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서쪽, 고속철도 HS2의 신설역인 Old Oak Common 지하 터파기 현장에서는 매일 수백 톤의 흙이 파헤쳐진다. 대개는 트럭에 실려 매립지로 향하고 마는 흙이지만, 이번엔 사정이 달랐다. 디자이너 Bahbak Hashemi-Nezhad와 Rafael El Baz가 공사 현장에서 파낸 점토 12톤을 따로 골라내 역사 벽면을 채울 타일로 바꿔놓았다. 이름은 Sweet Terrain, 달콤한 땅이라는 뜻이다.


과자 틀이 찍어낸 타일 무늬
두 디자이너가 무늬를 새기는 데 쓴 도구는 놀랍게도 옛 제과점에서 쓰던 나무 쿠키 틀이었다. 아랍권에서 즐겨 먹는 전통 과자 마아물(Ma’amoul) 반죽을 찍어내던 틀을 3D스캔해 타일 표면의 돋을무늬로 옮긴 것이다. 국화 모양 로제트, 빗살무늬, 부엉이 얼굴까지 서로 다른 틀에서 나온 문양이 타일마다 새겨졌다. 두께와 돋음 정도는 설치 위치에 따라 조금씩 조정됐다. Hashemi-Nezhad는 “너무 얕으면 촉감이 살지 않고, 너무 도드라지면 파손 위험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완성된 문양은 낱장의 타일마다 조금씩 다르게 찍혀 기계로 찍어낸 것 같은 획일적인 느낌이 없다. 같은 틀을 써도 점토 반죽의 습도와 누르는 힘에 따라 결과물이 미묘하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스트런던 빵집에 보내는 헌사
이 타일이 참조한 마아물 틀은 두 사람이 런던 서쪽 동네를 돌며 만난 중동계 제빵사들에게서 빌려온 것이다. 레바논과 시리아에서 이주해 대를 이어 빵집을 운영해온 이들의 손기술과 정체성을, 지하철역이라는 공공 공간에 새겨 넣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스윗랜드 베이커리(Sweetland Bakery)의 제빵사 바스켄 예르마키안(Vasken Jermakian)은 “이 타일이 역에 놓이는 날, 우리와 우리 가족, 그리고 커뮤니티 모두에게 큰 자부심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옛 방식 그대로, 타일 공방의 손끝에서
제작은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타일 공방 중 하나로 꼽히는 Craven Dunnill Jackfield가 맡았다. 런던 지하철 곳곳의 타일을 복원해온 이력을 가진 곳이다. 파낸 흙은 이물질을 걸러내고 수분을 조절하는 과정을 거쳐 타일에 알맞은 점토로 다듬어졌다.

지금은 공방의 유약 연구실과 함께 컬러와 질감을 시험하는 단계에 있다. 화이트, 그린, 블루, 옐로우, 브라운 등 여러 색으로 시유해봤지만, 두 디자이너가 최종적으로 택한 방식은 사람이 한 장씩 손으로 유약을 입히는 핸드딥(hand-dipped) 방식이다. 기계로 찍어낸 균일함보다 손이 남긴 미세한 얼룩과 번짐이 이 타일에는 더 어울린다고 판단해서다.



완성된 타일은 다심신앙실, 화장실, 복도 등 역 안에서도 비교적 조용한 공간에 놓일 예정이다. 정확한 사용 매수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수천 장 단위가 될 것이라고 Hashemi-Nezhad는 밝혔다. 이런 종류의 마감재는 국내에서도 돌 아닌 타일이다 — Ceramiche Keope의 석회암 재현 컬렉션처럼 표면 질감을 새롭게 해석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HS2는 영국 내에서도 환경 훼손 논란이 끊이지 않는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다. Sweet Terrain은 그 거대한 공사 현장에서 나온 부산물 하나를 동네 빵집의 이야기가 담긴 타일로 바꿔놓으며, 인프라와 지역 커뮤니티 사이에 작은 접점 하나를 만들어냈다.
이 기사는 아래 원문 보도를 참고해 PHM ZINE이 새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사진과 자세한 내용은 원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출처 : Dezeen — HS2 excavations used to create biscuit-like tiles for Old Oak Common st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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