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땅 증축에 배 만드는 기술을 빌렸다, Tennyson Road

영국 런던 월섬스토(Walthamstow)의 좁은 테라스하우스 한 채가 볼트 천장을 얹은 증축으로 완전히 달라졌다. 예산은 빠듯했고 대지는 비좁았지만, 건축사무소 ROAR Architects는 오히려 그 제약을 조선(造船) 기술에서 빌려온 곡선 지붕으로 풀어냈다.

자작나무 합판을 CNC로 재단해 세운 늑골 구조의 볼트 천장은 지금 이 집에서 가장 사랑받는 자리가 됐다. Tennyson Road의 증축과 리모델링 과정을 살펴본다.

영국 런던 월섬스토 Tennyson Road 빅토리안 테라스하우스 정면
© Chris Wharton

빅토리안 테라스하우스, 좁아서 문제였다

대지는 런던 동북부 월섬스토의 전형적인 빅토리안 테라스하우스다. 늘어나는 가족과 방문하는 친척까지 감당하려면 침실 3개와 욕실 2개가 새로 필요했지만, 대지는 옆집과 다닥다닥 붙은 좁고 긴 형태였다.

두 건의 별도 인허가를 거쳐 1층과 지붕 밑 다락까지 손을 댔고, 뒤뜰 쪽으로 서로 다른 두 개의 볼륨을 증축했다. 처마와 지붕 높이를 제한하는 인허가 조건 안에서 최대한 층고를 확보하는 게 관건이었다.

Tennyson Road 뒤뜰 증축부, 붉은 벽돌 아치와 볼트 지붕 외관
© Chris Wharton

곡선 지붕이 규제를 통과하는 법

뒤뜰 쪽 증축부는 붉은 벽돌 아치로 감싼 반원통형 볼트 지붕이 통째로 얹혔다. 일반적인 경사 지붕이었다면 처마 높이 규정에 걸려 천장을 낮출 수밖에 없었을 구간이다.

ROAR Architects는 지붕을 활처럼 휘게 구부려 규정이 정한 처마선은 그대로 지키면서 내부 천장고만 훌쩍 끌어올렸다. 조선소에서 배의 골조를 짜는 방식에서 착안한 구조다.

Tennyson Road 볼트 천장 아래 주방과 다이닝 공간
© Chris Wharton

CNC로 자른 자작나무 합판이 뼈대가 됐다

곡선 천장의 뼈대는 자작나무 합판을 CNC로 재단한 리브(rib) 수십 개를 촘촘히 세워 만들었다. 설계팀이 직접 리브 개수와 절단 치수를 계산했고, 예산을 지키기 위해 시공팀과 함께 조립까지 맡았다.

규격화된 부재를 짜맞추는 ‘키트 오브 파츠(kit-of-parts)’ 방식이라 자재를 낭비하지 않고도 서로 다른 두 개의 볼륨에 통일감을 줬다. 천장 곳곳에 낸 천창 두 개는 안쪽 깊숙한 곳까지 빛을 끌어들인다.

Tennyson Road 주방 싱크대 위 아치창과 곡선 천장
© Chris Wharton

볼트 천장 아래, 아치창 하나가 만든 온기

주방 싱크대 위쪽으로 곡선 천장이 그대로 흘러내리듯 이어지고, 그 끝에 아치형 창을 냈다. 굽은 합판 리브 사이사이는 선반처럼 비워둬 그릇이나 화분을 올려둘 수 있게 했다.

새로 낸 창은 옛 테라스하우스의 아치형 창호 비례를 그대로 가져온 것으로, 새 증축부가 원래 집과 어색하게 따로 놀지 않도록 잡아주는 장치다.

Tennyson Road 놀이 공간, 볼트 천장과 정원으로 이어지는 비폴딩 도어
© Chris Wharton

천장 하나로 두 공간을 하나처럼

거실 겸 놀이 공간으로 쓰는 반대편 볼륨도 같은 곡선 천장을 공유한다. 안쪽 벽을 낮은 수납장과 벤치로 짜 넣어 아이들 장난감과 책을 그대로 진열할 수 있게 했다.

정원으로 이어지는 비폴딩 도어 앞에는 좌석을 붙박이로 넣어 마당을 바라보며 앉을 자리를 만들었다. 서로 다른 인허가로 따로 지어진 두 볼륨이지만, 반복되는 곡선 천장 덕분에 하나의 공간처럼 읽힌다.

Tennyson Road 주방 팬트리와 아트데코풍 CNC 미닫이문
© Chris Wharton

냄새와 소음을 걸러내는 아트데코 미닫이문

주방과 거실 사이에는 같은 CNC 공법으로 짠 미닫이문을 세웠다. 아치가 겹겹이 포개진 아트데코풍 패턴으로, 문을 닫으면 주방의 냄새와 소음을 뒤쪽 공간과 분리해 준다.

문 하나조차 별도로 발주하지 않고 리브를 만들던 것과 같은 CNC 방식으로 제작해 비용을 아꼈다.

Tennyson Road 욕실, 그린 타일과 테라조 바닥
© Chris Wharton

색으로 포인트를 준 나머지 공간

침실과 욕실, 복도처럼 증축 범위 밖의 기존 공간은 컬러로 승부했다. 욕실은 짙은 그린 타일과 테라조 바닥, 블랙 수전을 매치해 차분하면서도 힘 있는 분위기를 냈다.

큰 공사비를 들이지 않고도 공간마다 성격을 다르게 부여하는 방법으로 컬러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Tennyson Road 복도, 빈티지 캐비닛과 계단실
© Chris Wharton

가족의 손때가 묻은 가구를 그대로

복도와 계단실에는 빈티지 가구와 그림을 그대로 배치해 새로 지은 증축부와 대비되는 온기를 더했다.

건축주 Stephanie는 ‘나무의 따뜻함과 자연광이 가득한 볼트 천장을 정말 좋아한다’며 ‘여름이면 창을 열어두고 그 자리가 집에서 가장 사랑받는 곳이 된다’고 말한다. 아이들이 마당을 들락거리며 노는 모습까지 그 말 안에 다 담겨 있다.

이번 증축은 2023 AJ Retrofit Awards 후보에 올랐고, Don’t Move Improve! 2023 롱리스트에도 이름을 올렸다. 비슷한 제약을 창의적으로 푼 사례로 런던 석탄창고 자리에 샤워실을 넣은 집, The Signal House도 참고할 만하다.

ArchitectsROAR Architects
PhotosChris Wharton
ContractorLMK (시공), Derek Lofty & Associates (구조설계)
Category리모델링(단독주택 증축)
Country영국
Materials자작나무 합판(CNC 가공), 벽돌, 유리
LocationWalthamstow, London
Area158m²(1, 700 sq ft)
Year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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