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민 신혼집에 들어선 출연진이 가장 먼저 한 말은 ‘한강뷰 카페인 줄 알았다’였다. 티아라 효민이 올해 4월 방송에서 처음 공개한 신혼집은 한강을 내려다보는 고층 주거다. 현관의 조명부터 욕실 타일, 주방 수납장까지 효민이 직접 구상하고 업체와 함께 다듬어 채웠다.
그런데 이 집 인테리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오히려 ‘없는 것’이다. 주방 상판에는 아무것도 없고, 그릇과 가전은 전부 문 뒤로 들어갔다. 대신 아끼는 그릇은 다이닝룸 유리장 안에서 빛을 받는다. 무엇을 숨기고 무엇을 드러낼지, 그 배분이 사는 사람의 하루를 어떻게 바꾸는지, 그리고 어디서 계산이 살짝 어긋났는지를 공간별로 따라가 본다.

한강뷰 신혼집, 진짜 거실은 테라스에 있다
거실 끝 유리문을 열면 한강 쪽으로 튀어나온 테라스가 나온다. 라탄 등받이를 두른 라운지 체어들이 유리 화로 테이블을 가운데 두고 마주 보게 놓였다. 재미있는 건 의자 방향이다. 강을 정면으로 바라보게 나란히 세우지 않고,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서로를 향하게 했다. 경치를 감상하는 전망대가 아니라 사람끼리 마주 앉는 방으로 쓰겠다는 배치다. 방송 첫 장면에서 효민이 머그잔을 들고 차를 마시던 자리도 바로 여기다.
조망이 좋은 집일수록 가구를 전부 창 쪽으로 돌리고 싶어진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거실은 ‘보는 곳’이 되고, 보는 곳에서는 대화가 줄어든다. 시선의 절반은 풍경에, 절반은 사람에게 주는 배치가 오래 머물고 싶은 자리를 만든다. 물을 바라보면서 불을 가운데 두는 구성은 그 효과가 특히 크다. 불멍과 물멍을 한자리에서 하는 셈이니, 출연진이 처음에 이곳을 한강뷰 카페로 착각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
다만 화로는 짚고 넘어갈 부분이다. 방송에서는 꼬챙이 끝에 알코올을 묻혀 불을 붙이는 방식으로 소개됐는데, 이런 알코올 연료 화로는 연소하면서 주변 공기를 쓰기 때문에 환기가 필수다. 이 테라스는 앞면이 창처럼 열리는 구조라 조건은 갖춘 편이지만, 창을 모두 닫은 채 오래 켜 두는 건 피하는 게 맞다. 라탄 의자와 패브릭 쿠션도 화로와 거리를 두는 게 좋다. 일반 아파트 발코니에서 이 분위기를 따라 하고 싶다면 화로 대신 낮은 사이드 테이블에 LED 캔들을 모으고, 라운지 체어 두 개를 강이 아닌 서로를 향해 비스듬히 놓는 것만으로도 비슷한 장면이 나온다.

곡선 소파는 마주 보게 만든다, 넓은 거실일수록 원을 그려라
효민 신혼집 거실 중심에는 화이트 부클레 원단의 곡선 모듈 소파가 놓였다. 앞에는 월넛 톤의 타원형 테이블이 소파 곡선을 따라간다. 효민은 이 소파의 장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한쪽 끝과 반대쪽 끝에 한 사람씩 누우면 서로 얼굴이 보인다는 것, 일자 소파였다면 발끝만 보였을 거라는 것이다. 웃자고 한 말 같지만 가구 형태가 생활 장면을 어떻게 바꾸는지 정확히 짚은 말이다.
일자 소파는 기본적으로 TV를 바라보는 가구다. 나란히 앉은 사람끼리는 고개를 돌려야 눈이 마주친다. 곡선이나 ㄷ자 소파는 앉는 사람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안쪽으로 모인다. 같은 거실, 같은 두 사람이라도 소파 모양에 따라 저녁 시간이 ‘각자 화면 보기’가 되기도 하고 ‘마주 보고 이야기하기’가 되기도 한다. 공간이 관계의 기본값을 정한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아쉬운 건 거실의 크기다. 층고가 높고 바닥 면적이 넓다 보니 소파와 테이블이 거실 한가운데 섬처럼 떠 있고, 창가 쪽과 벽 쪽은 꽤 비어 있다. 갤러리 같은 인상은 여기서 나오지만 생활의 온기는 그만큼 옅다. 창가에 1인 라운지 체어와 플로어 스탠드를 한 세트로 두면 섬이 두 개가 되면서 거실에 머무는 장소가 늘어난다. 국내 30평대 아파트 거실이라면 이 정도 곡선 소파는 오히려 답답해진다. 그럴 땐 2~3인용 곡선 소파 하나에 맞은편 1인 체어를 두거나, 일자 소파 끝에 체어를 비스듬히 붙여 열린 각도를 만드는 쪽이 현실적인 대안이다.

조각 같은 조명일수록 전선은 먼저 숨겨라
현관을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것은 사람 키만 한 금속 기둥이다. 세로로 갈라진 틈에서 따뜻한 빛이 새어 나와 옆 벽을 위아래로 쓸어내린다. 효민이 4개월을 기다려 받았다는 조명인데, 출연진 한 명은 공기청정기인 줄 알았다고 했다. 농담 같은 그 착각이 이 조명의 성격을 정확히 짚는다. 꺼져 있을 땐 오브제, 켜져야 비로소 조명이 되는 물건이다. 갤러리 입구에 세워 둔 작품처럼 현관의 첫인상을 맡겼다. 방송에서 제품명은 확인되지 않았다.
문제는 바닥이다. 하단을 가까이 비춘 장면을 보면 기둥 아래에서 나온 전선이 바닥을 가로질러 벽 콘센트에 꽂혀 있다. 주문하고 4개월 뒤에 도착했다는 사정을 생각하면, 배선 계획이 다 끝난 뒤에 이 조명의 자리를 찾은 게 아닐까 싶다. 조각형 조명은 형태 자체가 감상 대상이라 선 하나가 완성도를 크게 깎는다. 리모델링 단계라면 조명 자리를 먼저 정하고 바닥 매립 콘센트를 심어 두는 게 정석이고, 마감이 끝난 집이라면 바닥과 같은 톤의 몰딩형 전선 커버로 선을 걸레받이 라인에 붙여 숨기는 것만으로도 인상이 달라진다.
집 전체 조명으로 보면 이 집은 세 겹 중 두 겹을 갖췄다. 거실 천장은 우물천장 둘레에 간접 조명을 매립한 코브 조명과 다운라이트가 전반 조명을 맡고, 현관 기둥 조명과 다이닝 진열장 조명이 연출 조명을 맡는다. 화면에 잡힌 범위에서 비어 보이는 건 국부 조명이다. 소파 옆에서 책을 읽거나 휴대폰을 볼 때 손 가까이 떨어지는 빛이 없으면 저녁 내내 천장 조명 하나의 밝기로 버텨야 한다. 소파 끝에 2700K 안팎의 플로어 스탠드 하나, 천장 조명에 디머 스위치 하나만 더해도 같은 거실이 낮과 밤에 다른 표정을 갖는다.

빅슬랩 욕실, 블랙은 면이 아니라 점으로 쓴다
공개 당시 ‘올블랙’ 화장실로 소개됐지만, 실제 화면 속 효민 신혼집 욕실의 주인공은 블랙이 아니다. 벽과 바닥을 감싼 것은 베이지 바탕에 대리석 결이 흐르는 빅슬랩 타일이고, 블랙은 변기와 휴지, 휴지걸이, 액세서리 같은 작은 요소에만 들어갔다. 효민은 타일 업체, 디자인 업체와 여러 차례 미팅하며 함께 설계했다고 했고, 벽 한 면이 타일 한 장이라는 점을 이 욕실의 특징으로 꼽았다. 출연진이 호텔 로비 화장실 같다고 한 이유도 거기 있다.
빅슬랩 타일의 힘은 줄눈을 없애는 데서 나온다. 줄눈이 사라지면 벽이 하나의 돌덩어리처럼 읽히고, 좁은 욕실도 면이 끊기지 않아 넓어 보인다. 물때가 끼는 선이 줄어 관리가 쉬워지는 건 덤이다. 여기에 블랙을 면 전체가 아니라 점으로 찍은 게 영리한 선택이다. 좁은 욕실을 블랙 타일로 다 덮으면 빛을 먹어 동굴이 되지만, 밝은 석재 위에 블랙 변기와 블랙 휴지가 놓이면 긴장감만 남는다. 찾아온 사람이 즐거우라고 휴지 색까지 맞췄다는 말에선 이 공간을 손님에게 보여줄 무대로도 생각했다는 게 읽힌다.
조명은 한 번 더 생각해 볼 부분이다. 길게 뺀 일체형 세면대 위 선반 아래로 라인 조명이 숨어 있어 석재 결을 은은하게 살리지만, 거울 앞에 선 사람의 얼굴을 정면에서 비추는 빛은 화면상 보이지 않는다. 위나 아래에서만 빛이 오면 눈 밑과 턱 아래에 그림자가 진다. 화장이나 면도를 하는 공간이라면 거울 양옆에 세로 조명을 달거나 거울 테두리에 백라이트를 넣어 3000~4000K의 빛을 얼굴 높이에서 주는 게 좋다. 빅슬랩을 일반 아파트에 그대로 옮길 때도 함정이 있다. 판재가 커서 엘리베이터 반입과 현장 재단, 시공 인건비가 크게 붙는다. 욕실 전체 대신 세면대 뒤 벽 한 면만 빅슬랩으로 하고 나머지는 같은 톤의 대형 포세린 타일로 맞추면 예산을 지키면서 비슷한 인상을 낼 수 있다.

블랙 주방 인테리어, 대리석은 한 종류만 고르는 게 맞다
효민이 신혼집에서 가장 애정한다고 소개한 곳은 주방이다. 벽 한 면을 천장까지 닿는 블랙 키 큰 수납장으로 채우고, 아일랜드 하부는 우드, 상판은 스테인리스 계열로 맞췄다. 그 앞에 블랙 스툴 세 개가 줄지어 있다. 효민은 수납장을 모두 제작해서 짜 넣었고, 색도 블랙으로 다 바꿨다고 했다. 심플한 색이 좋더라는 이유에서다. 출연진 반응은 ‘주방에 아무것도 없다’였다.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비결은 수납장 문 뒤에 있다. 블랙 문을 밀어 열면 오븐과 커피머신, 각종 조리 기구가 들어 있는 별도 공간이 나온다. 문을 닫으면 주방은 그저 단정한 블랙 벽이 된다. 거실과 주방이 한 공간으로 트인 구조에서는 이 차이가 크다. 가전이 보이는 순간 거실은 부엌의 연장이 되고, 가전이 사라지면 부엌이 거실의 연장이 된다. 블랙은 이런 벽장형 수납과 특히 궁합이 좋다. 문짝 사이 틈과 손잡이 선이 어둠에 묻혀 수납장이 아니라 하나의 벽처럼 읽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주방에는 시선을 끄는 대리석 패턴 기둥이 두 개 있다. 하나는 화이트 바탕에 그레이 결이 흐르고, 다른 하나는 골드와 그린 계열의 굵은 결이 들어 있다. 블랙, 우드, 스테인리스만으로도 이미 재료가 셋인데, 성격이 다른 석재 두 개가 한 화면 안에서 주인공 자리를 나눠 가진다. 하나를 골라 그 결만 남기고 나머지 기둥은 블랙 수납장과 같은 톤으로 감싸면 블랙 주방의 단정함이 더 또렷해질 것이다. 조명도 손볼 여지가 있다. 블랙 마감은 빛을 흡수해 같은 밝기에서도 어둡게 읽힌다. 화면상 아일랜드 위에는 천장 매립등만 보이는데, 작업면을 비출 낮은 펜던트나 키 큰 수납장 하단의 라인 조명을 더하면 요리할 때 손 주변이 훨씬 밝아진다.

숨기는 수납은 물건의 ‘자리’부터 정해야 끝까지 숨는다
아일랜드 서랍을 열면 수저가 칸칸이 누워 있고, 다른 벽의 수납장에서는 화이트 꽃잎 모양 접시들이 크기별로 포개진 채 나온다. 그릇은 색상별로, 조리 도구는 종류별로 나눴다. 출연진은 박물관 같다고 했다. 시야에 걸리는 물건이 적을수록 집에서 쉬는 감각이 커진다는 건 수납 이야기에서 빠지지 않는 원리다. 눈에 들어오는 정보가 줄면 머리도 덜 바쁘다. 이 주방이 화면보다 실제로 더 고요하게 느껴질 거라는 짐작이 드는 이유다.
흥미로운 건 숨지 못한 물건들이다. 개수대 옆에는 식기 건조대와 설거지 도구가 나와 있고, 대리석 기둥 옆에는 작은 스탠드 위에 정수기가 따로 올라가 있다. 모든 걸 문 뒤로 넣겠다는 계획에서 하루에도 수십 번 손이 가는 물건의 자리가 빠졌던 건 아닐까 싶다. 숨기는 수납이 무너지는 지점은 대개 여기다. 자주 쓰는 물건일수록 문을 열고 꺼내는 한 동작이 귀찮아져 결국 밖으로 나온다. 앞서 다룬 〈드레스룸이 두 개인데도 옷이 넘친다?〉에서 짚었듯 수납은 양보다 순환의 문제다.
대안은 매일 쓰는 것들에 ‘보이지 않는 전용석’을 주는 것이다. 개수대 하부에 식기 건조 서랍을 넣거나 싱크볼 위에 걸치는 롤 매트로 건조대를 대신하고, 정수기는 하부장에 넣는 언더싱크 타입으로 바꿔 상판에는 수전만 남기는 식이다. 설거지 도구는 싱크볼 안쪽 벽에 붙이는 작은 트레이로 옮기면 된다. 그래야 서랍 속 질서가 상판 위까지 이어진다. 심플한 주방이 시선을 어떻게 배분하는지는 〈주방은 왜 이렇게 심플할까? 기은세 평창동 집의 시선 배분〉에서도 다른 방식으로 확인할 수 있다.

다이닝룸은 진열장이 조명이 된다, 펜던트는 조금 더 낮게
주방을 지나면 따로 분리된 다이닝룸이 나온다. 어두운 톤의 타원형 테이블과 다크 체어, 그레이 블루 톤의 벽, 그리고 한쪽 벽을 통째로 채운 유리 진열장이 있다. 효민은 아끼는 그릇을 한군데 모았다며 유리, 실버, 스테인리스 소재를 믹스매치해 놓았다고 설명했다. 진열장 선반 가장자리에는 LED 라인 조명이 들어가 우드 배경판 앞에서 유리잔과 실버 기물이 반짝인다. 출연진은 레스토랑 같다고 했다.
이 방에서 가장 큰 조명은 사실 천장이 아니라 진열장이다. 유리와 금속은 빛을 반사하고 굴절시켜 같은 양의 빛을 몇 배로 반짝이게 만든다. 진열장 내부 조명이 전반 조명과 연출 조명을 동시에 하는 셈이다. 주방에서는 모든 그릇을 문 뒤로 숨기고, 다이닝룸에서는 아끼는 그릇만 골라 빛 속에 세워 둔 것이다. 같은 그릇이라도 어디서는 숨기고 어디서는 드러낸다. 효민 신혼집 전체를 관통하는 방식이 여기서 가장 선명하게 보인다.
천장에는 종이 같은 질감의 펜던트 두 개가 매달려 있다. 화면상으로는 테이블 상판에서 꽤 높이 떠 있어 빛이 식탁에 모이지 않고 방 전체로 퍼지는 것처럼 보인다. 어두운 테이블과 체어는 빛을 먹기 때문에, 펜던트를 상판에서 70~80cm 높이까지 내리고 전구를 2700~3000K로 맞추면 식탁 위에 따뜻한 빛의 웅덩이가 생겨 저녁 식사 자리가 한층 아늑해진다. 진열장은 방을 밝히고, 펜던트는 식탁만 밝히는 식으로 역할을 나누는 것이다. 숨길 것은 확실히 숨기고 보여줄 것은 빛 속에 세우는 계산이 이 집을 갤러리처럼 보이게 만든다. 남은 숙제는 그 갤러리 안에서 매일의 생활이 어디에 놓일지, 그 자리까지 함께 그려 넣는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