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건축도면 학습할 때, 저작권료는 누구 몫일까

그림을 그리는 AI, 소설을 쓰는 AI에 이어 이제는 건물의 도면까지 학습하는 AI가 등장했다. 문제는 그 도면을 그린 사람, 즉 건축사에게는 정작 아무런 대가도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신축보다 리모델링과 유지관리가 중요해지는 산업 구조 속에서 건축도면의 가치는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지만, 창작자의 권리를 지킬 제도는 아직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9월 14일 국회도서관 소강당에서는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자리가 열렸다. 복기왕·이정문 국회의원이 공동주최하고 대한건축사협회와 건축공간연구원(AURI)이 주관한 ‘AI 시대의 건축도면정보 활용과 저작권 보호방안’ 정책토론회다. 핵심 화두는 하나였다. 건축도면을 음악처럼, 창작자에게 저작권료가 돌아가는 구조로 바꿀 수 있는가.

대한건축사협회와 건축공간연구원(AURI) 관계자들이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건축도면 저작권 정책토론회에서 기념촬영하는 모습
사진: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세움터에 쌓인 도면 7억 건

국내 건축행정 시스템 세움터에는 이미 7억 건이 넘는 도면 서류가 데이터로 쌓여 있다. 노후 건축물이 늘고 리모델링·대수선 수요가 커지면서 이 데이터의 활용 가치도 함께 커지는 중이다. 문제는 품질이다. 건축공간연구원 조영진 공간AI·빅데이터본부장은 “건축사사무소마다 표기 방식이 달라 도면이 비정형·분류불가, 레이어·좌표 불일치 등으로 AI가 읽어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짚었다. 아무리 정교한 AI라도 원천 데이터가 부정확하면 신뢰할 수 있는 결과를 내놓을 수 없다는 뜻이다.

건설 현장에서는 이미 도면의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GS건설이 최근 태블릿과 AR로 3D 도면과 실물을 겹쳐 보며 품질검사를 진행하는 방식을 도입한 사례(관련기사: 태블릿에 도면이 겹쳤다 — GS건설, AR로 플랜트 검사 바꾼다)처럼, 도면은 이제 종이 위의 선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데이터가 됐다. 그럴수록 그 데이터를 누가 만들었고 누구의 권리인지를 가리는 일은 더 중요해진다.

건축도면 활용과 보호, 그 사이의 답

토론회를 주최한 이정문 의원은 “건축도면이 대규모 AI 학습데이터로 활용될 경우를 대비해, 활용은 하되 창작자의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한건축사협회 김재록 회장의 답은 명확했다. “중요한 것은 활용이냐 보호냐의 선택이 아니라, 정당하게 보호하면서 제대로 활용하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건축도면 저작물을 집중관리해 AI 학습과 데이터 유통에 따른 사용료를 창작자에게 배분하는 방안, 대한건축사협회가 저작권 신탁관리 단체로 지정받아 정산 체계를 맡는 방안이 테이블에 올랐다.

제도화 로드맵도 함께 제시됐다. 「건축물관리법」을 개정해 국토교통부가 5년 단위로 건축물의 도면·노후도·안전·에너지 정보를 조사하고, 이를 국가건축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한 뒤 최종적으로 건축물 빅데이터 플랫폼으로 연결하는 단계다. 건축공간연구원 박환용 원장은 “건축도면정보가 AI와 결합하면 건축행정 효율화는 물론 안전관리, 에너지 성능 개선, 재난 대응까지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서도 “설계자의 권리와 창작의 가치를 정당하게 보호하는 일을 소홀히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음악은 이미 오래전에 저작권 신탁 단체를 통해 창작자에게 대가가 돌아가는 구조를 만들었다. 건축도면은 아직 그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세움터에 쌓인 7억 건의 데이터가 AI의 학습재료가 되는 동안, 그 도면을 그린 건축사의 이름과 권리도 함께 기록되는 구조를 만드는 일. 이번 토론회가 던진 숙제는 여기서 시작한다.


이 기사는 아래 원문 보도를 참고해 PHM ZINE이 새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사진과 자세한 내용은 원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출처 : 건축사신문 — 건축도면 저작물, 음악플랫폼처럼 창작자에 저작권료 지불 시스템 마련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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