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래된 골목의 집을 허물고 새로 지으려는 주민이 가장 먼저 부딪히는 벽은 기다림이다. 후보지로 뽑히고 나서 착공까지 평균 6년. 그 사이 동의서를 걷던 열기는 식고 사업은 힘을 잃는다. 서울시가 이 기다림을 1년 6개월 줄이겠다며 내놓은 것이 모아통합기획이다.
서울시는 12일 노후 저층주거지를 소규모로 정비하는 모아타운 사업의 속도를 높이기 위한 ‘모아통합기획 추진계획’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후보지 공모는 13일부터 시작됐고, 후보지 접수는 11월 2일부터 받는다. 지난 8월 내놓은 ‘모아타운 쾌속통합 추진계획’의 후속 조치다.
계획과 조합 설립을 동시에, 기간은 6년에서 4.5년으로
모아통합기획은 서울시 대표 정비제도인 신속통합기획을 모아주택·모아타운 특성에 맞게 적용한 민관협력형 제도다. 핵심은 순서를 바꾸는 데 있다. 기존에는 2년 넘게 걸리는 관리계획이 확정돼야 주민 동의서를 걷을 수 있었다. 앞으로는 모아타운 범위와 토지이용계획 같은 필수 항목만 담은 관리계획을 먼저 승인·고시하는 ‘모아타운 선 지정’을 거친다. 주민공람과 설명회 단계에서 자치구가 조합 설립용 동의서를 내주면, 주민은 그때부터 동의율을 모아 창립총회 요건을 갖추고 곧바로 조합을 세울 수 있다.
계획 수립도 역할을 나눠 하나로 묶는다. 서울시는 건축계획 용역을, 자치구는 도시계획 용역을 발주해 하나의 관리계획으로 통합한다. 모아타운별로 주민·서울시·자치구·모아통합계획가(MP)·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참여하는 협의체 ‘모아한팀’도 꾸린다. 올해 12곳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후보지 100곳을 뽑는 것이 목표다.
건축 가이드라인과 추정 분담금을 미리 준다
조합 설립 뒤 건축계획을 다시 짜면서 관리계획을 바꾸는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서울시는 ‘모아주택 건축 가이드라인’을 만든다. 건축물의 배치와 높이, 형태를 미리 제시하는 틀이다. SH는 종전·종후자산 감정평가를 거쳐 토지등소유자별 추정 분담금을 계산해 주민에게 제공한다. 주민 입장에서는 내 몫이 얼마인지 일찍 알 수 있다는 점이 달라진다.
후보지 신청 조건은 전체 면적 2만m² 이상 10만m² 미만에 노후도 50% 이상인 지역이다. 사업예정구역별로 토지등소유자 60%와 토지면적 2분의 1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소유자 25% 또는 토지면적 3분의 1 이상이 반대하는 구역은 신청할 수 없다. 선정된 후보지에는 관리계획 수립비의 50%를 지원하며, 서울시는 매년 20곳 안팎을 뽑을 계획이다.
투기 방지와 제도 일원화
투기 대책도 함께 나왔다. 분양받을 권리를 정하는 기준일을 ‘시 또는 자치구 접수일’에서 ‘구역계 공개일’로 앞당기고, 분양권은 기준일 다음 날까지 세대별 구분소유권을 확보해야 인정한다. 서울시는 지난 7일 지목이 도로인 사도를 서울 전역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고, 기획부동산을 통한 거래가 적발된 곳은 후보지 선정에서 뺀다.
기존 주민제안 방식은 올해까지만 운영하고 2027년부터 모아통합기획으로 일원화한다. 주민제안을 준비해 온 지역은 12월 31일까지 동의율을 확보해 자치구에 신청하면 기존 방식으로 가거나 모아통합기획으로 전환할 수 있다. 명노준 서울시 주택실장은 “계획은 주민과 공공이 함께 세우고 조합 설립은 주민이 동시에 준비해 기간을 줄이고 주택 공급을 앞당길 수 있다”고 말했다.
모아타운이 실제로 어떤 모습으로 완성되는지는 앞서 소개한 〈반지하 70% 빌라촌이 15층 아파트로 — 서울 모아주택 1호 준공〉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제도가 빨라질수록 이런 단지가 서울 곳곳의 골목에 들어서는 시점도 앞당겨진다.
이 기사는 아래 원문 보도를 참고해 PHM ZINE이 새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사진과 자세한 내용은 원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