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턱에 멈춘 건설로봇, 국토부가 연 500억 실증 꺼냈다

아파트 외벽을 따라 내려오며 도장 작업을 하는 건설로봇
현대엔지니어링의 외벽 도장 로봇. 이 로봇은 2026년 2월 국토교통부 건설신기술로 지정됐다. 사진: 현대엔지니어링 제공(현대자동차그룹 뉴스룸)

숙련공은 떠나고 남은 인력은 늙어 간다. 건설 현장의 이 오래된 문제에 업계가 내놓는 답은 점점 건설로봇으로 모인다. 그런데 기술은 이미 현장 문 앞까지 왔는데, 정작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이 국회에서 쏟아졌다.

10월 6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건설현장 정상화를 위한 정책세미나 — 건설로봇 활성화 방안’이 열렸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대한건축학회가 공동 주최하고, 대한건축학회와 건축다시세우기포럼이 주관했다. 학계와 대형 건설사, 로봇 기업, 국토교통부가 한자리에 앉았다.

로봇 값은 내려왔다, 걸림돌은 제도다

도입 여건 자체는 빠르게 나아지고 있다. 김주형 한양대 건축공학부 교수는 과거 약 9,000만 원이던 로봇 본체에 장비를 더하면 한 대에 2억 원을 훌쩍 넘었지만, 최근에는 비슷한 역할을 하는 중국산 로봇이 약 800만 원에 공급되는 사례가 있다고 소개했다. 그가 제시한 경제성 분석에 따르면 한 현장에 로봇 10대를 들일 때 경제적 이익은 평균 26억3,000만 원이다. 중증 산업재해가 16.9%, 위험 작업 노출 시간은 약 72% 줄어드는 효과가 반영된 수치다.

막히는 곳은 제도다. 로봇 시공에 대한 표준품셈과 시방서가 없고, 현장을 돌아다니는 이동형 로봇의 안전인증 기준도 미비하다. 사고가 나면 누가 책임지는지도 불분명하다. 김 교수는 사람 자리에 로봇만 끼워 넣어서는 한계가 있다며, 로봇 작업 구역과 시간을 나누고 자재 공급 방식과 동선까지 바꾸는 ‘로봇 친화형 공법’으로 현장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했다.

‘시범사업 연옥’에서 빠져나오려면

현장의 목소리는 더 구체적이었다. 정영도 포스코이앤씨 로보틱스솔루션그룹 프로는 “건설은 제품이 아니라 프로젝트”라며, 현장마다 조건이 다른 만큼 국가 차원의 건설로봇 테스트베드와 공공공사를 활용한 초기 시장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동주 GS건설 미래기술원 팀장은 현장에 쓸 국산 건설로봇이 아직 너무 적다며, 시장이 작아 로봇 기업은 개발을 꺼리고 건설사는 쓸 로봇이 없는 악순환을 원인으로 꼽았다.

이광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안전관리계획, 건설기계 유인 조종, 직접시공 비율 같은 현행 규정이 오히려 로봇 도입을 막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증이 본사업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시범사업만 되풀이되는 이른바 ‘시범사업 연옥’을 경계하며, 건설로봇의 법적 정의와 분류 체계부터 세워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동민 고레로보틱스 대표는 로봇이 현장을 학습할 데이터와 AI 모델이 지원에서 빠져 있다며 건설 전용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공공 차원에서 마련하자고 했다.

국토부, 연 500억 원 건설로봇 실증과 인증제 꺼냈다

정부도 답을 내놨다. 박명주 국토교통부 기술정책과장은 내년부터 연간 500억 원 규모의 피지컬 AI 기술 실현장 검증 지원사업을 새로 만들고, 실증에서 초기 장비 도입 지원으로 이어지는 상용화 경로를 갖추겠다고 밝혔다. 건설로봇 인증제를 도입하고, 건설기계관리법상 건설기계에 건설로봇을 편입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검증된 성능을 근거로 현장 확산을 밀겠다는 것이다.

공장에서 부재를 만들고 현장에서는 조립하는 탈현장건설(OSC)이 늘어나는 흐름도 변수다. 김정희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장은 그런 현장에 어떤 로봇이 필요할지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장 공정을 공장으로 옮기는 변화는 〈골조공사 1년→2개월 — 현대건설, AI 데이터센터 전면 프리캐스트〉와 〈공장이 80% 짓는다 — 모듈러 확산에 줄어드는 현장 인력〉에서도 다룬 바 있다. 기술의 숙제는 거의 풀렸다. 이제 남은 건 그 기술이 일할 수 있는 규칙을 만드는 일이다.


이 기사는 아래 원문 보도를 참고해 PHM ZINE이 새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사진과 자세한 내용은 원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출처 : 파이낸셜투데이 — 현장 문턱서 멈춘 건설로봇…국토부, 500억 실증 마중물

출처 : 이투데이 — 건설로봇, 연구실 넘어 현장으로…“상용화 위한 실증 확대·제도 개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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