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을 보관하던 방은 이제 책장이 됐다, Walton Goggins의 저택

할리우드 배우의 별장이라고 하면 유리와 콘크리트로 뒤덮인 신축을 먼저 떠올리기 쉽지만, Walton Goggins와 아내 Nadia Conners가 고른 집은 정반대였다. 뉴욕주 허드슨 밸리의 Hillsdale 지역, 1924년 스코틀랜드식 헌팅 로지 양식으로 지어진 저택이다. 한때 3000에이커에 달했던 사유지의 일부로, 지금도 125에이커 부지 위에 약 743㎡(8000제곱피트) 규모로 서 있다.

부부가 이 집을 산 건 팬데믹 이후인 2021년 무렵이다. 거의 100년 가까이 손을 대지 않은 상태라 배관과 전기 시스템까지 성한 곳이 없었다고 한다. Goggins는 Architectural Digest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자신에 대해, 그리고 낡은 집을 되살리는 데 무엇이 필요한지 정말 많이 배웠다”며 “이곳이 남은 평생을 보내고 싶은 장소이기 때문에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말했다. AD100 디자이너 Shawn Henderson과 스타일리스트 Raina Kattelson이 이 리노베이션을 함께했다.

1924년 스코틀랜드식 헌팅 로지 양식의 저택 외관
출처: Architectural Digest

100년 된 헌팅 로지, 뼈대는 그대로 남기다

초록빛으로 물들인 목재 사이딩과 돌을 그대로 쌓아 올린 굴뚝이 한 건물에 뒤섞여 있다. 벽돌 굴뚝 두 개와 돌 굴뚝 하나가 지붕 위에 나란히 솟은 모습도 눈에 띈다. 보통 외관을 손볼 때는 마감재를 하나로 통일하는 게 정석으로 통하는데, 이 집은 오히려 그 반대를 택했다. 시대와 용도에 따라 제각각 올라간 굴뚝들을 굳이 맞추지 않고 남겨둔 것이다. 새로 페인트를 칠하거나 사이딩을 갈아 끼웠다면 깔끔했을지언정 금주법 시대 사냥 로지 특유의 낡은 기운은 사라졌을 텐데, 이 집은 그 결을 건드리지 않는 쪽을 택해 오히려 더 설득력 있는 외관을 얻었다.

현관을 개조해 만든 우드톤 리딩 눅
출처: Architectural Digest

현관을 없애고 만든 리딩 눅

원래 정문으로 쓰던 자리를 막아 대신 독서 공간을 만들었다. 창가에 붙박이 벤치를 짜 넣고 양옆에 벽등을 달았을 뿐인데, 앉는 자리가 딱 정해지니 복도처럼 스쳐 지나가던 공간이 머무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통행량이 적은 출입구를 과감히 포기하고 자리 하나를 내어주는 발상은 낡은 집을 고칠 때 특히 유용한 전략이다. 다만 벽과 천장, 바닥까지 전부 짙은 우드 톤이라 낮에도 조명 없이는 어두운 편이다. 러그나 쿠션 커버 하나만 밝은 색으로 넣었어도 나무 상자 속에 들어앉은 듯한 느낌은 덜했을 것이다.

책장으로 채운 옛 총기보관실, 서재로 이어지는 복도
출처: Architectural Digest

총을 보관하던 방, 이제는 책이 채운다

사냥을 나서기 전 총기를 넣어두던 방이었다는 이 공간은 지금 바닥부터 천장까지 책장으로 둘러싸여 있다. 총을 걸어두던 선반의 짜임과 비례를 그대로 살려 책을 꽂은 것이 포인트인데, 원래 있던 목공 구조를 부수지 않고 용도만 바꾼 셈이다. 낡은 집을 고칠 때 기존 구조체를 철거 대신 재해석하면 공사비도 아끼고 그 공간이 가진 서사도 지킬 수 있다는 걸 이 방이 잘 보여준다. 다만 짙은 원목 책장에 조명까지 은은하게 낮춰서, 책등에 적힌 제목을 읽으려면 눈을 꽤 가늘게 떠야 할 듯하다. 선반 하나에라도 작은 픽처 라이트를 달았다면 분위기와 실용성을 동시에 잡았을 것이다.

블랙 캐비닛과 스테인리스 냉장고가 있는 키친
출처: Architectural Digest

농가풍 뼈대에 심은 도시적인 디테일

서까래가 그대로 드러난 천장과 널찍한 원목 바닥은 영락없는 농가 부엌인데, 새까맣게 칠한 캐비닛과 대형 스테인리스 냉장고가 그 사이에서 도시적인 인상을 더한다. 짙은 색 캐비닛은 자칫 좁은 부엌을 더 좁아 보이게 만들 위험이 있지만, 이 집처럼 창이 크고 채광이 좋은 공간에서는 오히려 차분하고 세련된 무게감으로 읽힌다. 다만 블랙 캐비닛은 지문과 물 자국이 밝은 색보다 눈에 잘 띄는 소재라, 매일 요리하는 가족 부엌이라면 손잡이 주변만큼은 자주 닦아줘야 지금의 말끔한 인상이 유지될 것이다.

벽난로가 있는 프라이머리 침실
출처: Architectural Digest

침실에도 벽난로를 놓은 이유

부부의 침실에는 별도의 벽난로가 있다. 검은 대리석 몰딩으로 마감한 벽난로 하나만으로도 로지 특유의 분위기가 침실까지 이어진다. 허드슨 밸리의 겨울은 꽤 매섭기로 유명한데, 라디에이터 난방에 벽난로까지 더하면 실제 온기 측면에서도 실용적인 선택이다. 침구와 러그는 짙은 회색과 아이보리로 절제해 벽난로의 존재감을 가리지 않는다. 다만 색을 이렇게까지 눌러두면 자칫 개성 없는 호텔 객실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 이 방은 짙은 원목 서랍장과 손으로 짠 러그의 질감이 그 빈자리를 채워 밋밋해지는 걸 막아준다.

소유자: Walton Goggins(배우)·Nadia Conners(영화감독) 부부
위치: Hillsdale, New York (Hudson Valley)
면적: 약 743㎡(8,000제곱피트), 부지 125에이커
특징: 1924년 스코틀랜드식 헌팅 로지 양식, 프로히비션 시대 건축, 옛 총기보관실을 서재로 개조
제품 정보: 조명 복원 Quittner(Benjamin Davidson·Pippa Biddle)
출처: Architectural Digest ‘Open Door'(인테리어: Shawn Henderson·스타일링: Raina Kattelson)

더 볼만한 기사

댓글 남기기

댓글 내용을 입력해 주세요
이름을 입력해 주세요

추천 기사

00:21:58

건축가를 건축가로 부르면 안 된다?

외국과는 달리, 한국에는 건축가를 부르는 호칭이 2개다. 건축가와 건축사....

내 방도 이렇게! 똑똑한 공간 활용이 돋보이는 해외 스튜디오(원룸) 인테리어

* 해외에서 원룸은 스튜디오라고 하며, 20-30제곱미터 (약 5-9평) 정도...

서양의 감성을 담은 도시 속 소형 복층 오피스텔, 잠실 헤리츠

  송파구 방이동 올리픽공원 인근에 스튜디오 ‘ 잠실 헤리츠 ’가...

5000개의 계단, 하나의 종소리 — 스리랑카 사찰이 도자기 조명이 되기까지

프랑스 부티 스튜디오가 스리랑카 아담스 피크 순례길에서 영감을 받은 도자기 조명 컬렉션 '템플(Temple)'을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