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Ghent에는 폐가나 다름없던 벽돌집을 고쳐 쓴 집이 있다. Atelier Avondzon와 Macadam Atelier가 함께 맡은 이 프로젝트의 이름은 Rinskopf. 건축주가 원한 건 단순했다. 주변 공장 지대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집이었으면 좋겠다는 것.
그래서 건축가들은 낡은 벽돌 골조를 허물지 않고 그대로 살린 채, 단열재와 골함석 패널로 겉을 한 겹 더 씌웠다. 내부는 거친 벽돌을 하얗게 칠하고 목재 천장과 바닥은 그대로 드러냈다. “공장 같은 느낌과 가족이 사는 집의 아늑함을 하나로 섞는 게 이 프로젝트의 핵심 개념이었다”고 설계팀은 말한다. 이 집은 2025년 한 건축 시상식의 주택 리노베이션 부문 후보에도 올랐다.

겐트 골목집, 낡은 벽돌 담장 사이로 난 정원
집은 겐트의 좁은 필지 안쪽, 오래된 벽돌 담장으로 둘러싸인 자리에 있다. 담장은 페인트가 벗겨지고 이끼가 낀 채로 그대로 남겨뒀는데, 그 옆으로 새로 지은 유리 파사드가 나란히 붙어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담쟁이덩굴이 담을 타고 올라가며 두 시대의 재료를 자연스럽게 이어준다. 좁은 잔디 마당을 따라 걷다 보면, 낡은 것과 새것이 부딪히지 않고 나란히 놓인 방식이 이 집 전체를 관통하는 태도라는 걸 알 수 있다.

공장 같은 얼굴을 한 확장, 가족의 거실이 되다
뒤뜰 쪽으로 이어지는 단층 확장부에는 거실과 다이닝, 주방이 하나로 트여 있다. 주변 동네에 흔한 창고형 지붕과 근처 기차역의 투박한 재료감에서 영향을 받아 형태와 파사드, 색을 정했다고 한다. 전면을 통유리 슬라이딩 도어로 마감해 정원과 실내 사이에 경계를 거의 두지 않았다. 문을 활짝 열면 콘크리트 바닥으로 마감한 실내가 잔디 마당까지 그대로 이어지는 듯한 느낌을 준다.

톱니 지붕 아래, 콘크리트 아일랜드가 있는 주방
다이닝 공간 한가운데는 짙은 색 철제 테이블과 회색 패브릭 의자가 놓였고, 그 옆으로 콘크리트를 그대로 타설한 아일랜드가 자리 잡았다. 골함석을 마감재로 쓴 벽과 파란색 파이프 모양 조명이 이 공간의 공장 같은 분위기를 만든다. 천장에는 목조 트러스가 그대로 드러나 있어, 매끈한 콘크리트와 거친 목재가 한 공간 안에서 부딪힌다. 이 대비가 오히려 이 집이 노린 가정집 같은 공장이라는 콘셉트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천장에 낸 삼각형 구멍, 옛것과 새것을 층으로 잇다
콘크리트 아일랜드 위쪽 천장에는 삼각형으로 도려낸 구멍이 있다. 이 구멍을 통해 확장부와 기존 집 2층이 시각적으로 이어진다. 뚫린 자리로는 옛집이 쓰던 목재 마룻바닥과 서까래가 그대로 보이고, 그 경계에는 지붕과 같은 파란색으로 칠한 철제 보가 가로지른다. 벽돌과 목재, 철골이라는 서로 다른 세 가지 구조가 이 좁은 개구부 하나에 겹쳐 있는 셈이다.

톱니 지붕이 만드는 빛과 프라이버시
지붕을 톱니 모양으로 낸 이유는 단순히 모양을 내기 위해서가 아니다. 옆집과 인접 주차장 쪽에서 시선이 바로 들어오는 걸 막으면서도, 채광은 최대한 확보하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한다. 실내에서 올려다보면 두 개의 지붕면이 서로 다른 각도로 꺾여 있고, 그 사이로 하늘과 옆집 벽돌 담장이 번갈아 보인다. 전면을 유리로 통째로 채우는 대신 이런 방식을 택한 덕분에, 빛은 넉넉하게 들이면서도 아늑함은 잃지 않았다.

벽돌 기둥은 하얗게, 철골은 파랗게
기존 집의 벽돌 기둥은 허물지 않고 하얗게 칠해 그대로 남겼다. 그 옆으로 새로 세운 철골 보는 짙은 파란색으로 칠해 대비를 분명히 했다. 복도를 따라 걸으면 콘크리트 아일랜드와 골함석 벽, 그 너머 유리문까지 한눈에 들어오는데, 옛 구조와 새 구조가 색으로 확실히 구분되면서도 하나의 공간처럼 읽힌다. 이 파란색은 이후 주방과 욕실 가구, 계단까지 이어지며 집 전체를 관통하는 색이 된다.

정원으로 열리는 유리문, 두 개의 철제 보
거실 앞으로는 전면 유리 슬라이딩 도어를 달아 낮은 벽돌 담장으로 둘러싸인 정원과 곧장 이어지게 했다. 정원 위로는 옛집에서 쓰던 철제 보 두 개를 그대로 남겨뒀는데, 지붕과 같은 파란색으로 칠해 해먹을 매다는 용도로 다시 썼다. 처음 설계안은 빨간색으로 포인트를 주는 안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근처 상점의 브랜드 색과 비슷해 보인다는 이유로 지자체가 색상 변경을 요청했고, 그 결과로 지금의 청회색 톤이 정해졌다는 뒷이야기가 있다. “공장 같은 느낌을 누그러뜨리면서 동네에 더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한 색”이라고 설계팀은 이 변경을 돌아본다.

다락 침실까지 이어지는 파란 색
계단을 타고 다락까지 올라가면 흰색 철제 프레임 침대가 놓인 침실이 나온다. 골함석 지붕 마감은 이 층까지 그대로 이어지고, 발치 쪽으로는 아래층과 같은 파란색으로 칠한 목재 가구가 자리를 잡았다. 벽돌 벽은 흰 페인트로 마감해 아래층의 흰 벽돌과 톤을 맞췄다. 1층에서 시작된 공장 같은 재료감과 색채 조합이 지붕 밑 가장 깊은 방까지 일관되게 이어지는 걸 확인할 수 있는 지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