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재는 기준이 바뀌고 있다. 무엇을 생산하느냐가 아니라, 사람이 그 안에서 어떻게 살아가느냐로. OMA의 매니징파트너 David Gianotten은 암스테르담, 로마, 타이베이를 오가며 이 변화를 몸으로 겪고 있는 건축가다. 그가 최근 designboom과의 인터뷰에서 던진 질문은 하나다 — 도시를 하나의 공식으로 설계할 수 있는가.

15분 도시라는 틀, 그리고 그 함정
’15분 도시(15-Minute City)’는 최근 몇 년간 가장 영향력 있는 도시계획 개념으로 꼽힌다. 걷거나 자전거로 15분 안에 일상의 대부분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동네를 조직해, 자동차 의존을 줄이고 주거·업무·여가·서비스를 가깝게 묶는다는 아이디어다. Gianotten은 이 틀 자체는 유용하다고 인정하면서도, 이를 보편적인 설계 모델로 다루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유는 역설에 있다. 대중교통과 편의시설이 좋아진 동네는 그만큼 매력적인 동네가 되고, 매력적인 동네는 땅값을 밀어 올린다. 접근성이 좋아질수록 오히려 그 동네에 살기 어려워지는 구조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Gianotten은 새로운 교통 연결과 편의시설이 땅값을 바꾸고, 이는 주거비 부담과 개발, 접근성에 중요한 영향을 준다고 짚는다. 그래서 그는 15분 도시를 정해진 청사진이 아니라, ‘일상이 더 접근 가능하고 지속가능하며 연결되도록 만드는 지향점’ 정도로 다시 규정한다.
홍콩의 몰, 로마의 팔림프세스트
Gianotten이 보편 모델을 경계하는 이유는 그의 실무 경험에서 나온다. OMA는 시드니 Powerhouse Parramatta 전시를 준비하며 쇼핑몰의 역사를 연구했다. ‘몰의 아버지’로 불리는 Victor Gruen은 애초 몰을 자동차 중심 교외의 시민센터로 구상했지만, 결국 이 유형은 교외 확산과 도심 쇠퇴의 상징이 됐다. 그런데 이 궤적도 지역마다 달랐다. Gianotten이 7년을 살았던 홍콩처럼 밀도 중심으로 발전한 아시아 도시에서는, 몰이 오히려 대중교통망과 통합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OMA가 진행 중인 Roma Continua는 이런 시각을 로마에 적용한 프로젝트다. 향후 25년의 로마를 하나의 팔림프세스트(겹쳐 쓴 양피지)로 보고, 기존에 있는 것을 지우는 대신 그 위에 새로운 구조와 시스템을 더하는 접근이다. Gianotten은 이미 존재하는 것을 먼저 파악하고, 그 위에 미래의 도시적 삶을 지탱할 것들을 더하는 게 과제였다고 설명한다.

타이베이의 저층 주거지, 암스테르담의 옛 교도소
대규모 마스터플랜으로 갈수록 이 질문은 더 중요해진다. Gianotten은 건축가와 도시계획가가 도시 변화의 방향에 영향을 줄 수는 있어도, 그 변화를 혼자 만들어낼 수는 없다고 말한다. 타이베이에서 OMA는 주민들이 직접 의뢰한 1960년대 저층 주거지 재개발을 진행 중이다. 낮은 밀도, 서로 이어진 건물, 풍부한 녹지 — 주민들과의 대화를 통해 이런 특징이야말로 그들이 지키고 싶어하는 가치라는 걸 확인했고, 설계는 무엇을 새로 지을지보다 무엇을 남길지를 먼저 물었다.
암스테르담의 Bajes Kwartier는 밀도와 삶의 질을 함께 다룬 사례다. 옛 Bijlmerbajes 교도소 부지를 약 1,350가구 규모의 주거지로 전환하는 이 프로젝트는 30%를 소셜 하우징으로 채웠고, 철거 과정에서 나온 콘크리트·철근·감방문 등 자재의 98%를 재사용하거나 재활용했다. 지하 냉난방 축열 시스템과 태양광 설비도 함께 들어간다. 최근 완공된 건물 The Martin은 매스가 서로 맞물리는 구조로 세대와 주변 동네 사이의 관계를 한층 열어둔 사례로 꼽힌다.
Gianotten의 결론은 예측이 아니라 적응이다. 도시가 앞으로 어떤 모습일지 정교하게 예측하려 하기보다,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틀을 만드는 게 건축가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그는 안전과 자원에 대한 접근, 공동체 의식, 삶의 질 같은 사람들의 근본적인 필요는 크게 달라지지 않지만, 그 필요가 표현되고 도시가 응답하는 방식은 저마다 다르다고 말한다.
이 기사는 아래 원문 보도를 참고해 PHM ZINE이 새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사진과 자세한 내용은 원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출처 : designboom — david gianotten of OMA on why local context matters in shaping future citie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