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막 도착한 외국인에게 가장 큰 장벽 중 하나는 집이다. 전세와 월세, 보증금과 관리비 같은 낯선 개념 앞에서 계약서 한 장 쓰기가 만만치 않다. 그런데 최근 이 틈을 메우고 있는 공간이 있다. 한때 저물어가던 고시원이다.
서울 홍대입구역 인근의 한 고시원은 겉모습만 보면 평범한 상가주택과 다르지 않다. 그런데 안으로 들어가면 약 20㎡ 남짓한 공간에 침대와 TV가 놓여 있고, 파티션으로 나뉜 작은 생활공간에는 냉장고와 세탁기가 있다. 공용 주방에는 즉석밥과 밀키트가 쌓여 있고, 라면을 끓이는 외국인의 모습도 보인다. 홍대 인근 고시원 10곳을 비교해 보면 보증금은 30만~50만원, 관리비를 포함한 월 이용료는 90만~100만원 수준이다.

숙박업과 장기임대 사이, 그 틈을 메우다
고시원은 오랫동안 주거 취약계층의 거처로 여겨졌다. 그런데 최근 미국·중국·일본 등지의 외국인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단기 임대 상품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낮은 보증금, 유연한 계약 형태와 기간, 역세권 입지, 이미 갖춰진 생활 인프라가 이유다. 호텔 같은 숙박시설보다 비용 부담이 적고, 일반 원룸 임대보다 계약이 간편하다. 공용 주방과 생활 공동체를 중심으로 관계가 형성된다는 점에서 한국식 코리빙(co-living) 모델로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때 일반 임대업을 하던 스테이모어 최윤미 대표는 최근 몇 년 새 고시원 운영으로 방향을 틀었다. 외국인 거주자를 포함한 단기 주거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회전율과 수익성이 함께 올랐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생활 인프라가 갖춰져 있고 단기임대 플랫폼으로 쉽게 계약할 수 있어 외국인들은 오히려 안전하고 편안한 곳으로 여긴다”며 “단기임대인데도 공실이 2~3일을 넘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시원 프랜차이즈 픽셀하우스(Pixel House)는 지난해 서울 방배동 서래마을 등에 10개 지점을 새로 열었다.
2019년 257건 → 2021년 61건 → 2024년 125건
서울시 고시원업 등록 현황을 보면 흐름이 뚜렷하다. 2019년 257건이던 등록 건수는 팬데믹을 거치며 2021년 61건까지 줄었다가, 단기 임대 수요가 살아나면서 2024년 125건으로 다시 늘었다. 대표 단기임대 플랫폼 ‘3o3m2’의 월간활성사용자(MAU)는 지난달 19만명으로, 1년 전(12만명)보다 약 60% 늘었다. 외국인 대상 단기임대 서비스 엔코스테이(EnkoStay)도 빠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고, 부동산 플랫폼 직방(Zigbang)도 올 하반기 단기임대 서비스 출시를 준비 중이다.
코리빙 서비스를 운영하는 홈즈컴퍼니(Homes Company)는 서울에서 7개 코리빙 스튜디오를 운영한다. 이 중 선정릉 지점은 외국인 비중이 30%에 달하고, 평균 임대 기간은 약 10개월이다. 업계에서는 고시원의 부활을 서울 주거 구조 변화와 연결 짓는다. 주거 유연성을 중시하는 외국인과 근로자가 늘면서, 전세와 월세만으로는 이들의 수요를 다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고시원이 다시 뜬 이유는 하나다. 한국의 임대 시장이 아직 외국인의 짧고 유동적인 체류 방식에 완전히 맞춰져 있지 않다는 신호다. 다국어 운영과 장기 주거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앞으로 이 시장의 다음 단계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 기사는 아래 원문 보도를 참고해 PHM ZINE이 새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사진과 자세한 내용은 원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