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락 지붕이 유리 등불이 됐다, Brick to Light

Münster 외곽, 1913년 세워진 병영 단지의 일부였던 집 한 채가 있다. 단지 대부분은 2009년에 헐려 차 없는 마을 Gartensiedlung Weißenburg로 바뀌었지만, 이 집만은 남아 옛 동네의 흔적을 붙들고 있었다. 지역 건축가 Andreas Schüring이 이 집의 개조를 맡으며 택한 태도는 “이어쓰기”에 가까웠다. 원래의 벽돌 구조도, 후대에 덧붙은 흔적도 지우지 않고, 그 위에 목재와 철과 유리로 새 층을 조심스레 얹었다.

“법적으로 등록된 문화재는 아니지만, 이 집은 거리 풍경 자체를 이루는 요소였다”고 Schüring은 말한다. 원래 한쪽으로만 기운 박공지붕이었다가 후대에 손을 댔고, 1970년대에는 다 낡아버린 증축까지 붙었다는 것. 이렇게 겹겹이 쌓인 시간의 층을 하나로 묶어 차분한 동시대적 구성으로 풀어내는 게 이번 작업의 관건이었다고 그는 설명한다.

해질녘 Brick to Light 외관, 백년 넘은 박공지붕과 자전거를 탄 사람
© Andreas Schüring Architekten
Brick to Light 다락 서재, 유리 등불처럼 바뀐 지붕창

겉모습은 백 년 전 그대로다

거리에서 Brick to Light를 마주치면 그냥 오래된 박공지붕 집으로 지나치기 쉽다. 흰색으로 칠한 벽돌 몸체와 완만하게 굽은 지붕선이 옆집들과 똑같은 리듬을 이어간다. 실제로 이 집은 백 년 넘게 이 거리 풍경의 일부였고, 건축가는 그 존재감을 지우지 않는 쪽을 택했다. 새로 시작하는 대신 이미 있던 것을 계속 살려 쓰는 방식, 그게 이 프로젝트를 관통하는 태도다.

낮에 본 Brick to Light 외관,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흰 박공지붕
© Andreas Schüring Architekten

겹겹이 쌓인 시간을 하나로 묶다

이 집이 까다로웠던 이유는 손댄 시대가 한둘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원래는 한쪽으로만 완만하게 기운 박공지붕이었는데, 세월이 지나며 형태가 바뀌었고, 여기에 1970년대 증축까지 얹혔다. 서로 다른 시대의 흔적을 억지로 하나로 맞추는 대신, 건축가는 그 층위를 그대로 드러내면서도 전체가 차분하게 읽히도록 다듬었다. 오래된 집을 개조할 때 흔히 저지르는 실수, 그러니까 옛것을 지우고 새것으로 덮어버리는 방식과는 정반대의 길을 걸은 셈이다.

Brick to Light 현관, 재사용한 벽돌로 다시 쌓은 니치
© Andreas Schüring Architekten

벽돌을 빼내 다시 쌓은 현관

현관으로 들어서는 자리는 기존 구조체를 파낸 뒤 그 자리에 니치를 만들고, 집 내부 벽을 헐며 나온 벽돌을 다시 쌓아 마감했다. 새 자재를 사 오는 대신 집이 원래 갖고 있던 재료를 순환시킨 셈이다. 흰 벽과 대비되는 붉은 벽돌 질감이 입구에서부터 이 집의 성격을 미리 알려준다. 오래된 것과 새로 만든 것의 경계가 여기서부터 흐릿해지기 시작한다.

Brick to Light 곡선 벽 거실, 파란 가구와 노출 벽돌 기둥
© Andreas Schüring Architekten

곡선 벽 안에 놓인 파란 가구

내부 벽 대부분을 걷어내고 얻은 것은 거실과 다이닝룸, 주방이 한데 이어진 개방형 공간이다. 완만하게 휘어진 유리벽을 따라 얇은 커튼이 드리워지고, 그 안쪽엔 새파랗게 칠한 각진 가구들이 자리를 잡았다. 흰 회벽과 노출 벽돌 기둥이라는 차분한 배경 위에 놓인 이 파란 덩어리들은 이 집에서 유일하게 색을 낸 지점이다. 정원을 향해 통째로 열린 창 덕분에 실내 어디서든 초록빛이 시야에 걸린다.

Brick to Light 주방, 조명이 켜진 창가 벤치와 에스프레소 머신
© Andreas Schüring Architekten

주방 끝에 앉으면 정원이 보인다

기다란 주방 동선의 끝자락엔 창가에 붙박이 벤치를 짜 넣었다. 해 질 무렵이면 은은한 조명이 목재 좌석을 따뜻하게 물들이고, 창밖으로는 정원과 이웃집 지붕선이 겹쳐 보인다. 반대편엔 짙은 색 스톤 상판을 얹은 아일랜드가 자리하는데, 그 위에 놓인 커피 머신 한 대가 이 집에 사는 사람의 취향을 은근히 드러낸다. 오래된 벽돌 기둥을 그대로 노출시켜 둔 마감이 새로 짠 목재 가구와 나란히 놓이면서 신구의 대비가 자연스럽게 완성된다.

Brick to Light 침실, 커튼 뒤로 계단실이 보인다
© Andreas Schüring Architekten

커튼 뒤에 숨은 침실

1층에는 침실과 욕실이 평면 가장자리에 붙박이 수납장과 커튼으로 감싸인 채 자리한다. 벽 대신 두꺼운 커튼 한 장으로 공간을 나눈 덕분에, 필요할 때는 걷어 계단실의 흰 벽돌과 쏟아지는 빛을 그대로 침실 안으로 들일 수 있다. 문이 아니라 천으로 여닫는다는 선택 하나가 이 집의 융통성을 한층 끌어올린다. 오래된 벽돌과 부드러운 패브릭이 같은 프레임 안에 들어와 있는 장면이 유독 인상적이다.

Brick to Light 계단실, 흰 벽돌과 천창에서 쏟아지는 빛
© Andreas Schüring Architekten

빛이 쏟아지는 계단실

지하부터 다락까지, 네 개 층을 하나로 꿰는 건 흰 벽돌로 마감한 계단실이다. 철제 발판과 그물 모양 난간을 얹은 계단이 대각선으로 가로지르고, 북쪽으로 낸 천창에서 들어온 빛이 벽을 타고 아래층까지 흘러내린다. 계단 하나에 조명을 따로 달 필요가 없을 정도로, 낮 동안엔 자연광만으로 층과 층 사이가 환하게 이어진다. 오래된 벽돌 질감 위에 떨어지는 빛의 결이 이 집에서 가장 사진 찍기 좋은 장면을 만든다.

Brick to Light 다락 스튜디오, 목구조 지붕과 삼각형 유리창
© Andreas Schüring Architekten

다락에 얹은 유리 등불

가장 극적인 변화는 맨 위층에서 일어났다. 원래 막혀 있던 박공지붕의 서쪽 끝을 완전히 걷어내고, 그 자리를 통유리로 채워 다락 전체를 스튜디오로 바꿔놓았다. 목재와 철을 섞은 구조체로 지붕을 거의 새로 짜다시피 했는데, 그 골조를 감추지 않고 그대로 노출해 천장 자체가 하나의 장식이 되도록 뒀다. “지붕의 옛 윤곽을 그대로 늘려 열어젖히고, 결국 유리 등불로 마무리된다”는 게 건축가의 설명이다. 이웃한 병영 건물의 지붕 각도를 그대로 참조해 만든 새 지붕은, 백 년 전 이 동네를 설계했던 건축가들과 은근히 대화를 나누는 셈이라고 그는 덧붙인다. 낡은 단열재를 걷어내고 히트펌프 기반 바닥난방을 새로 넣어 에너지 성능도 함께 끌어올렸다.

ArchitectsAndreas Schüring Architekten
PhotosAndreas Schüring Architekten
CategoryHouse
CountryGermany
MaterialsBrick, Wood, Iron

더 볼만한 기사

PHM ZINE
PHM ZINEhttps://phmkorea.com
집에 대한 즐거운 통찰과 해석, 집에 대한 이해. 더 나은 대한민국 홈 라이프를 위한 PHM ZINE

댓글 남기기

댓글 내용을 입력해 주세요
이름을 입력해 주세요

추천 기사

팔려고 고친 집인데 눌러살게 됐다, Toybox

India Goa 주(州)의 조용한 마을 Aldona, Moira 강이 가까운...

혼밥은 그만! 가족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놀이 공간 캐나다 주택 The De Gaspé House

자라나는 아이들이 있는 집에서 중요한 요소가 무엇일까? 아직 보호해주고...

계단 하나가 집을 두 배로 넓혔다, 왕 아파트

대만 신베이시에 자리한 왕 아파트는 전용면적 33제곱미터, 그러니까 10평...

지붕을 접어 산을 담았다, House SP

남향으로 트인 산자락 도시, Meran. Italy 북부 South Tyrol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