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공사장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크레인이 무거운 콘크리트 벽체를 들어 올릴 때다. 미리 공장에서 찍어낸 프리캐스트 부재를 허공에 매달아 놓고, 인부 여럿이 매달려 각도와 위치를 손으로 맞추는 장면은 지금도 흔하다. 싱가포르 공공주택 개발청 HDB는 이 장면 자체를 다시 설계했다.
HDB는 지난 19일, 싱가포르 텡아(Tengah) 지구의 공공주택 Garden Waterfront @ Tengah에서 시공사 Obayashi Singapore와 함께 진행한 ‘건설전환 프로젝트(Construction Transformation Project, CTP)’가 목표한 생산성 개선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2022년 시작된 이 실증사업은 인력 1인당 하루 시공 면적을 기존 0.6m² 기준보다 25%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했고, 지난 6월 완공된 1단지(Garden Waterfront II)는 이 수치를 사실상 채웠다. 2단지(Garden Waterfront I)도 올해 안에 같은 결과를 낼 전망이다.
빔도 기둥도 없앤 프리캐스트 평면
생산성을 끌어올린 첫 축은 프리캐스트 표준화다. 구조체 작업을 최대한 공장에서 미리 마치고 현장에는 조립만 남기는 방식으로, 크레인 사용량과 현장 인력을 동시에 줄였다. 반복 사용 가능한 몰드로 부재를 대량 생산하면서 여러 단지에 같은 규격의 프리캐스트 부품을 그대로 돌려쓸 수 있게 된 것도 소득이다.
이 표준화는 설계 자체도 바꿨다. HDB는 프리캐스트 모듈을 기반으로 빔과 기둥이 없는 평면을 개발했고, 입주민은 벽 구조에 얽매이지 않고 거실과 방을 원하는 대로 나눌 수 있게 됐다. 이 빔·기둥 없는 설계는 이미 베이쇼어(Bayshore), 부킷메라(Bukit Merah), 갈랑·왐포아(Kallang/Whampoa), 마운트플레전트(Mount Pleasant) 등 6개 단지로 확대 적용됐다.
크레인의 눈이 된 센서
두 번째 축은 무거운 부재를 들어 올리는 순간의 안전과 정밀도다. HDB는 자이로스코프로 회전과 흔들림을 제어하는 장치 SkyJuster를 먼저 도입해, 크레인으로 부재를 올릴 때 인부가 손으로 각도를 맞추던 작업을 줄였다. 이어 싱가포르국립대(NUS), 국립과학기술연구청 A*STAR와 함께 지능형 리프팅 프레임(Intelligent Lifting Frame, ILF)을 개발했다. 실시간 센서로 무게 불균형을 감지해 크레인 기사가 원격으로 인양 지점을 미세 조정할 수 있게 한 장치로, 인양 작업의 생산성을 최대 30%까지 높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주롱웨스트(Jurong West)의 한 단지에서 시범 적용 중이며, 상용화 전 보완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시공 데이터를 자동화해 생산성을 끌어올리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LH가 최근 BIM 기술로 공사비 계산까지 자동화하기 시작한 것도 같은 흐름이다.
정자 하나를 통째로 인쇄하다
세 번째 축은 3D 콘크리트 프린팅이다. Garden Waterfront I·II 사이 공용녹지에는 곡선 형태의 정자(botanic arbor)가 있는데, 서로 다른 모양의 콘크리트 세그먼트 22개를 이어 붙여 완성했다. HDB의 우드랜즈 건축연구센터에서 3D 프린팅과 타설을 병행해 제작했고, 길이 13.6m·폭 3.7m·높이 3.6m 규모로 HDB가 지은 3D 프린팅 구조물 중 가장 크다. 파라메트릭 설계로 각 세그먼트의 두께를 최적화해, 같은 크기를 기존 방식으로 지었을 때보다 콘크리트 사용량을 약 50% 줄였다.

3D 프린팅으로 집을 짓는 시도는 이미 여러 나라에서 이어지고 있다. 덴마크 학생주택 36채를 3D 프린터로 완공한 사례처럼, 정형화된 틀 없이 복잡한 형태를 뽑아내는 기술은 주거용 건물로도 빠르게 번지는 중이다.
입주민이 직접 체감하는 변화도 있다. Garden Waterfront I·II는 실시간으로 가구별 전력 사용량을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 어댑터(Smart Adapter)를 처음 도입한 텡아 지구 단지다. HDB는 이번 실증에서 검증된 기술을 다른 공공주택 사업에 순차적으로 적용하는 한편,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을 접목한 다음 단계 시공법도 함께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이 기사는 아래 원문 보도를 참고해 PHM ZINE이 새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사진과 자세한 내용은 원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