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건축 단지의 얼굴은 시공사보다 설계사가 먼저 그린다. 강남구 개포동 경우현 재건축이 바로 그 첫 그림을 고르는 단계에 들어섰다. 경남1·2차, 우성3차, 현대1차 세 단지가 하나로 합친 이 통합 재건축의 설계권을 두고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와 디에이그룹엔지니어링종합건축사사무소(DA)·삼하종합건축사사무소 컨소시엄이 각자의 설계안을 공개했다.
1984년 나란히 준공된 세 단지는 지금 1,499세대다. 현재 정비계획상으로는 조합원 1,499세대, 임대주택 365세대, 일반분양 479세대를 더해 총 2,343세대로 다시 지어진다. 추진위원회는 최근 설계사 합동설명회를 열었고, 오는 10월 20일 주민총회에서 두 안을 놓고 최종 설계자를 뽑는다.
일반분양 692세대 대 729세대, 개포 경우현 재건축의 첫 승부처
두 팀 모두 일반분양을 늘려 사업성을 끌어올리겠다는 데서 출발한다. 기호 1번 희림은 일반분양을 692세대로 늘려 전체를 2,556세대로 키우는 안을 냈다. 기호 2번 DA·삼하는 일반분양 729세대, 전체 2,593세대를 제시했다. 차이는 37세대다.
숫자만 보면 근소한 차이다. 실제로 갈리는 건 집 안과 단지 바깥을 어떻게 그렸느냐다.
희림 — 290m 스카이브릿지와 특화주택 60세대
희림은 천장고 3.0m, 전 세대 맞통풍, 개별 테라스, 3면 개방 평면을 내세웠다. 한 세대에 엘리베이터 두 대를 붙이는 1세대 2엘리베이터와 로봇 택배 시스템도 넣었다. 단지에는 약 1만7,000평(약 5만6,000m²) 규모의 프라이빗 정원을 깔고, 4개 동을 잇는 약 290m 길이의 스카이브릿지로 양재천 조망을 끌어올리는 구상이다.
평면 선택지도 넓혔다. 전용 84m²와 59m²를 조합한 세대분리형 평면을 포함해 듀플렉스 4세대, 펜트하우스 8세대, 테라스하우스 48세대 등 특화주택 60세대를 계획했다. 커뮤니티 시설은 세대당 약 3평 규모다.
DA·삼하 — 실사용면적과 ‘열린 스카이라인’
DA·삼하는 면적의 체감에 승부를 걸었다. 우물천장 기준 천장고 3.15m, 전 세대 맞통풍, 3면 발코니를 적용해 전용 84m² 기준 실사용면적이 평균 약 2배로 늘어난다고 설명한다. 엘리베이터는 1세대 1대, 여기에 로봇 택배와 쓰레기 자동이송설비를 더했다.
바깥 공간은 약 3만 평(약 9만9,000m²)의 그랜드가든과 약 5km 길이의 단지 내 산책로가 중심이다. 커뮤니티는 세대당 3.5평, 주차는 세대당 2.7대 수준이다. 무엇보다 강조한 건 배치다. 초고층 동이 일렬로 늘어서 벽처럼 막아서는 이른바 ‘병풍형 스카이라인’을 피하고 동 사이로 조망축과 개방 공간을 확보한 ‘열린 스카이라인’을 핵심으로 내세웠다. 최근 서울시 정비사업 심의에서 초고층 단지의 획일적인 스카이라인이 주요 쟁점이 되는 흐름을 설계 단계부터 반영했다는 것이다.
설계사 선정이 곧 재건축 단지의 성격을 정한다
두 안의 차이는 결국 “무엇을 더 줄 것인가”의 차이다. 희림은 스카이브릿지와 다양한 특화주택으로 상품의 폭을 넓혔고, DA·삼하는 실사용면적과 개방감, 인허가 심의 대응력에 무게를 실었다. 서울시는 앞서 양재천 입체보행교, 양재천과 대모산을 잇는 통경축과 공공보행통로를 만들도록 지침을 내린 바 있어, 단지가 하천과 어떻게 만나는지도 심의의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강남 재건축이 커뮤니티 시설 경쟁으로 번지는 흐름은 앞서 다룬 〈아파트에 아이스링크·오페라하우스 — 반포 재건축 커뮤니티 경쟁〉에서도 확인된다. 시공사 선정 단계의 경쟁 구도는 〈1.1조 목동8단지 재건축, 시공사 선정 유찰〉과 비교해 볼 만하다. 경우현의 승부는 10월 20일 주민 투표로 가려진다.
이 기사는 아래 원문 보도를 참고해 PHM ZINE이 새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사진과 자세한 내용은 원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