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스티브 마틴 주연의 코미디 영화 (Cheaper by the Dozen)를 본 사람이라면 열두 남매가 우르르 몰려 살던 그 거대한 저택을 기억할 것이다. 하얀 파사드에 정갈한 잔디밭, 미국 중산층 대가족의 판타지를 그대로 담은 집이었다.
그로부터 13년 뒤, 이 집의 새 주인이 된 사람은 다름 아닌 타투이스트 카트 폰 D(Kat Von D)였다. 그리고 그녀는 이 하얀 저택을 통째로 검은 고딕 성으로 바꿔놓았다.

밴 나이스 가문이 지은 130년 된 집
이 집의 뿌리는 영화보다 훨씬 오래됐다. 1890년, 지금의 밴 나이스(Van Nuys) 지역 이름의 유래가 된 사업가 아이작 뉴턴 밴 나이스가 지은 저택으로, 1915년 아들의 손에 의해 지금의 로스앤젤레스 핸콕 파크(Hancock Park) 자리로 통째로 옮겨졌다. 130년 넘게 이 동네를 지켜온 셈이다. 3층 규모에 침실만 11개, 욕실 8.5개, 별도의 게스트하우스까지 딸린 12,500제곱피트(약 1,161제곱미터)짜리 대저택이다. 카트 폰 D는 2016년 이 집을 650만 달러에 사들였다.

천장에 하늘을 그려 넣은 응접실
매입 후 카트가 가장 공들인 건 집을 새것처럼 바꾸는 일이 아니라 원래 모습을 되살리는 일이었다. 응접실 천장에는 구름이 떠가는 하늘을 그대로 그려 넣은 프레스코 벽화가 남아 있는데, 1890년대 건축 당시의 장식을 그대로 복원한 결과다. 금박을 입힌 벽면과 커튼, 클래식한 목조 몰딩까지 더해져 응접실 하나만으로도 19세기 유럽 살롱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준다. 검은 고딕 저택이라는 이미지와 달리, 집 곳곳엔 이렇게 밝고 우아한 공간도 함께 존재한다.

10인용 식탁이 놓인 격식의 방
다이닝룸은 이 집에서 가장 격식을 갖춘 공간이다. 벽과 천장을 가득 채운 정교한 목공 장식, 그 아래 놓인 10인용 원목 식탁, 촛불형 샹들리에가 한데 어우러진다. 벽난로까지 딸려 있어 겨울이면 식사 자리가 그대로 벽난로 앞 파티로 이어질 법하다. 집 전체가 그렇듯 이 방 역시 원래 있던 목공 디테일을 살리는 데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책보다 분위기가 먼저 눈에 들어오는 서재
서재는 정교한 장식과 짙은 색감이 만나 극적인 분위기를 낸다. 높은 책장과 화려한 몰딩, 은은한 조명이 어우러져 마치 오래된 사교클럽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준다. 카트가 공들여 되살린 이 공간은 단순한 독서 공간이 아니라, 집 전체의 성격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상징적인 방이기도 하다.

박쥐 벽화로 완성한 침실
카트 본연의 취향이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공간은 따로 있다. 벽면 가득 손으로 그린 박쥐 벽화가 채워진 침실인데, 벽난로와 크리스탈 샹들리에가 은은한 조명을 더하면서 오싹함보다는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고딕 취향과 클래식한 저택 구조가 충돌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섞이는 지점이다.

금장 천장 아래 붉은 침실
다른 침실은 온통 붉은 톤으로 채워져 있다. 금박을 입힌 천장과 모서리의 벽난로, 붉은 벨벳 소파까지 더해져 화려함의 밀도가 가장 높은 공간이다. 침실마다 색과 테마를 다르게 꾸민 게 이 집의 특징인데, 방을 옮길 때마다 완전히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느낌을 준다.

저택 규모에 어울리는 주방
주방은 이 집에서 가장 실용적인 공간이지만, 규모만큼은 다른 방들에 뒤지지 않는다. 넉넉한 조리대와 아일랜드, 고풍스러운 조리용 알코브가 어우러져 셰프급 주방의 위용을 갖췄다. 목재 바닥과 클래식한 조명 덕분에 최신식 주방임에도 저택 전체의 시대적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다.

이 집의 시그니처, 핏빛 수영장
이 저택에서 가장 유명한 공간을 하나만 꼽자면 단연 수영장이다. 2020년 리모델링을 거치며 물빛을 핏빛에 가까운 붉은색으로 바꿨는데, 주변을 둘러싼 고전 조각상들과 어우러져 저택 전체의 고딕 콘셉트를 정원까지 확장한 모습이다. 낮에 봐도, 밤에 조명이 켜졌을 때 봐도 인상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집 하면 가장 먼저 이 붉은 수영장 사진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정도다.

레드카펫이 깔린 목조 계단
현관에서 2층으로 이어지는 목조 계단에는 클래식한 붉은 카펫이 깔려 있다. 짙은 나무색 아치와 대비되는 붉은 카펫이 계단 전체에 극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카트는 이 집을 내놓으며 “온전히 복원하는 데 6년이 걸렸다”고 밝힌 바 있는데, 계단 하나에도 그 공들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이 저택은 2023년, 할리우드 포에버 묘지 공동 소유주인 타일러 제임스 카시티에게 775만 달러에 팔렸다.






위치: Hancock Park, Los Angeles, USA
면적: 약 1,161m²(12,500 sqft)
특징: 침실 11개, 욕실 8.5개, 2020년 리모델링한 붉은 수영장, 2023년 775만 달러에 매각
사진/출처: Toptenrealestatedeal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