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 하나를 설계할 때 흙을 얼마나 깎고 쌓을지, 빗물은 어디로 빠지게 할지 계산하는 작업은 지금도 손이 많이 간다. 이 반복 작업을 3차원 모델과 결합해 자동화하는 기술이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건설정보모델링)이다. 문제는 공공기관마다 이 기술을 따로 개발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자체 개발한 단지 분야 BIM 핵심기술을 경기주택도시공사(GH)에 넘긴다. LH는 9월 10일 경기 수원시 GH 본사에서 BIM 기술이전과 3기 신도시 조성사업 협력체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번 협약으로 LH가 마련한 단지 분야 BIM 적용지침과 설계지원 원천기술이 GH로 이전된다.

공사비까지 자동으로 뽑아주는 BIM 기술
LH는 공공기관 가운데 처음으로 BIM 적용지침을 마련한 데 이어, 단지 설계를 지원하는 원천기술도 자체 개발했다. 이 소프트웨어는 단지 설계 과정에서 공사비 산출과 우수·오수 수리계산, 토공설계(흙을 깎고 쌓는 물량 계산)를 자동으로 처리한다. 그동안 설계자가 하나하나 손으로 계산하던 단계를 소프트웨어가 대신하는 셈이다.
기관마다 이런 기술을 따로 만들면 같은 계산 도구를 여러 번 개발하는 데 예산이 겹쳐 들어간다. LH가 원천기술을 GH에 무상으로 넘긴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부산에 이어 경기도까지, BIM 표준화 확산
LH의 BIM 기술이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에는 부산도시공사(BMC)와 업무협약을 맺고 같은 기술을 이전했다. 두 달 사이 지방공기업 두 곳으로 대상이 넓어지면서, LH가 개발한 단지 분야 BIM 기술이 공공 건설 현장 곳곳으로 퍼지는 모양새다.
LH 관계자는 “부산도시공사, 경기주택도시공사에 이어 BIM 기술을 필요로 하는 기관을 대상으로 기술이전을 이어갈 것”이라며 “LH가 독자 개발하고 보유한 BIM 기술을 공공 분야에 적극 공유해 공공부문 BIM 기술 생태계 조성을 선도해 가겠다”고 말했다. 기관별로 달랐던 BIM 적용 기준을 통합해 공공부문 단지 분야 표준체계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배경에는 국토교통부의 정책 로드맵이 있다. 국토부는 2020년 ‘건설산업 BIM 기본지침’과 ‘2030 건축 BIM 활성화 로드맵’을 마련하고, 공공공사를 중심으로 BIM 적용 대상을 단계적으로 넓히고 있다. 목표는 2030년까지 전 공공공사에 BIM을 도입하는 것이다. 개별 기관이 따로 만들던 기술을 업계 표준으로 묶으려는 시도는 최근 다른 분야에서도 감지된다. LG유플러스·GS건설이 추진하는 AI데이터센터 표준모델처럼, 반복 투자를 줄이고 기준을 하나로 맞추려는 흐름이 건설업계 전반에서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당장 눈에 띄는 변화는 아니지만, 설계 단계마다 반복되던 계산이 자동화되면 그만큼 설계 기간과 예산이 줄어든다. LH가 이 기술을 필요로 하는 다른 기관으로 이전을 계속 넓혀갈지, 그래서 공공 단지 설계의 실제 표준으로 자리 잡을지는 앞으로 지켜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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