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9월이면 한 해 동안 완공된 건축물 가운데 어떤 작품이 올해를 대표하는지 가려내는 자리가 열린다. 한국건축가협회(KIA)가 주관하는 건축상이다. 그런데 올해 수상작 명단에는 낯선 이름 하나가 섞여 눈길을 끈다. 서울에 미술관을 지은 오스트리아 건축가다.
한국건축가협회는 9월 18일 2026년도 건축상 수상자와 수상작을 발표했다. 지난 8월부터 두 달간 지원 자격과 제출 서류를 심사해 확정한 결과다. 올해는 제49회 한국건축가협회상과 함께 아천건축상·김종성건축상·무애25년건축상·김정철건축문화상 등 네 개 특별상 수상작도 함께 이름을 올렸다. 공교롭게도 발표 직전 서울에서는 서울건축문화제가 개막해 건축을 시민에게 소개하는 행사도 함께 열렸다. 이번 발표에서 가장 눈에 띄는 수상작은 지난해 문을 연 서울시립사진미술관이다.
오스트리아 건축가가 그린 사진미술관
서울 도봉구 창동에 있는 서울시립사진미술관은 2025년 5월 개관한, 국내 공립미술관 중 처음으로 사진 매체만 다루는 전문 미술관이다. 연면적 7,048m², 지하 2층·지상 4층 규모로, 설계는 오스트리아 건축가 Mladen Jadric(믈라덴 야드리치, Jadric Architektur ZT GmbH 대표)과 한국 건축가 윤근주(일구구공도시건축)가 함께 맡았다. 외관은 사진을 이루는 픽셀을 건축적으로 풀어낸 것이 특징이다. 직선으로 촘촘히 쌓인 블랙 톤 루버가 한쪽 모서리에서 곡선으로 휘어 내려오며 매표소와 로비로 이어지는 지점을 감싼다. 내부에는 4개의 전시실 외에도 포토 북카페, 암실, 포토라이브러리처럼 사진이라는 매체 자체를 체험하게 하는 공간이 곳곳에 배치됐다.

이번 한국건축가협회상에는 서울시립사진미술관 말고도 여러 공공건축물이 이름을 올렸다. 배달 플랫폼 우아한형제들의 라이더 교육시설 배민라이더스쿨(대표건축가 정용교, 정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김찬중(THE_SYSTEM LAB)이 설계한 서울시립 서서울미술관, 이원석(더블유아키텍츠건축사사무소)과 박동주(디자인랩스튜디오건축사사무소)가 함께 설계한 서울특별시교육청 신청사가 대표적이다. 미술관·교육청사·기업 연수시설처럼 공공성이 뚜렷한 건축물이 올해 수상작의 큰 축을 이뤘다.

현대차그룹 교육시설, 김종성건축상 품다
특별상 중 김종성건축상은 최근 5년 안에 완공된 건축물 가운데 기술적 완성도가 뛰어난 작품에 준다. 올해 수상작은 경상북도 경주시 양남면에 있는 현대자동차그룹 영남권 교육연구시설이다. 설계는 홍익대학교 건축대학 학장을 지낸 민현준(건축사사무소 엠피에이알티 대표)이 맡았다. 대지면적 124,957m², 연면적 73,362m² 규모로,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노동자를 위한 경주캠퍼스와 협력사 임원을 위한 글로벌 상생협력센터, 두 개의 연수원으로 이뤄졌다. ㄱ자와 ㄴ자 모양의 두 건물을 마주 붙여 ㅁ자로 배치하고, 50m가 넘는 구간에 기둥 하나 없는 필로티를 메가트러스 구조로 띄웠다. ‘기업의 연수원이 리조트 호텔과 어떻게 달라야 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설계를 시작했다는 게 건축가의 설명이다.

환기미술관, 25년 만에 다시 조명받다
무애25년건축상은 조금 다른 성격의 상이다. 준공한 지 25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건축적·공공적 가치를 인정받는 건물에 준다. 올해는 서울 종로구 부암동 환기미술관이 골랐다. 1992년 문을 연 이 미술관은 추상화가 김환기의 작품을 소장·전시하는 사립미술관으로, 설계는 재미건축가 우규승(Kyu Sung Woo Architects 대표)이 맡았다. 하버드대학원에서 도시설계를 공부한 우규승은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 한국실, 하버드대 대학원생 기숙사 등을 설계해온 건축가로 2008년 호암상을 받기도 했다. 환기미술관은 완공 2년 뒤인 1994년 김수근건축상을 받은 데 이어, 이번에 다시 한번 한국건축가협회의 인정을 받은 셈이다.

김정철건축문화상은 건물이 아니라 사람에게 주는 상이다. 올해는 건축전문지 아키라이프의 김용관 대표가 받았다. 아천건축상은 대구가톨릭대학교 안에 지어진 ‘프로젝트 청도’를 설계한 전필준(인터건축사사무소)에게 돌아갔다. 국내외 건축상 소식은 최근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다니엘 리베스킨트가 국제건축상을 받은 소식에 이어, 이번엔 국내 무대에서 결과가 나온 셈이다. 1979년 제정돼 올해 49회를 맞은 한국건축가협회상이 해외 건축가의 작품과 30여 년 된 옛 건물을 나란히 조명했다는 점에서, 올해 수상작 명단은 예년과 결이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기사는 아래 원문 보도를 참고해 PHM ZINE이 새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사진과 자세한 내용은 원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