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펜하겐에서 차로 한 시간 남짓, 덴마크 해안의 야트막한 언덕 지대에 사람 손을 거의 타지 않은 듯한 별장 한 채가 앉아 있다. Norm Architects가 설계한 이 232m²짜리 덴마크 해변주택은, 도시의 일상에서 완전히 멀어지고 싶을 때를 위한 집이다.
집의 원형은 덴마크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헛간이다. 다만 전통적인 헛간 한 채를 통째로 가져오는 대신, 몸통을 둘로 쪼개 서로 어긋나게 벌려놓았다. 그렇게 생긴 틈이 마당이 됐고, 마당을 사이에 둔 두 동은 지붕 낮은 통로로 다시 이어진다. 헛간을 흉내 냈다기보다, 헛간이라는 오래된 형식을 한 번 비틀어 쓴 집에 가깝다.

헛간 두 채, 사이를 벌려 마당을 얻다
Heatherhill Beach House는 두 개의 박공지붕 매스로 이뤄져 있다. 설계를 맡은 건축가 Sophie Bak은 전통적인 헛간 형식에서 출발해, 그 구조를 “뜯어내 서로 다른 자리로 옮겨놓았다”고 설명한다. 두 매스 사이에 남은 틈은 옛 마당을 오늘의 언어로 옮겨놓은 셈이다. 침실 네 개와 욕실 두 개를 나눠 담은 두 동은 완만하게 경사진 대지를 따라 서로 다른 레벨에 앉아, 거실과 주방이 몇 개의 계단으로 나뉘면서도 나란히 바다를 향한다.

지붕 낮은 통로가 다시 이어붙인 두 동
현관으로 이어지는 진입로는 목재 기둥이 늘어선 지붕 덮인 통로다. 이 회랑형 구조는 실내에서도 한 번 더 반복돼, 고전적인 열주가 늘어선 듯한 인상을 준다. 작은 헛간 모양 창고를 지나 대지에 들어서면 바다가 살짝 보이고, 통로를 따라 걸을수록 그 풍경이 점점 가까워지도록 동선을 설계했다. 건축가들은 이 접근 방식이 대지가 가진 풍경을 가장 잘 누리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낡은 구조를 허물지 않고 새 쓰임을 준다는 점에서는 200년 된 오두막 뼈대를 그대로 살려 손님방으로 되살린 House Hökarn과도 통하는 태도다.

삼나무는 실버로, 지붕은 그린으로 물든다
외벽은 전부 삼나무로 마감했다. 시간이 지나면 실버 톤으로 패티나가 앉으면서 바로 옆 바다의 색과 닮아가도록 계산한 선택이다. 지붕에는 세덤을 심어 근처 헤더(heather) 언덕과 같은 톤으로 물들게 했다. 세덤 지붕은 건축주가 어릴 적 살던 집에서 따온 아이디어인데, 짠 바닷바람 앞에서 오래 버틸 수 있는 재료를 고르다 보니 자연스럽게 채택됐다고 한다. 삼나무 한 벌을 통째로 두른 퀘벡 워터하우스처럼, 이 집의 외벽도 시간이 흐를수록 다른 표정을 짓도록 설계됐다.

실내에서도 반복되는 기둥의 리듬
현관 통로의 기둥은 실내 복도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목재 패널로 마감한 벽과 천장, 그 사이를 규칙적으로 가르는 기둥이 만드는 리듬은 다소 클래식한 인상마저 준다. 15m 길이의 Douglas fir 바닥재를 이음매 없이 깔기 위해 상당한 시공 난이도를 감수했는데, 그 덕에 복도 전체가 한 장의 나무판처럼 매끈하게 이어진다.

작은 창고를 지나야 바다가 열린다
대지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바다를 한눈에 보여주지 않는다. 진입로 초입의 작은 헛간형 창고를 지나야 비로소 수평선이 살짝 드러나고, 지붕 덮인 통로를 걸어 본채에 가까워질수록 그 풍경이 서서히 넓어진다. 현관 복도 끝에 놓인 화분 하나가 바깥 풍경과 실내를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거실과 주방, 계단 몇 개를 사이에 두고 바다를 보다
거실과 주방은 나란히 바다를 향해 있지만 완전히 같은 층은 아니다. 경사진 대지를 그대로 살리면서 두 공간을 몇 개의 계단으로 갈라놓았기 때문이다. 창가에는 낮은 벤치를 붙박이로 짜 넣어 앉아서도, 서서도 바다를 볼 수 있게 했다. 벽에 단 긴 팔 형태의 조명은 창을 가리지 않으면서도 필요한 자리에만 빛을 보낸다.

벽돌을 다르게 깔아 전통을 비틀다
공용 공간 바닥은 벽돌로 마감했는데, 굳이 전통적인 패턴을 따르지 않았다. 벽돌을 나란히 붙여 깔고 줄눈 두께만 미세하게 조절해, 오래된 재료를 쓰면서도 인상은 훨씬 동시대적으로 남게 했다. 다이닝 공간의 나무 테이블과 벤트우드 체어들이 이 벽돌 바닥 위에서 담백한 대비를 이룬다.

일본식 여백을 빌려온 욕실
욕실은 공간 자체는 작지만 답답하지 않다. 건축가들은 이 균형을 일본 전통 욕실에서 빌려왔다고 말한다. 붙박이 욕조 옆으로 낸 창은 눈높이를 낮춰 풀숲과 하늘만 담기게 했고, 벽은 그레이 톤으로 마감해 차분한 인상을 더했다. 벽돌 바닥은 실내 다른 공간과 재료를 통일해 집 전체의 인상이 흩어지지 않게 붙잡아준다.

코펜하겐의 일상과 완전히 멀어지는 법
박공 천장이 그대로 드러난 또 다른 거실 한편에는 벽난로를 두었다. 통유리창 너머로는 손대지 않은 듯한 마당의 나무 한 그루가 그대로 들어온다. 건축주 부부는 이 별장을 코펜하겐에서의 일상을 완전히 잊는 용도로 쓴다고 밝혔다. 삼나무와 벽돌, 세덤 지붕이 만들어내는 무채색에 가까운 팔레트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조금씩 다른 표정을 짓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