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자재를 사지 않고 지은 파빌리온 — 인도에서 온 질문

새 건물을 짓는다고 하면 보통 새 자재부터 떠올린다. 그런데 인도의 한 임시 파빌리온은 정반대 질문에서 출발했다. 무엇을 새로 들여올까가 아니라, 이미 있는 것 중 무엇에 두 번째 삶을 줄 수 있을까.

인도 건축사무소 카난 모디 어소시에이츠(Kanan Modi Associates)가 설계한 ‘더 리클레임드 파빌리온(The Reclaimed Pavilion)’ 이야기다.

비계(scaffolding)가 벽이 되다

부지 전체를 두르는 건 건설 현장에서 흔히 보는 비계다. 다만 이번엔 짙은 붉은색으로 칠해 그리드 프레임으로 세우고, 지그재그로 얽은 황마(jute) 원단 캐노피를 걸어 외부 공간에 그늘을 만들었다. 벽돌을 깐 로비를 지나면 유연하게 쓸 수 있는 모임·행사 공간이 이어지고, 그 옆으로 회의·업무용 소공간이 붙는다.

세 개의 주요 공간을 나누는 건 건설 폐기물로 쌓은 개비온(gabion) 벽이다. 파빌리온 경계 바깥까지 뻗어 나가 외부 공간에 그늘과 구획을 함께 준다. 남서쪽 가장자리를 감싸는 얕은 L자형 수공간 위로는 콘크리트 디딤돌을 불규칙한 체크보드 패턴으로 현장 타설했다.

건설 폐기물로 쌓은 개비온 벽
사진: Kanan Modi Associates

철거까지 설계에 넣다

카난 모디 대표는 데진(Dezeen)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설계 결정은 ‘어떤 새 자재를 들여올까’가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것 중 무엇에 두 번째 삶을 줄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파빌리온이 언젠가 철거될 것까지 미리 설계에 넣었다는 점도 눈에 띈다. 비계는 다시 건설 현장으로 돌아가고, 골강판(corrugated metal sheet)은 재사용하며, 터파기로 나온 흙 블록은 다시 땅을 메우는 데 쓰인다.

자재를 아끼는 게 아니라 자재의 다음 쓰임까지 설계하는 방식이다. 임시 구조물이라는 특성 자체를 순환의 조건으로 바꿔놓은 셈이다. 새 자재를 최소화하는 트렌드가 마감재나 단열재 같은 ‘제품’ 차원을 넘어, 이제 구조와 시공 방식 전체를 다시 묻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음을 이 작은 파빌리온이 보여준다.


이 기사는 아래 원문 보도를 참고해 PHM ZINE이 새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사진과 자세한 내용은 원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출처 : Dezeen — Red scaffolding surrounds temporary pavilion in In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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