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북부 스토크 뉴잉턴(Stoke Newington)의 빅토리안 테라스하우스 한 채가 있다. 건축가 닐 두셰이코(Neil Dusheiko)는 이 집을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과 점점 커가는 가족을 위해 통째로 다시 그렸다. 동향의 주방과 다이닝룸은 거리보다 한 층 낮은 곳에 파묻혀 있었고, 나머지 방들도 빛이 거의 들지 않는 자잘한 방들로 쪼개져 정원과의 연결도 끊겨 있었다. 지하 주방으로 내려가려면 자연광 한 줄기 들지 않는 어두운 복도와 계단을 지나야 했다.

빅토리안 테라스하우스를 통째로 다시 그리다
이웃한 벽돌 주택들 사이로 목재로 감싼 증축부가 불쑥 솟아 있는 이 집의 뒷모습은, 오래된 거리 풍경 속에서도 단번에 눈에 띈다. 두셰이코는 기존 건물의 골조를 최대한 살리면서도 채광과 동선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어내는 쪽을 택했다. 결과물은 겉으로는 절제된 목재 매스이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완전히 다른 공간 경험이 펼쳐진다.

계단을 반대편 벽으로, 빛은 대각선으로
설계팀은 빛과 동선 문제를 계단 위치를 바꾸는 것에서부터 풀었다. 기존 계단을 반대편 벽으로 옮기자 거실 공간이 주방·다이닝 공간과 곧바로 이어졌다. 동시에 후면 파사드 일부를 걷어내고 두 개 층을 관통하는 커다란 경사 스카이라이트를 냈다. 목재로 마감한 계단을 내려가다 보면 정원이 대각선으로 시야에 들어오는데, 이 대각선 시선 하나가 실제 면적보다 집을 훨씬 넓게 느끼게 만든다.

나무와 돌, 그리고 오크 데이텀 라인
내구성 있는 자연 재료, 그중에서도 여러 수종의 목재와 돌을 쓰는 데 공을 들였다. 조지안 프로파일로 짠 사펠레(Sapele) 손잡이 난간의 디테일은 집 전체에 걸쳐 반복되며 통일감을 만든다. 실내에서 실외까지 이어지는 오크 데이텀 라인을 하나 설정해 정원과 내부 공간을 시각적으로 묶었고, 그 위쪽은 화이트 톤으로 마감해 빛이 반사되며 퍼지도록 했다. 아래는 나무, 위는 화이트라는 이 원칙은 주방 디자인까지 그대로 이어진다.

정원으로 활짝 열리는 주방
동향이라 빛이 아쉬웠던 기존 주방과 달리, 새 주방은 정원을 향해 완전히 열려 있다. 동측의 넓은 유리는 태양열 차단 필름을 적용하고 열관류율(U값) 1.0의 고성능 복층유리를 써서, 채광은 충분히 확보하면서도 여름철 실내 온도는 쾌적하게 유지한다. 전동 블라인드까지 더해 계절과 시간에 따라 실내 환경을 섬세하게 조절할 수 있다.

주목나무 주방과 화이트 쿼츠
주방 가구는 주목(Yew) 원목으로 짜고, 상판은 화이트 쿼츠로 마감했다. 오크 데이텀 라인 위로 이어지는 화이트 상부장이 빛을 은은하게 반사시켜, 정원 쪽으로 갈수록 공간이 한층 밝아 보이는 효과를 낸다. 손잡이 등 포인트 요소는 전부 금속으로 골랐는데, 항균성이 있는 브론즈를 문손잡이에, 무광 블랙 브라스웨어를 수전에 적용했다.

손으로 만든 다이닝 조명
다이닝룸 조명은 구리와 황동으로 하나하나 손으로 제작한 펜던트다. 욕실에서는 LED 조명이 황동 패널에 반사되며 공간 전체에 은은하게 따뜻한 빛을 퍼뜨린다. 화려한 장식 대신 재료 자체가 빛을 다루게 만든 셈인데, 스카이라이트에서 떨어지는 자연광과 만나 다이닝 공간에 독특한 분위기를 더한다.

레이저 컷 스틸로 만든 다락 계단
다락으로 오르는 계단은 레이저 커팅한 스틸과 목재로 짰다. 디딤판 사이를 띄운 플로팅 라이저 구조 덕분에 계단 자체가 빛을 막지 않고, 중심 동선 공간까지 자연광이 흘러든다. 1층부터 다락까지 이어지는 수직 동선 전체가 하나의 조명 장치처럼 작동하는 셈이다.

책으로 둘러싸인 서재, 그리고 그 너머의 하늘
마스터 침실의 앙수이트는 더글러스 전나무로 마감한 천장을 갖고 있고, 오크 프레임으로 짠 서재를 향해 열려 있다. 레이저 컷 스틸과 오픈 라이저 계단을 통해 다락 공간으로 오를 수 있는데, 앙수이트 욕실의 유리 스카이라이트는 완전히 개방돼 하늘 아래에서 샤워할 수 있는 구조다. 가족 욕실 역시 욕조 위로 열리는 스카이라이트를 갖췄고, 세다 슬랫 천장이 미러 마감 황동 패널에 비쳐 은은하게 빛나는 분위기를 만든다.

에너지를 적게 쓰는 집을 만든다는 원칙
저에너지 주택을 만드는 것은 이 프로젝트의 우선순위였다. 철거 과정에서 나온 기존 자재를 최대한 재사용했고, 새로 낸 개구부의 접합부는 최대한 밀폐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디테일을 잡았다. 여름철에는 각 층 스카이라이트의 환기창이 뜨거운 공기를 밀어내는 스택 환기 원리로 자연 냉방을 돕는다. 단열된 1층 슬래브가 낮 동안 열을 저장했다가 밤에 내보내는 축열체 역할을 하고, 클래딩에 쓰인 목재는 전량 FSC 인증 목재로 최소한의 폐기물만 남기고 조달했다.
건축가가 자신의 집을 실험실 삼아 다른 프로젝트에서 다 풀어보지 못한 재료와 공간 아이디어를 마음껏 시도했다는 데 있다. 계단 하나를 옮기는 결정에서 시작해 스카이라이트, 데이텀 라인, 손잡이 하나까지 같은 논리로 촘촘히 엮은 결과, 좁고 어두웠던 테라스하우스는 대각선으로 시선이 트인 집으로 다시 태어났다.














위치: Stoke Newington, London, UK
면적: 약 180m²
준공연도: 2019
자재: 오크, 주목(Yew), 사펠레(Sapele), 더글러스 전나무, 자연석, 쿠마루(Cumaru), 웨스턴 레드 시더
분류: 빅토리안 테라스하우스 리노베이션·증축
사진: Tim Crocker, Agnese Sanvit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