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가 끝나면 파빌리온은 대개 철거된다.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의 새 역사박물관 Museum Vonk는 그 파빌리온을 버리지 않았다. 떼어낸 목재로 박물관 뼈대를 세우고, 외벽은 대마로 만든 헴프크리트로 감쌌다. 친환경 건축을 적은 예산으로 해낼 수 있는지 시험한 건물이다.
설계는 Studio Marco Vermeulen. 야외 선사시대 마을 박물관(Prehistoric Village)과 에인트호번 박물관이 합쳐지면서 지은 건물로, 이 지역 1만 년 역사를 직접 만지고 체험하는 방식으로 보여준다. 자리는 옛 운전면허 연습장 부지다.
2019년 파빌리온의 CLT가 돌아왔다
구조재는 재사용 CLT(구조용 직교 집성판, Cross-Laminated Timber)다. 출처는 같은 사무소가 2019년 Dutch Design Week에 세웠던 파빌리온 Biobasecamp. 처음부터 분해해 다시 쓰기 쉽게 만든 구조였다.
순탄하진 않았다. 시공사는 재사용 CLT가 낯설었고, 성능 보증이 걸림돌이 됐다. 결국 CLT를 공장으로 돌려보내 검사를 받은 뒤에야 쓸 수 있었다. 그 뒤로는 거의 전량을 문제없이 다시 썼다고 Marco Vermeulen은 Dezeen에 설명했다.
파빌리온 윗면이라 비바람을 가장 많이 맞았던 판재는 일부러 실내에 드러냈다. 색이 바랜 자국, 심지어 발자국까지 그대로다. 흠이 아니라 이 건물만의 마감이 됐다. 재사용 목조의 가능성은 앞서 소개한 분해해 다시 쓰는 목조 구조물, BuildFest 2026에서도 다뤘다.

헴프크리트 외벽, 석회로 색을 입히다
외벽은 헴프크리트(Hempcrete)다. 대마 줄기와 석회를 섞은 바이오 복합재로, 네덜란드에서 미리 패널로 만들어 현장에 붙였다. 표면은 안료를 넣은 석회 플라스터로 여러 겹 마감했다. 켜켜이 쌓인 색 띠 덕분에 건물이 땅에서 밀려 올라온 지층처럼 보인다.
재료 선택에는 이유가 있다. 옆의 선사시대 마을 건물들은 나무·흙·갈대처럼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지어졌다. Vermeulen은 “그 건물들은 환경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새 건물도 같은 걸 이루고 싶었다”고 말했다. 같은 정신을 하이테크 방식으로 옮긴 셈이다.

아스팔트는 기초로, 빗물은 옥상으로
순환은 구석구석 이어진다. 옛 연습장의 아스팔트는 부숴서 기초의 골재층으로 썼다. 빗물을 모아 풀과 관목이 자라는 옥상 정원에 준다. 헴프크리트 외벽에는 새와 박쥐의 둥지 자리도 심었다.
냉방은 패시브 방식이 기본이다. 건물에서 가장 높은 곳에 큰 환기창을 두어 더운 공기를 빼낸다. 추울 때는 창을 닫고 기계식 공조로 냉난방을 한다. 가장 높은 지점에는 방문객이 함께 오브제를 만드는 작업장 ‘making shed’가 있고, 공원과 선사시대 마을 쪽으로 열린다. 자연광이 필요 없는 도입 전시는 건물 한가운데 배치했다.
Vermeulen은 “목표는 높았고 예산은 빠듯했다”며 이 건물이 “저렴한 바이오 기반 건축 기법과 자연 기후 조절의 시험장”이 됐다고 했다. 비싼 실험이 아니라 따라 할 수 있는 실험이라는 점이 핵심이다. 지역 폐기물로 벽돌을 구운 Design Museum Gent 신관과 함께, 유럽 공공건축이 재료의 출처부터 다시 묻고 있다는 흐름이 뚜렷하다.
이 기사는 아래 원문 보도를 참고해 PHM ZINE이 새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사진과 자세한 내용은 원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출처 : Dezeen — Museum Vonk is “a testing ground for affordable bio-based constructi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