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 철골 품은 매스팀버 미술대학, PSU Schnitzer School

미술대학 건물은 대개 캠퍼스에서 가장 어수선하고, 그래서 가장 재미있는 곳이다.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Portland State University(PSU)가 이번 가을 문을 연 Jordan Schnitzer School of Art + Art History + Design은 그 미술대학을 통째로 매스팀버(mass timber)로 지은 건물이다. 더글러스 퍼 집성목으로 뼈대를 세우고 숲빛 그린 메탈로 겉을 감싼 4층, 연면적 약 9,600m² 규모다. 캠퍼스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던 미술 실기, 미술사, 그래픽디자인 세 학과가 처음으로 한 지붕 아래 모였다.

설계는 포틀랜드에서 목조 건축을 꾸준히 밀어 온 LEVER Architecture가 맡았다. PSU 캠퍼스의 첫 매스팀버 건물이자, LEVER가 처음부터 새로 지은 첫 대학 건물이기도 하다. 공사는 7월에 끝났고, 10월 13일 그랜드 오프닝으로 공식 개관을 알렸다. 밖에서 보면 단정한 그린 박스인데, 안으로 들어서면 목재와 핑크 철골과 학생 작품이 한꺼번에 말을 걸어오는 건물이랄까.

워크 야드를 향해 ㄷ자로 열린 Jordan Schnitzer School of Art + Art History + Design 서쪽 외관
© Jason O'Rear

사우스 파크 블록스 끝, 주차장 자리에 들어선 미술대학

포틀랜드 도심을 남북으로 길게 가르는 사우스 파크 블록스(South Park Blocks)는 가로수가 빽빽한 좁고 긴 공원 띠다. PSU 캠퍼스를 관통해 도심 한복판까지 12개 블록을 이어 가고, 길을 따라 Portland Art Museum 같은 문화 기관들이 줄지어 서 있다. 새 미술대학은 이 공원 띠가 끝나는 남쪽 끝자리에 선다. 원래는 노면 주차장이었다가 스케이트 파크로 쓰이던 땅이다.

LEVER는 이 건물을 ‘다리’라는 말로 설명한다. 공원이 도시의 녹지를 잇는 다리라면, 이 건물은 대학을 공원 북쪽으로 늘어선 문화 기관들과 잇는 문화의 다리라는 것이다. 서쪽에서 보면 그 태도가 형태로 드러난다. 건물은 ㄷ자로 가운데를 비워 공원 쪽으로 품을 연다. 미술대학이 공원을 등지고 앉는 대신 공원과 마주 앉은 셈이다.

해 질 녘 사우스 파크 블록스에서 본 미술대학 건물 모서리
© Jason O'Rear

뒷면이 없는 건물, 네 개의 길에 네 개의 표정

LEVER의 창립 대표 Thomas Robinson(토머스 로빈슨)은 이 건물을 ‘등이 없는(backless)’ 건물이라고 부른다. 대지 네 면이 모두 길이나 공원에 닿아 있어서 어느 쪽도 뒷마당처럼 내버려 둘 수 없었다는 얘기다. 그래서 면마다 다른 역할을 맡겼다.

동쪽, 차와 사람이 붐비는 상업 가로 Broadway에는 갤러리 두 곳을 내 지나가는 사람에게 전시를 보여준다. 서쪽 Park Avenue 쪽으로는 행사와 전시를 여는 ‘워크 야드(work yard)’를 열었다. 남쪽 Jackson Street은 조경으로 이웃한 Native American Student and Community Center와 이어지고, 매스도 남쪽에서 한 단 낮아져 이 이웃 건물을 내려누르지 않는다. 북쪽 College Street은 Green Loop와 만난다. Green Loop는 포틀랜드 도심을 한 바퀴 두르는 약 9.7km 길이의 보행자·자전거 선형 공원 구상인데, 이 건물 북쪽이 캠퍼스 안 첫 구간이 된다.

네 면이 다 앞면인 건물은 짓기 까다롭다. 서비스 동선과 하역 공간을 숨길 뒷면이 없기 때문이다. 이 건물은 하역 공간을 Jackson Street 쪽 한 곳으로 몰고 나머지 길이에는 유리와 출입구를 깔아 그 숙제를 푼다.

포틀랜드 도심을 배경으로 한 옥상 녹화 미술대학 항공 전경
© Jason O'Rear

흩어진 세 학과를 한 지붕 아래로 — 미술대학의 조닝과 동선

세 학과는 그동안 캠퍼스 여러 건물에 나뉘어 있었다. 실기는 이 건물, 미술사는 저 건물 하는 식이면 회화 전공자가 그래픽디자인 수업 결과물을 우연히 마주칠 일이 거의 없다. 새 건물은 Art Practice, Art History, Graphic Design 세 학과를 한데 모으고, 서로 섞이도록 평면을 짰다.

1층 평면을 보면 세 덩어리의 매스가 가운데 커먼스(commons)를 중심으로 바람개비처럼 돌아가며 붙어 있다. 커먼스 둘레로 갤러리와 학생 갤러리, 강의홀, 행정 사무실, 출판 스튜디오, 소셜 프랙티스 스튜디오, 워크숍이 둘러서고, 위층에는 교실과 스튜디오, 랩, 교수 연구실이 올라간다. 3층은 재봉 스튜디오와 스크린 프린팅 스튜디오에 비슷한 면적을 나눠 줘 섬유 예술과 판화 프로그램을 한 층에 묶었다.

바람개비 배치의 장점은 공용 공간을 한가운데 두고 각 학과가 날개 하나씩을 맡는다는 데 있다. 어느 날개로 가든 커먼스 근처를 스치게 된다. PSU는 통학생 비율이 높은 대학이라 수업이 끝나면 곧장 집으로 흩어지기 쉬운데, 층마다 넓은 복도와 공용 공간을 둔 것도 학생들을 조금 더 붙잡아 두려는 장치다.

그린 메탈 외피로 둘러싸인 중정 워크 야드
© Jason O'Rear

7.6m 유리문 너머의 워크 야드

커먼스 한쪽 벽에는 폭 25피트(약 7.6m)짜리 슬라이딩 유리문이 달려 있다. 이 문을 열면 실내 커먼스와 바깥 중정이 한 공간이 된다. 학생들이 ‘워크 야드’라고 부르는 바로 그 중정이다. 사우스 파크 블록스에서도 곧장 들어올 수 있고, 평소엔 큰 작품을 펼쳐 놓는 바깥 작업장, 저녁엔 리셉션과 행사장으로 바뀐다. 머리 위로 건너지른 스트링 라이트가 이 이중 생활을 그대로 보여준다.

미술대학에서 의외로 가장 귀한 공간은 ‘마음껏 어질러도 되는 바깥’이다. 페인트를 흘려도, 대형 설치 작품을 며칠 세워 둬도 눈치 보지 않는 땅 말이다. 워크 야드는 학생들이 가장 원한 공간이었고, 북쪽 Green Loop 쪽에는 스튜디오가 바깥으로 넘쳐흐르는 ‘아트 포치(Art Porch)’가 하나 더 붙는다.

건축 유형으로 보면 이 ㄷ자 중정은 대학 건물의 오랜 원형인 쿼드랭글(quadrangle), 즉 건물이 사방을 둘러싼 사각 중정을 떠올리게 한다. 옥스퍼드·케임브리지의 칼리지들이 담장 안에 학문 공동체를 가두는 방식이었다면, 이 건물은 사각형의 한 변을 떼어 내 공원 쪽으로 돌려놓은 변형으로 읽힌다. 닫힌 안마당이 아니라 도시를 향한 앞마당이 된 셈이다.

포스터가 벽 한 면을 채운 학생 작업 공간과 핑크 철골 가새
© Jason O'Rear

학생 15명이 쓴 ‘공간 열망’ 리스트

설계 과정에서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학생을 테이블에 앉힌 방식이다. 형평성·포용 컨설턴트 Dr. Amara Perez가 이끈 프로그램에서 BIPOC(흑인·원주민·유색인) 미술·디자인 전공 학생 15명이 모였고, ‘비판적 인종 공간 렌즈(Critical Race Spatial Lens)’라는 연구 방법으로 자신들이 바라는 공간을 ‘공간 열망(Spatial Aspirations)’이라는 목록으로 정리했다. 이 목록이 계획과 설계의 기준이 됐다.

목록에서 나온 것 가운데 두 가지가 건물에 그대로 들어갔다. 하나는 자연과 닿아 있고 모이고 일하고 쉴 수 있는 안전한 바깥 공간, 다른 하나는 학생 공용 공간과 바로 이어져 밖에서도 훤히 보이는 학생 운영 갤러리다. 실제로 1층 갤러리 두 곳 가운데 하나는 학생들이 운영한다.

착공 당시 학교 측 설명으로 이 미술대학은 재학생의 60% 이상이 BIPOC로, 오리건주 공립 미술학교 가운데 구성원이 가장 다양한 곳이다. 실제 쓰는 사람이 설계에 끼어들면 공간의 우선순위가 바뀐다. 발주처가 정한 실(室) 목록을 채우는 데서 출발하는 대신 ‘여기서 어떤 기분으로 지내고 싶은가’에서 출발하니, 워크 야드와 학생 갤러리가 평면의 한가운데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골조 공사 중인 매스팀버 미술대학을 위에서 내려다본 항공 사진
© Timberlab

숲에서 공장으로, 공장에서 캠퍼스로

건물의 뼈대는 CLT 바닥판과 글루램 기둥·보로 짰다. 글루램에 들어간 목재 52만 보드피트(약 1,230m³)는 전량 태평양 연안 북서부에서 자란 더글러스 퍼이고, 그 절반 이상은 원주민 부족이 소유·운영하는 숲과 제재소에서 왔다. 모두 SFI(지속가능 산림 이니셔티브) 인증 목재다. 글루램 가공과 설치는 포틀랜드의 Timberlab이, CLT 바닥판은 Kalesnikoff가 맡았다.

부재 수도 만만치 않다. 글루램 보 408개, 기둥 353개. 이 부재들은 공장에서 CNC로 미리 깎여 현장에 도착했고, 덕분에 Timberlab은 1층 구조 약 2,500m²를 근무일 기준 열흘 만에 세웠다. Thomas Robinson은 덕트와 배관, 조명 스위치 하나까지 모든 요소를 착공 전에 디지털 모델로 미리 ‘지어 봤다’고 설명한다. CLT 바닥판에 뚫을 설비 관통 구멍 1,000개 이상을 공장에서 미리 낸 것도 그 결과다.

좁은 도심 캠퍼스에서 공장 제작은 속도 이상의 의미가 있다. 소음과 먼지, 공사 차량이 머무는 시간을 그만큼 줄이기 때문이다. 미국 매스팀버가 요즘 높이 경쟁으로 화제가 되는 걸 생각하면(앞서 소개한 〈콘크리트 코어를 버렸더니, 미국에서 가장 높은 목조 오피스가 나왔다〉가 그 예다), 4층짜리 이 건물은 반대편에서 매스팀버의 쓸모를 보여준다. 지역 숲과 지역 공장, 지역 대학을 한 줄로 잇는 일이다.

더글러스 퍼 글루램 기둥과 보가 드러난 골조 완성 무렵의 모습
© Mark Stein

이 형태는 어디서 왔나 — 글루램, CLT, 그리고 장부맞춤

글루램(glulam)은 얇은 판재를 결 방향을 맞춰 겹겹이 접착해 통나무로는 얻기 힘든 길고 굵은 부재를 만드는 기술이다. 20세기 초 독일에서 특허로 시작해 기둥 없는 큰 홀의 지붕을 덮는 데 쓰이기 시작했다. CLT(cross-laminated timber, 직교 집성판)는 판재를 한 층씩 결 방향을 엇갈려 쌓아 벽이나 바닥으로 쓰는 넓은 판을 만든 것으로, 1990년대 오스트리아를 중심으로 발전했다. 글루램이 기둥과 보를, CLT가 바닥을 맡는 지금의 조합은 이 두 계보가 만난 결과다.

이 건물에서 눈여겨볼 디테일은 장부맞춤(mortise-and-tenon)이다. 한쪽 부재에 구멍을 파고 다른 쪽에 촉을 내 끼우는, 한옥과 전통 목가구에서도 익숙한 바로 그 이음이다. Robinson은 제작 역량이 쌓일수록 더 적은 재료로 더 단순하고 우아한 디테일을 만들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손으로 깎던 옛 기술을 CNC가 빠르고 정확하게 되살린 것이다.

구조는 유연성도 함께 계산했다. 약 12m(40피트)에 이르는 긴 보가 기둥 없는 넓은 작업실을 만들고, 칸막이 벽은 구조와 분리돼 있어 학교의 필요가 바뀌면 다시 짤 수 있다. 오래 가는 뼈대와 자주 바뀌는 칸막이를 나눠 생각하는 이 태도는 1960년대 네덜란드 건축가 N. John Habraken(존 하브라켄)이 말한 ‘서포트와 인필(support and infill)’, 이른바 오픈 빌딩 사고방식을 떠올리게 한다. 미술 교육처럼 매체와 장비가 빠르게 바뀌는 분야라면 더더욱 맞는 선택이다.

곡면으로 돌아가는 그린 골강판 메탈 외피 모서리
© LEVER Architecture

숲의 캐노피를 두른 그린 메탈 파사드

목조 건물인데 겉은 금속이다. 외피는 주문 제작으로 성형한 리브(골) 메탈 패널로, 숲의 캐노피를 떠올리게 하는 포레스트 그린이다. 세로로 깊게 접힌 골이 햇빛 각도에 따라 그림자를 바꿔서, 같은 그린이 아침과 저녁에 다른 톤으로 보인다. LEVER는 색을 정하기까지 여러 차례 실물 샘플을 만들어 테스트했다.

모서리는 각지게 꺾지 않고 둥글게 말아 돌렸다. 덕분에 4층짜리 큰 덩치가 상자처럼 딱딱하게 서 있지 않고 부드럽게 흐른다. 세로 골의 촘촘한 그림자는 넓은 벽면을 잘게 나눠 볼륨을 한결 가볍게 보이게 하는 효과도 있다.

목구조는 안에서 아낌없이 드러내고, 바깥은 비가 잦은 포틀랜드 날씨를 견딜 금속 껍질로 감싸는 분업으로 읽힌다. 2023년 10월 포틀랜드 디자인 위원회 승인 당시 심사 의견도 네 면의 서로 다른 조건에 잘 대응했고, 소재와 꼼꼼한 디테일이 품질과 영속성을 전한다는 쪽이었다.

핑크 철골 가새와 목구조가 함께 드러난 직조 스튜디오
© Jason O'Rear

버블검 핑크 철골 — 구조를 숨기지 않는 색

목재로 가득한 실내에서 가장 먼저 눈에 걸리는 건 핑크다. 목구조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지진 등의 수평력은 건물 외곽의 철골 가새 골조(braced frame)가 받는데, 이 철골을 버블검 핑크로 칠했다. 철골 피난 계단도 같은 핑크다. 따뜻한 더글러스 퍼, 화이트 벽, 핑크 철골, 바깥의 그린 외피가 한 화면에 겹친다.

구조를 감추는 대신 색으로 드러내는 방식은 1970년대 하이테크 건축의 문법과 닮았다. 구조와 설비를 원색으로 칠해 밖으로 꺼내 놓은 파리의 Centre Pompidou가 대표적이다. 이 건물은 그 문법을 훨씬 작고 다정한 스케일로 가져온 듯하다. 학생들은 이 건물이 어떻게 서 있는지를 매일 눈으로 보며 지나간다.

색은 사인에서도 이어진다. 환경 그래픽은 뉴욕의 Once-Future Office가 맡았는데, 계단실 벽에 층수를 커다랗게 써 넣고 화장실 사인까지 대담한 색과 글자로 처리했다. 그래픽디자인 전공이 미국 전역에서 이름난 학교다운 선택이다. 집이나 작업실에 포인트 컬러를 쓸 때도 이 원리를 참고할 만하다. 목재가 주인공인 공간이라면 강한 색은 계단이나 철물처럼 한 계통에만 몰아 줘야 산만해지지 않는다.

글루램 기둥이 리듬 있게 늘어선 복도
© LEVER Architecture

복도는 넓게, 기둥 사이는 갤러리로

복도를 따라 글루램 기둥이 일정한 간격으로 늘어선다. 이 기둥과 기둥 사이가 학생들이 수시로 작품을 걸고 떼는 ‘포켓 갤러리’다. 옛 미술대학 건물에서 학생들이 공간을 제멋대로 고쳐 쓰며 수업의 연장으로 삼던 습관을 새 건물로 옮겨 온 아이디어다. 복도가 이동 통로에 그치지 않고 상설 전시장이 되는 셈이다.

가구와 수납장은 해양용(marine-grade) 더글러스 퍼 합판으로, 붙박이 목공 가구는 FSC 인증 합판으로 만들었다. 커먼스의 바퀴 달린 합판 테이블처럼 소박한 재료를 일부러 골랐다. 마감이 너무 귀하면 학생이 공간에 손대기를 망설인다. 합판처럼 ‘긁혀도 괜찮은’ 재료는 이 공간을 마음대로 써도 된다는 신호가 된다.

이 대목은 집이나 작은 작업실에도 그대로 옮길 수 있다. 목재 천장이나 노출 기둥이 있는 공간이라면 벽은 화이트로 비워 두고, 가구는 합판이나 원목처럼 결이 보이는 재료로 맞추면 재료가 서로 부딪히지 않는다. 기둥 사이 벽면을 액자나 선반으로 쓰는 ‘포켓 갤러리’는 집 복도에서도 바로 써먹을 만한 방법이다.

블루 벽 니치와 펜던트 조명이 놓인 1층 커먼스
© Jason O'Rear

조명은 보를 따라, 빛은 창으로

조명 설계는 Biella Lighting Design이 맡았다. 사진을 보면 교실과 스튜디오의 조명은 글루램 보 방향을 따라 길게 이어지는 선형 조명과 트랙 조명으로 정리돼 있고, 1층 커먼스의 블루 니치 안에는 작은 펜던트가 하나씩 내려와 앉을 자리를 표시한다. LEVER는 각 교실의 덕트와 조명, 스프링클러가 같은 리듬으로 반복되도록 설비를 미리 조율했고, 글루램과 창의 방향도 자연광을 최대한 끌어들이도록 맞췄다.

조명 설계의 기본은 전반(앰비언트)·작업(태스크)·연출(액센트) 세 겹을 겹쳐 까는 것이다. 이 건물에서는 보를 따라 달린 선형 조명이 전반, 작업대 위 트랙 조명이 작업, 니치의 펜던트가 연출을 맡는다. 목재 천장은 빛을 따뜻하게 되돌려 주지만 동시에 빛을 먹기도 해서, 같은 밝기여도 화이트 천장보다 어둡게 읽힌다. 화이트 벽과 큰 창이 그 몫을 메운다. 사진 속 빛이 웜톤보다 중성에 가까운 것도 색을 정확히 봐야 하는 미술 작업실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자연스럽다.

목재 천장이 있는 집이라면 이 방식을 그대로 빌려 올 수 있다. 천장 전체에 다운라이트를 흩뿌리기보다 보나 루버 방향을 따라 라인 조명을 한 줄 넣고, 쉬는 자리에는 2700~3000K 웜톤 펜던트, 책상이나 작업대에는 4000K 전후의 주백색 스탠드를 두면 된다. 디머를 달면 낮의 작업실과 저녁의 휴식 공간을 같은 조명으로 오갈 수 있다.

창이 규칙적으로 뚫린 그린 메탈 파사드
© LEVER Architecture

옥상에서 인디고를 키우는 친환경 미술대학

이 건물은 LEED Gold 인증을 목표로 한다. 옥상 전체를 식재로 덮고, 냉난방 설비는 전기로만 돌아간다. LEVER에 따르면 이 건물은 현행 에너지 코드 기준으로 지은 건물보다 온실가스 배출을 25% 줄여, 해마다 이산화탄소 환산 95톤을 덜 내보낸다.

남는 난방 용량은 이웃 Shattuck Hall로 보낸다. 1915년 적벽돌로 지은 초등학교를 PSU가 1960년대 말 사들여 2008년 건축 프로그램 건물로 바꾼 곳이다. 이 덕분에 Shattuck Hall은 캠퍼스 증기 난방 의존을 크게 줄이고 연간 60톤 이상을 추가로 감축한다. 백 년 넘은 이웃에게 새 건물이 난방을 나눠 주는 구조다.

3층에서 나가는 옥상 테라스에는 화단이 있는데, 여기서 염료로 쓸 인디고를 기른다. 직물 수업에 쓰는 블루를 건물 옥상에서 직접 키우는 셈이다. 조경은 오리건 화이트 오크(Oregon White Oak) 한 그루를 중심으로 짰고, Green Loop를 따라서는 이 지역 토종 수종인 레드 앨더(Red Alder)를 줄지어 심었다.

가로수 너머로 보이는 매스팀버 골조 공사 현장
© Timberlab

이 지역에서 자라 이 지역에서 지은 건물

공사비는 7,400만 달러다. 2024년 9월 첫 삽을 뜬 뒤 2년이 채 안 돼 문을 열었으니, 공장 제작 목구조 덕을 톡톡히 본 일정이다. Robinson은 이 건물을 ‘이 지역에서 자라고 이 지역에서 가공된 건물’이라고 부르며, 여기서 쌓은 지식이 다음 매스팀버 프로젝트로 이어지는 건축 문화가 자리 잡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목조 학교 건물이 지역 산업과 예산, 성능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방식은 앞서 소개한 〈예산은 빠듯한데 성능은 최상급 — 뉴욕주가 목조로 지은 학교의 ‘최소로 최대를’ 전략〉에서도 볼 수 있다. 포틀랜드의 이 미술대학은 거기에 한 가지를 더한다. 쓰는 학생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먼저 묻고, 그 답을 평면 한가운데 놓았다는 점이다.

10월 13일 그랜드 오프닝은 오후 4시 개회사와 리본 커팅에 이어 저녁 8시까지 건물 전체를 여는 행사로 꾸려졌다. 1층은 파티와 프린팅, 2층은 게임과 실험, 3층은 판화와 패션·직물, 4층은 사진과 퍼포먼스와 필름으로 층마다 프로그램을 달리 짰다. 학교가 개관 날 건물을 통째로 작업실이자 전시장으로 내놓았다는 것, 이 건물이 어떤 곳이 되려 하는지 그것만큼 잘 보여주는 장면도 없다.

ArchitectsLEVER Architecture
DesignerOnce-Future Office (환경 그래픽), Place (조경), Biella Lighting Design (조명)
PhotosJason O'Rear, Mark Stein, Timberlab, Portland State University, LEVER Architecture
ContractorSwinerton
Category교육시설(대학·미술대학)
Country미국
Materials더글러스 퍼 글루램, CLT, 리브 메탈 패널, 철골 가새, 더글러스 퍼 합판
LocationSouth Park Blocks, Portland, Oregon
Area연면적 9, 628m²
Year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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