
공사에만 8년이 걸렸다. 2026년 9월 2일 열린 프레스 개관 행사에서 조지 루카스는 “나는 원래 불가능한 일을 하는 데 익숙한 사람인데, 이번엔 정말 의지가 꺾일 뻔했다”고 말했다. 연면적 약 27,900m²(30만 sq ft), 지상 5층 규모의 건물은 미술관 갤러리와 극장 두 곳, 도서관, 카페, 레스토랑을 한 매스 안에 묶어 담았다.

우주선 한 채가 도심 위에 떠 있다
건물을 처음 보면 다들 비슷한 말을 한다 — 우주선, 화성 기지, 미래에서 온 지형. 유선형으로 늘어진 두 개의 매스가 서로 다른 높이에서 겹쳐지고, 표면은 이음매가 거의 보이지 않을 만큼 매끈하게 이어진다. 이 매끈함은 착시가 아니라 실제 구조다. 건물은 지지점 바깥으로 한참을 캔틸레버로 뻗어나가 있어서, 어느 각도에서 봐도 땅에서 살짝 떠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Exposition Park는 원래 자연사박물관과 캘리포니아 사이언스센터, LA 메모리얼 콜리세움처럼 고전적이거나 실용적인 건물들이 모인 자리다. 그 사이에 놓인 이 유기적인 흰 덩어리는 의도적으로 이질적이다. Ma Yansong은 “건축은 그 자체로 하나의 내러티브 아트다. 삶에 서사를 부여하는 일이니까”라고 설명한다. 그의 말대로라면 이 건물의 형태 자체가 이미 이 미술관이 하려는 이야기의 절반인 셈이다.

1,271장의 곡면 패널, 그리고 그 밑에 숨은 뼈대
외피는 1,271장 이상의 섬유강화폴리머(FRP) 패널로 덮여 있다. 패널 하나의 평균 크기는 약 2.4m×9.8m, 디지털 모델링과 로봇 가공을 거쳐 제작한 뒤 사람 손으로 마감해 곡면의 매끄러움과 색을 맞췄다. 패널 사이 줄눈의 폭과 방향은 건물의 곡률을 따라 하나하나 다르게 설계됐다 — 규격화된 부재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전부 다른 모양이라는 뜻이다. 공원 가장자리를 따라서는 유리섬유강화콘크리트(GFRC) 몰딩이 리본처럼 둘러진다.
이 정도 곡면을 감당하려면 설계 단계부터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150명이 넘는 건축가·엔지니어·디자이너가 클라우드 기반 모델링 시스템으로 동시에 작업했고, 파사드 전문 컨설턴트가 구조와 조형을 함께 풀었다. 콘크리트·강철·유리가 뼈대를 이루고 FRP와 GFRC가 그 위에 피부를 입히는 구성인데, 이렇게 가벼운 재료를 쓴 이유는 분명하다 — 지지점 없이 허공으로 뻗어나가는 매스를 실현하려면 외피부터 가벼워야 했다.

땅에서 들어올린 건물, 그 아래 생긴 광장
건물을 땅에서 들어올린 데는 이유가 있다. 시야를 가리지 않고, 가로변의 스케일을 사람 눈높이에 맞추고, 지상 레벨을 공공의 몫으로 남겨두려는 판단이다. 폭 56m(185ft)에 이르는 아치형 강철보가 건물 중앙을 가로지르며 하나의 캐노피처럼 들린 광장을 만든다. 이 광장을 지나면 남쪽과 북쪽 두 개의 로비로 갈라지는데, 두 로비 모두 천장이 높고 자연광이 깊이 들어온다.
광장 한가운데는 타원형 오큘러스가 뚫려 있어 4개 층 위 하늘까지 시선이 그대로 이어진다. 지상에서 하늘까지 한 번에 뚫리는 이 수직 축이 건물에서 가장 극적인 장치다. 다만 진입 경험은 접근 수단에 따라 꽤 다르다. 주차장은 지하에 숨겨져 있어 차로 오는 사람에게는 매끄러운 동선이 열리지만, 대중교통으로 오는 사람은 한참 이어지는 벽면을 지나야 매표소에 닿는다.

지붕이 통째로 공원이 됐다
지붕에 올라가 보면 이 건물이 왜 옥상에서 봐도 공원처럼 보이는지 알 수 있다. 태양광 패널과 녹화 지붕이 번갈아 덮여 있고, 그 아래로 11에이커(4.5ha) 규모의 공원이 건물을 감싼다. 조경을 맡은 Mia Lehrer는 이곳이 “미술관의 사명을 건물 벽 너머로 확장하도록” 설계했다고 말한다. 남부 캘리포니아 자생종과 건조 기후에 강한 식재를 골라, 재커랜다·참나무·소나무를 포함해 300그루 넘는 나무를 새로 심었다.
이 부지는 원래 아스팔트 주차장이었다. 13에이커(5.3ha) 캠퍼스 전체를 다시 지형화해 매달린 정원과 원형극장, 폭포처럼 떨어지는 분수, 그리고 미술관 갤러리의 무료 연장선 역할을 하는 대형 야외 조각 10점을 채워 넣었다. 미술관이 직접 관리하는 잔디밭은 짙은 초록을 유지하지만,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어지는 공공 공원 쪽 잔디는 빛깔이 다르다 — 사유지와 공공지의 경계가 색으로 드러나는 셈이다. 노르웨이의 The Whale도 지붕 자체를 지형이자 전망대로 삼은 사례인데, 그쪽이 산악 지형을 흉내 낸 하나의 능선이라면 이쪽은 매스 두 개가 접힌 지붕 위에 정원을 얹은 쪽에 가깝다.

다섯 개 층에 미술관 하나를 다 담다
1층은 ‘내러티브 아트의 역사’를 다루는 갤러리로 시작한다. 소장품 원작에 바티칸 박물관, 루브르, 멕시코 국립인류학역사연구소와 협업해 제작한 복제품·건축·고고학 유적 재현물을 나란히 배치했다. 같은 층에 말굽 모양의 도서관이 있는데, 배우 스티브 마틴이 기증한 장서와 루카스의 오랜 멘토였던 작가 조지프 캠벨의 개인 서재가 바탕이 됐고 티켓 없이도 누구나 들어갈 수 있다. 극장은 두 곳이다. 다큐멘터리 영화의 선구자 이름을 딴 Robert Flaherty Theater는 예술가들의 창작 과정을 다루고, 몽타주 이론가 Slavko Vorkapich의 이름을 딴 Slavko Vorkapich Theater는 빛·움직임·소리·편집 같은 영화의 형식 요소에 집중한다 — 공교롭게도 Vorkapich가 1948~50년 이끌었던 USC 영화학과는 훗날 조지 루카스가 다닌 바로 그 학교다.
북쪽 로비의 원통형 유리 엘리베이터 세 대가 관람객을 4층 갤러리로 실어 나른다. 약 7,600m²(82,000 sq ft) 규모의 이 갤러리는 하나의 연속된 동선을 따라 순환하도록 짜여 있다. 5층에는 조각된 천장 아래 750m² 남짓한 전시 공간이 하나 더 있고, 이벤트 공간과 실내외 좌석을 갖춘 레스토랑 Skywalker Grill이 자리한다.

무엇을 ‘이야기 예술’이라 부르는가
내러티브 아트는 이미지로 이야기를 전하는 예술 전반을 가리킨다 — 선사시대 동굴벽화부터 삽화, 만화, 영화, 벽화까지 시대와 매체를 가로지른다. 조지 루카스가 50년에 걸쳐 모은 소장품이 이 개념 하나로 묶여 있다. 4층과 5층의 테마 갤러리는 사랑·가족·공동체 같은 감정의 축과, 판타지·로맨스·모험 같은 장르의 축, 만화책·망가·그래픽노블·사진·벽화 같은 매체의 축을 동시에 돌아가며 배치했다. 20세기 일러스트레이터 개인에게 헌정된 방도 여럿이고, ‘Cinema’ 갤러리는 루카스 아카이브를 기반으로 한 개관전 Star Wars in Motion이 채운다. 로비 천장에는 영화 속 소품인 N-1 스타파이터가 매달려 있어 이 미술관의 뿌리가 어디인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드러난다.
전시 구성 중 눈에 띄는 지점 하나는 노먼 록웰의 1958년작 The Runaway(경찰관 옆에 불안하게 앉은 가출 소년을 그린 그림) 옆에 앤서니 프레다가 2014년 이 그림을 다시 그린 버전을 나란히 건 배치다. 프레다는 원작의 소년과 경찰관을 다시 그리면서 2014년 미주리주 퍼거슨에서 벌어진 총격 사건을 겹쳐 놓았다 — 같은 이미지라도 시대가 바뀌면 뜻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배치다. 5층 별도 갤러리에는 디에고 리베라, 주디 바카, JR, 뱅크시처럼 사회적 발언에 방점을 찍어온 작가들의 대형 작품이 모여 있다. 미술관이 표방하는 ‘이야기’가 판타지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 장치다.

샌프란시스코와 시카고를 거쳐, 16년 만에 로스앤젤레스
이 미술관은 원래 다른 두 도시에서 시작됐다. 2010년 조지 루카스는 샌프란시스코 프레시디오 공원 부지에 미술관을 짓겠다고 제안했지만, 4년을 끈 협상 끝에 무산됐다. 다음으로 눈을 돌린 곳은 시카고 호숫가였는데, 이번에는 공원 부지 용도 규정을 두고 한 시민단체가 소송까지 예고하며 반대해 결국 무산됐다. 두 번의 실패 끝에 닻을 내린 곳이 로스앤젤레스 Exposition Park, 원래 아스팔트 주차장이던 13에이커 부지다.
사업은 2017년 승인됐고 이듬해 착공했다. 애초 2025년 개관을 목표로 했으나 공사가 길어지며 1년 넘게 밀렸다. 조지 루카스는 2012년 루카스필름을 월트디즈니에 40억5천만 달러에 매각했는데, 그 자금 중 상당액을 이 미술관에 직접 쏟아부었다고 알려져 있다. 세 도시, 16년을 거쳐서야 문을 여는 셈이다.

유기적 건축은 어디서 왔나 — 파라메트리시즘의 계보
Ma Yansong은 2004년 MAD를 세우기 전 자하 하디드의 사무소에서 일했다. 그 이력을 알고 보면 이 건물의 형태가 낯설지 않다. 직각과 평면을 기본 단위로 삼던 20세기 모더니즘과 달리, 파라메트리시즘 — 컴퓨터 연산으로 형태를 도출하고 그 결과를 그대로 지어 올리는 설계 경향 — 은 연속된 곡면을 하나의 완결된 지형처럼 다룬다. 자하 하디드가 그 문법을 구조와 파사드까지 밀어붙인 세대라면, MAD는 여기에 ‘산수’라는 동아시아적 풍경 개념을 더해 건물을 인공 지형처럼 다뤄왔다. 하얼빈 오페라하우스나 차오양 파크 플라자가 그 대표작이고, Lucas Museum은 그 문법을 처음으로 미국 땅, 그것도 공공 문화시설 규모로 옮겨온 사례다.
‘조형 자체가 스펙터클이 되는 미술관’이라는 계보를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1997년 프랭크 게리의 구겐하임 빌바오와 만난다. 쇠락한 산업 도시 하나가 미술관 건물 하나로 관광지가 될 수 있다는 걸 증명한 이른바 ‘빌바오 효과’다. Lucas Museum은 그 계보의 가장 최근, 가장 큰 스케일의 후손인 셈이다. 공교롭게도 같은 해 로스앤젤레스에는 비슷한 규모의 이웃이 하나 더 문을 연다 — 피터 줌터가 설계한 LACMA의 David Geffen Galleries다. 두 건물 모두 단층 갤러리에 유기적인 형태, 연면적은 나란히 9,300m² 안팎으로 거의 같다. 다만 태도는 정반대다. 줌터는 콘크리트와 유리로 도시의 풍경을 끝없이 끌어들여 ‘미술은 관계 속에서 읽는 것’이라는 입장을 취하는 반면, MAD는 좁은 골목과 넓은 대로처럼 짜인 동선 속에 관람객을 감싸 넣어 도시를 차단하고 작품과 건물 자체의 스펙터클에 집중하게 만든다. 선전 자연사박물관처럼 유기적 형태의 대형 문화시설이 최근 몇 년 사이 부쩍 늘어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선전 자연사박물관이 ‘자연에는 각이 없다’는 말을 매스로 옮긴 사례라면, Lucas Museum은 ‘이야기에는 각이 없다’는 말을 옮긴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