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축가에게 가장 어려운 질문은 ‘무엇을 지을까’가 아니라 ‘어디에 지을까’일 때가 있다. 알바니아 아드리아해 연안에 추진되는 대규모 리조트 계획이 그렇다. 호화 빌라 수천 채가 들어설 예정지에는 알바니아 유일의 섬 사잔(Sazan)과, 핑크빛 플라밍고로 알려진 습지 비오사-나르타(Vjosa-Narta)처럼 생태적으로 민감한 곳이 포함돼 있다.
건축 매체 Dezeen에 따르면 네덜란드 출신 유럽의회 의원 Tineke Strik이 에디 라마(Edi Rama) 총리가 EU 환경 규제를 피하려고 이 리조트를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영국 가디언(Guardian)과의 인터뷰에서 라마 총리의 방식을 ‘sneaky and disloyal’, 곧 교활하고 불성실하다고 표현했다.
후원자는 쿠슈너와 이방카 트럼프
계획은 Jared Kushner(재러드 쿠슈너)가 2024년 처음 공개했고, 그와 Ivanka Trump(이방카 트럼프)이 뒤를 받치고 있다. 이방카는 올해 5월 이 프로젝트를 언급하며 규모가 거의 부담스러울 정도(almost daunting)라고 말했다.
설계에는 여러 사무소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미국 매체 The Architect’s Newspaper는 베를린 스튜디오 Laboratory for Visionary Architecture(LAVA)가 현재 개발에 관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앞서 다른 설계사무소들이 프로젝트의 기본 틀을 맡았던 사실도 확인됐는데, 그중 BIG(비아이지)은 지금은 관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법이 먼저 바뀌었다
논란의 중심에는 도면이 아니라 법이 있다. 알바니아 정부는 ‘전략적 투자자(strategic investors)’가 보호 경관 안에서도 건설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유럽의회는 6월 이 법을 폐지하라고 알바니아 정부를 압박했다.
Strik은 라마 총리가 EU 기준에 법적으로 묶이기 전에 인허가 절차를 끝내려 한다고 주장한다. 알바니아는 EU 가입을 준비하는 후보국으로, 2030년까지 가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이런 우회가 가입 절차 자체를 흔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플라밍고 혁명, 그리고 티라나의 시위
반발은 거리로 번졌다. 6월 기초 공사가 시작되자 보호종 새의 이름을 딴 환경운동 ‘플라밍고 혁명(Flamingo Revolution)’이 일어났고, 지금은 수도 티라나에서 더 넓은 반정부 시위로 이어지고 있다. Kushner는 ‘최고 수준의 설계·환경 기준으로 지어 이 지역을 녹지가 더 풍부하고 생물다양성 높은 곳으로 남기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BirdLife Albania의 생태학자는 BBC에 이 개발이 야생 지역을 완전히 파괴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축을 믿는 나라의 시험대
라마 총리는 건축의 힘을 믿는다고 공개적으로 말해 온 인물이다. 티라나가 이색 고층 건물이 몰리는 도시가 된 것도 그 연장선에 있다. BIG이 공원 위에 띄운 ‘구름 건물’ 소식은 앞서 소개한 〈10/14 데일리 건축 이슈 큐레이션〉에서 다뤘다. 건축에 대한 낙관이 도시를 키웠다면, 이번 리조트는 그 낙관이 보호구역 앞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묻는 시험에 가깝다.
개발의 속도와 법의 순서를 두고 벌어지는 이 공방이 어떻게 정리되든, 호화 빌라 수천 채라는 스케일이 설계 이전에 입지와 절차의 문제로 먼저 평가받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건축이 환영받으려면 땅의 허락이 먼저라는 상식을 다시 확인하는 사례다.
이 기사는 아래 원문 보도를 참고해 PHM ZINE이 새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사진과 자세한 내용은 원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출처 : Dezeen — Albania accused of fast-tracking controversial Trump-linked resor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