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하나가 60년 넘게 쌓이면 몸에 안 맞는 옷이 된다. 1962년 제정된 건축법이 지금 그 처지다. 그동안 크고 작은 개정을 수십 차례 거치면서도, 새 문제가 생길 때마다 조항을 하나씩 덧붙이는 방식이 반복됐다. 그 결과 절차 규정과 실체적 기준이 뒤섞이고, 관련 조항은 법 여기저기에 흩어졌다.
9월 21일 한창섭 건축공간연구원(AURI) 원장이 건축사신문에 실은 특별기고에서 이 문제를 정면으로 짚었다. 그는 “개별 제도를 손질하는 데서 출발해서는 안 된다”며, 조문 정리가 아니라 법 전체의 체계를 다시 짜는 데서 건축법 전부개정을 시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10개 장으로 다시 짜는 건축법
한 원장이 제시한 새 체계는 절차·계획·안전·성능·공간관리라는 기능별 축을 따라 총 10개 장으로 나뉜다. 총칙에 이어 ‘건축행정 및 건축공사’ 장은 입지 검토부터 사전검토, 안전영향평가, 허가·신고, 용도변경, 설계·시공·감리, 사용승인까지 실제 건축 행위의 순서를 그대로 따라가도록 배열했다. ‘건축계획 및 건축기준’ 장은 대지·도로·건폐율·용적률·높이 같은 개별 기준을 체계화하고 국토계획법과의 관계를 명확히 하는 역할을 맡는다.
눈에 띄는 대목은 ‘건축설비 및 스마트건축’ 장이다. 급수·배수·환기·전기·통신·피뢰·승강기·에너지·환경성능 같은 기존 설비 기준을, 인공지능·자동제어·데이터 관리 같은 미래 건축기술과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안전 분야도 별도 장으로 떼어냈다. ‘건축물의 안전 및 피난기준’ 장에서는 구조·내진·피난·방화·내화·마감재료를 통합해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안전규정의 법적 위상을 끌어올리고, 설계·시공·감리 책임도 함께 강화한다.
건축법 개정, 조문 수가 아니라 원칙을 다시 세우는 일

한 원장은 이번 전부개정을 “조문의 수를 줄이거나 번호를 바꾸는 작업이 아니”라고 못박았다. 대신 안전이라는 거주자 보호의 목적을 법 제목 자리에 놓고, 원칙과 절차와 기준을 다시 설계하는 일이라고 정의했다. 건축분쟁 조정 규정을 독립시켜 대상·기관·절차·효력을 체계화하고, 위반행위에 대한 조치도 조사부터 시정명령, 공사중지, 이행강제금까지 순서대로 배열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건축행정 절차가 실제로 어떻게 흘러가는지는 최근 서울의 인허가·준공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인허가 건수는 늘었는데 정작 입주는 줄어드는 현상을 다룬 인허가는 늘었는데 입주는 준다 — 서울 쏠림 속 준공절벽에서 확인할 수 있듯, 절차 자체의 체계가 흔들리면 그 여파는 통계로 고스란히 나타난다. 전부개정이 실제 법 조문으로 옮겨지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지만, 60여 년 만에 나온 밑그림이라는 점에서 건축업계의 관심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기사는 아래 원문 보도를 참고해 PHM ZINE이 새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사진과 자세한 내용은 원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