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려고 고친 집인데 눌러살게 됐다, Toybox

India Goa 주(州)의 조용한 마을 Aldona, Moira 강이 가까운 자리에 160년 된 포르투갈 양식 주택 한 채가 있다. 이름은 Toybox. 원래 목적은 되팔기 위한 리노베이션이었다. 건축사무소 Grounded의 창립자 Anjali Mangalgiri가 낡은 집을 사들여 손보기 시작했는데, 공사가 끝날 즈음엔 계획이 바뀌어 있었다. 지금 이 집은 그의 가족이 실제로 사는 살림집이 됐다.

Mangalgiri는 철거 대신 기록부터 시작했다고 말한다. “Goan-Portuguese 전통 요소를 지키기 위해 옛 특징을 먼저 문서로 남겼다. 원래 대지 형태와 그 위의 나무들, 원형 골조, 테라코타 기와지붕, 전통 파사드 플라스터 마감까지 그대로 살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부수고 새로 짓는 대신, 있는 걸 최대한 남기고 그 위에 지금의 삶을 얹는 방식을 택한 셈이다.

테라코타 기와지붕과 전통 파사드를 복원한 Toybox 외관
© Suryan Saurabh

원래 골조 안에 새 삶을 앉히다

Grounded 팀은 집의 원래 뼈대 안에 거실과 서재, 오픈형 주방, 침실 두 개를 배치했다. 화장실과 침실 하나를 더 넣어야 했는데, 이 부분은 기존 건물을 늘리는 대신 별도 구조물로 새로 짓고 중정을 사이에 두고 이었다. 오래된 몸체와 새로 지은 부분이 마당 하나로 연결되는 구조라, 걸어 다니다 보면 옛집과 새집을 오가는 감각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증축이라기보다는 옆에 새 방 하나를 들인 느낌에 가깝다.

Goa Aldona 마을에 자리한 Toybox 전경
© Suryan Saurabh

건축가이자 개발자, 그리고 관리인

Grounded는 Goa를 기반으로 하는 작은 건축사무소다. 스스로를 “이례적인 모델”이라 부르는데, 건축가와 개발자, 관리인 역할을 한 회사 안에 모두 욱여넣었기 때문이다. Goa의 유산 주택들은 1870년 도입된 포르투갈 민법의 영향으로 소유권이 여러 대에 걸쳐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경우가 많다. Grounded가 하는 일은 이 미로 같은 상속 관계를 정리해 집을 사고, 고치고, 지켜내는 과정을 통째로 떠맡는 것에 가깝다. Toybox 역시 그런 프로젝트 중 하나로 시작됐다.

집의 중심에 놓인 오픈형 주방
© Suryan Saurabh

거실이었던 방, 주방이 되다

지금 집에서 가장 넓은 자리를 차지하는 건 주방이다. 원래 이 공간은 포르투갈 양식 주택에서 가족실 역할을 하던 sala였는데, 지붕을 걷어내고 다시 짜면서 오픈형 주방 겸 다이닝룸으로 완전히 바뀌었다. 사람이 모이는 공간이라는 기능은 그대로 두고 쓰임만 바꾼 셈이다. 방을 나누던 벽들을 걷어내자 예전엔 몇 개로 쪼개져 있던 공간이 하나로 트였고, 그 위로 다락 같은 층까지 새로 생겼다.

지붕을 올려 만든 다락 공간 메자닌
© Suryan Saurabh

지붕을 들어 올려 생긴 다락

메자닌은 지붕 자체를 들어 올려서 확보한 공간이다. 원래 칸칸이 나뉘어 있던 평면을 개방형으로 바꾸는 김에, 지붕 높이를 올려 가족들만의 아늑한 다락방을 하나 더 얹은 것이다. Mangalgiri는 “지붕을 올린 덕분에 채광과 환기를 위한 큼직한 개구부를 여러 개 낼 수 있었다”고 말한다. 서쪽 벽의 개구부는 성당 창문처럼 극적인 인상을 주도록 설계했고, 동쪽 창에는 창가 좌석을 넣어 동서로 바람이 통하게 했다. 다락 자체는 작지만, 빛과 바람이 드나드는 방식만큼은 집에서 가장 과감하다.

주방에 보존된 기도 벽감과 십자가
© Sanjeet Wahi

1860년의 흔적을 그대로

주방 한쪽 벽에는 원래 있던 기도 벽감이 그대로 남아 있다. 아치형으로 파낸 벽 안에 십자가를 모신 이 자리는 철거 대신 보존을 택한 목록의 대표 격이다. 창을 감싸는 필라스터, 현관 위에 새겨진 1860년이라는 연도가 적힌 장식 크레스트도 같은 이유로 남겨졌다. Grounded는 이런 요소들을 “의도적인 연속성의 장치”라 부르는데, 몰딩 하나, 타일 한 장이 새 주인을 Goan-Portuguese 장인정신과 이어주는 끈이라는 뜻이다. 억지로 옛것을 흉내 낸 장식이 아니라, 실제로 160년을 버텨온 물건들이라는 점이 이 집을 다르게 만든다.

복원된 붉은 산화철 바닥
© Suryan Saurabh

붉은 바닥과 새로 지은 부분의 절충

기존 몸체의 바닥은 예전 그대로의 붉은 산화철 마감을 되살렸다. 여기에 라임 플라스터로 마감한 벽, 재활용한 티크 원목 가구, 오래된 세라믹 타일을 더해 옛집 특유의 질감을 지켰다. 반대로 새로 지은 구조물 쪽 바닥은 흙빛이 도는 마이크로시멘트로 마감했는데, 이는 포르투갈과 Goa의 옛 건축 재료가 지녔던 색감을 은근히 흉내 낸 선택이다. 옛 부분과 새 부분을 재료로 구분하면서도, 톤만큼은 어긋나지 않게 맞춘 셈이다.

곳곳에 놓인 티크 원목 가구
© Suryan Saurabh

버릴 뻔한 서까래로 만든 마루

지붕을 다시 짜는 과정에서 구조재로 쓰기엔 너무 약해진 서까래가 나왔다. 보통이라면 폐기했을 목재지만, Grounded는 이걸 잘게 잘라 메자닌 바닥의 헤링본, 정확히는 시브론 패턴 마루로 되살렸다. 집 곳곳에 놓인 티크 가구도 새로 산 게 아니라 대부분 재활용품이다. 무엇 하나 허투루 버리지 않겠다는 태도가 가구 배치 하나하나에서 드러난다.

지금은 소유주의 가족 주택이 된 Toybox
© Suryan Saurabh

좁은 발카오가 넓은 베란다로

집 앞쪽에는 Goa 전통 가옥 특유의 좁은 현관 툇마루, 발카오가 있었다. Grounded는 이걸 요즘 사람들이 모여 앉기엔 너무 좁다고 판단해 훨씬 넉넉한 베란다로 넓혔다. 흥미로운 건 원래 발카오에 있던 돌 의자를 부수지 않고 조심스럽게 해체한 뒤, 넓어진 베란다 안에 다시 조립해 넣었다는 점이다. “재해석이 핵심”이라는 Mangalgiri의 말대로, 이 집은 옛것을 지우는 대신 지금의 생활 규모에 맞게 다시 읽어내는 쪽을 택했다. 되팔려고 시작한 리노베이션이 결국 자기 가족의 집으로 남게 된 것도, 어쩌면 그 재해석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정이 들어버린 결과일지도 모른다.

 
 
 

ArchitectsGrounded
PhotosSuryan Saurabh, Sanjeet Wahi
CategoryHouse
CountryIn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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