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에 뿔이 돋았다, House of Horns

캘리포니아 로스알토스힐스, 실리콘밸리와 샌프란시스코만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이 집이 있다. 멀리서도 눈에 띄는 건 지붕이다. 몇 갈래로 솟아오른 곡선 지붕이 짐승의 뿔처럼 하늘을 향해 휘어 있어서, 설계를 맡은 미국 스튜디오 WOJR는 아예 집 이름을 House of Horns로 지었다. 구상은 2018년에 시작됐고 완공까지는 꼬박 6년이 걸렸다.

원래 이 땅에는 스페인풍으로 짓다 만 저택의 기초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고 한다. WOJR는 그걸 밀어버리는 대신 위에 완전히 다른 질서를 쌓아 올리는 쪽을 택했다. 기존 부지가 가진 특수한 조건과 새로 세운 리듬, 구조를 하나로 엮어냈다는 설명대로, 결과물은 원래 땅의 흔적을 지우기보다 그 흔적 위에서 다시 태어난 집에 가깝다.

블랙 우드와 다크 메탈로 마감된 House of Horns 외관
© Nick Dearden

빛과 계절을 조율하는 악기

WOJR는 이 집을 “하루와 계절의 순환, 안개 낀 만(灣)의 풍경이 자라고 스러지고 다시 자라는 변화를 포착하도록 조율된 악기의 조합”이라고 표현했다. 그 조율의 핵심이 바로 뿔 모양 매스다. 각 뿔은 위로 갈수록 휘어 오르며 2층 높이의 공간을 만들고, 그 끝을 유리로 열거나 덮어서 특정 방향의 풍경과 햇빛만 골라 담는다. 연면적은 약 790㎡(8500제곱피트), 결코 작지 않은 규모지만 뿔 하나하나가 시선을 분산시키는 덕분에 위압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큰 창을 둘러싼 블랙 우드와 다크 메탈 외벽
© Nick Dearden

검게 태운 목재와 짙은 금속

외피는 크게 두 가지 재료로 나뉜다. 하부는 그을린 듯 검게 태운 목재, 뿔이 솟은 상부와 지붕은 짙은 색 금속판이다. 두 재료 모두 채도를 최대한 낮춰서 집이 배경의 언덕과 하늘 쪽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했다. 큰 창 하나를 이 어두운 외피가 통째로 감싸는 장면은, 밤이 되면 창 안쪽 빛만 남기고 나머지는 지형 속으로 사라지는 효과를 낸다. 인위적으로 튀는 대신 언덕의 실루엣 일부가 되기를 택한 셈이다.

콘크리트 하부층이 곡선을 그리며 진입로를 이루는 모습
© Nick Dearden

경사지에 반쯤 파묻은 하부층

이 집을 이해하려면 먼저 땅의 경사를 봐야 한다. 대지가 가파르게 기울어진 만큼 WOJR는 저항하지 않고 그 경사를 그대로 이용했다. 콘크리트로 지은 하부층은 언덕 속에 절반쯤 파묻혀 있고, 그 위로 뿔이 솟은 목재·금속 상부가 얹히는 구조다. 두 층은 성격부터 다르다. 위층은 밝고 개방적인 반면 아래층은 콘크리트 특유의 차분하고 밀폐된 분위기를 유지한다. 진입로마저 이 지형을 따라 완만하게 휘어지며 집으로 이어진다.

곡선 목재 천장이 좌석 공간 위로 솟은 거실
© Nick Dearden

천장 높이로 나뉘는 오픈플랜

상부층 중심에는 벽 없이 트인 거실이 자리한다. 여기서 공간을 구분하는 건 벽이 아니라 천장의 높낮이다. 방 한가운데 천장은 가장 낮게 떨어지고, 소파와 식탁, 주방처럼 중요한 자리마다 뿔이 하나씩 솟아 그 위 공간만 훌쩍 높아진다. 굳이 도면을 보지 않아도 천장을 올려다보면 이 집에서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 짐작할 수 있는 구조다. 뿔 안쪽은 목재로 마감해 따뜻한 색을 내고, 바닥은 테라조로 통일했다.

댄비 대리석 벽난로와 천창이 있는 다이닝룸
© Nick Dearden

댄비 대리석으로 그은 중심선

거실과 다이닝룸을 완전히 가르지 않고 슬쩍 나누는 장치가 하나 있는데, 바로 댄비 대리석으로 조각한 벽난로다. 이 벽난로는 옆 벽면의 대리석 패널과 무늬가 이어지도록 맞춰져서, 집 전체의 중심선을 표시하는 기준점 노릇을 한다. 다이닝룸 위로는 천창이 뚫려 있어 낮 동안 대리석 특유의 결이 빛을 받아 은은하게 드러난다. 벽난로 하나로 공간의 경계와 장식을 동시에 해결한 셈이다.

곡선 지붕 덕분에 큰 창으로 빛이 쏟아지는 주방
© Nick Dearden

뿔 하나를 통째로 얹은 주방

주방 위에도 뿔 하나가 그대로 얹혔다. 곡선 지붕이 만든 커다란 픽처 윈도를 통해 조리대까지 빛이 곧장 쏟아지는 구조다. 흐린 날에도 인공조명 없이 한나절을 버틸 만큼 채광이 넉넉하다는 게 이 집의 자랑거리 중 하나다. 좌석 공간, 식탁, 주방을 각각 뿔로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능이 중요한 자리일수록 천장을 들어 올려 존재감을 부여하는 방식을 이 집은 처음부터 끝까지 고수한다.

정원을 향해 놓인 댄비 대리석 타원형 욕조
© Nick Dearden

정원을 향해 놓인 타원형 욕조

상부층에는 안방을 포함해 침실 세 개가 모여 있다. 안방 욕실에는 청회색이 감도는 댄비 대리석을 깎아 만든 타원형 욕조가 놓였는데, 창밖으로는 조경이 그대로 펼쳐진다. 정원은 캘리포니아 자생 잔디와 다년생 식물, 관목, 라이브 오크를 켜켜이 심어 초원처럼 보이도록 설계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색과 질감이 달라지도록 짠 조경이라, 욕조에 몸을 담그고 보는 풍경도 계절마다 조금씩 다른 표정을 짓는다.

선큰 풀과 대리석 오브제가 있는 콘크리트 스파
© Nick Dearden

땅속 깊이 숨긴 스파

지하에 가까운 하부층은 위층과 전혀 다른 리듬으로 짜여 있다. 콘크리트로 감싼 작은 방들이 연이어 있고, 각 방은 자갈이 깔린 반개방형 마당으로 이어진다. 침실 두 개와 서재도 이 층에 있어서, 손님용 공간이나 조용히 일하고 싶을 때 쓰는 층으로 기능한다. 가장 눈에 띄는 공간은 선큰 풀을 품은 콘크리트 스파로, 또 다른 대리석 오브제가 천장을 받치듯 놓여 있다. 조경 담당자는 “질감과 색조를 세심하게 조율해 계절이 바뀌는 내내 미적 경험을 확장시킨다”고 설명했는데, 이 스파야말로 그 설명이 가장 잘 들어맞는 공간이다.

ArchitectsWOJR
PhotosNick Dearden
CategoryHouse
CountryU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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