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건축 조합원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숫자는 분담금이다. 그 숫자가 어디서 나왔는지, 시공사가 올려 달라는 공사비가 합당한지 따져볼 장치는 이미 법에 들어 있다. 문제는 그 장치를 건너뛴 사업장이 전국에 138곳이나 된다는 점이다.
국토교통부는 14일 법정 공사비 검증 절차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 재개발·재건축 사업장 16곳을 골라 관계기관 합동 특별현장점검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점검은 10월 19~30일, 11월 9~20일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다.
568곳 중 138곳, 네 곳 중 한 곳이 건너뛰었다
점검 대상은 전수조사에서 걸러졌다. 국토부는 지방정부와 함께 8월 27일부터 9월 22일까지 시공자가 선정된 전국 재개발·재건축 사업장 568곳을 조사했고, 이 가운데 138곳이 공사비 검증을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다. 비율로 보면 약 24%, 네 곳 중 한 곳꼴이다. 이번 특별점검은 그중 16곳이 먼저 대상이다.
공사비 검증은 조합이 시공사의 증액 요구를 받아들이기 전에 제3자의 눈을 한 번 거치게 하는 절차다. 현행법은 공사비 증액 비율이 5~10% 이상이거나 토지소유자 또는 조합원 20% 이상이 요청하면 조합이 전문기관의 공사비 검증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한다.
누가, 무엇을 들여다보나
점검에는 국토부와 지방정부, 한국부동산원, 외부 전문가가 함께 참여한다. 역할은 나뉘어 있다. 한국부동산원은 공사비 산출내역과 증액 사유가 적정한지를 살피고, 지방정부는 관련 법령과 조합 규약을 어긴 부분이 없는지 조사한다. 외부 전문가는 조합 운영과 예산 집행, 용역·계약 절차를 점검한다.
결과에 따라 조치도 갈린다. 법령 위반이 확인되면 시정명령과 행정지도가 나가고, 횡령·배임·사기 같은 중대한 범죄 혐의가 드러나면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특별점검 대상에서 빠진 사업장도 안심할 수는 없다. 국토부는 해당 조합에 공사비 검증을 이행하라는 행정지도를 하겠다고 밝혔다.
공사비 갈등은 조합원 주머니에서 끝난다
정비사업 현장에서는 공사비를 과도하게 산정하거나 증액하고, 법정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아 조합원 부담이 커지거나 사업이 지연되는 일이 이어졌다. 정비사업 조합을 겨냥한 점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소개한 〈재건축·재개발 조합 47곳 점검, 위반 700건 — 수사의뢰만 129건〉에서도 위반 사항이 대거 확인됐다.
공사비 검증이 형식이 아니라 실질이 되려면 결국 조합원이 자기 단지의 검증 여부를 확인하는 일이 출발점이다. 총회 자료에 전문기관의 검증 의견이 붙어 있는지, 증액 요구가 검증을 거쳤는지는 조합원이면 누구나 따져볼 수 있는 항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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