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니 크래비츠는 파리에 있는 자신의 저택에 어머니 이름을 붙였다. 시트콤 ‘제퍼슨 가족’에서 11년을 연기했던 배우 록시 로커, 은퇴하면 파리에서 살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했지만 끝내 그 꿈을 이루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사람이다. 크래비츠는 어머니가 못다 이룬 꿈을 대신 완성하기로 했고, 그렇게 완성된 1920년대 저택에 ‘Hôtel de Roxie’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가 스스로 “소울풀 엘레강스”라 부르는 이 저택의 인테리어는 우아하되 차갑지 않다. 방마다 어머니를 향한 헌사가 스며 있고, 지미 헨드릭스와 제임스 브라운, 프린스 같은 뮤지션들의 흔적도 곳곳에 흩어져 있다. 방 하나하나를 따라가보면 화려함 뒤에 숨은 설계의 균형이 보인다.
빈 공간이 만드는 무게, 그랜드 살롱
헤링본 마루에 아치형 창문 세 개가 늘어서 있고, 천장에는 구체 모양의 크리스털 샹들리에가 매달려 있다. 벽난로 위에는 조각 형태의 장식이 놓였고, 가구는 오가닉한 형태의 흰색 라운지체어 두 개와 짙은 나무 소재 커피테이블 정도가 전부다. 천장이 높고 공간이 넓을수록 가구를 다 채우기보다 비워두는 용기가 필요한데, 그래야 아치창과 몰딩 같은 건축 자체가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이 방은 정확히 그 원칙을 따랐다. 가구 개수를 최소화한 덕분에 공간의 비례와 채광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다만 가구 자체가 워낙 개성이 강한 형태라 – 유기적으로 휘어진 흰 의자, 뿔처럼 솟은 검은 조각 – 자칫 갤러리처럼 차갑게 느껴질 여지도 있다. 일반적인 거실이라면 이 정도의 절제보다는 러그나 쿠션으로 온기를 한 겹 더했을 법한 지점이다.
무하마드 알리와 마주 앉은 방식
검은 가죽 소파를 사이에 두고 벽 양쪽에 앤디 워홀이 그린 무하마드 알리 초상화 두 점이 걸려 있다. 한쪽은 빨간 글러브를 낀 손을 클로즈업한 그림, 다른 쪽은 노란 배경 위 얼굴 초상이다. 그 사이 벽난로 옆에는 검은 조각 오브제가 놓여 균형을 맞춘다. 대칭 배치는 공간에 안정감을 주는 가장 손쉬운 방법인데, 특히 원색이 강한 작품일수록 양쪽에 나눠 걸면 시선이 자연스럽게 가운데로 모인다.
이 라운지는 그 공식을 정확히 활용했다. 다만 검은 소파와 짙은 나무 바닥이 공간 대부분을 차지하다 보니 무게감이 어두운 쪽으로 쏠린 느낌은 아쉽다. 워홀 작품의 빨강과 노랑이 지금보다 더 튀어 보이려면 바닥이나 러그에 밝은 톤을 살짝 섞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 색이 쏠리면 아무리 좋은 작품도 배경에 묻히기 쉽다.
어머니의 이름을 건 방
어두운 패널로 마감한 벽에는 어머니 록시 로커의 흑백 사진들이 금장 액자에 담겨 걸려 있다. 프레임은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직접 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방 가운데는 베이지 톤 모듈형 소파와 얼룩말 무늬 오토만, 그 위로 크리스털 샹들리에가 늘어져 있다. 추모의 의미를 담은 공간은 자칫 무겁고 가라앉기 쉬운데, 밝은 색 가구를 하나 섞으면 그 무게를 상쇄할 수 있다.
이 방은 어두운 벽과 베이지 소파의 대비로 무겁지 않게 완성됐고, 패턴이 있는 얼룩말 오토만 하나가 단조로움까지 깼다. 다만 벽에 걸린 사진 액자들의 크기와 위치가 조금씩 불규칙한 점은 아쉽다. 추모의 공간일수록 오히려 격자로 나란히 정렬했다면 더 단정하고 힘 있는 인상을 줬을 것 같다.
가죽 부츠와 책이 함께 있는 서재
짙은 에스프레소 톤 원목 패널로 벽을 두르고, 붙박이 책장에는 어머니가 남긴 책들이 빼곡히 꽂혀 있다. 대리석 벽난로 위에는 초상화가 걸렸고, 그 앞에는 러스트 컬러 모듈 소파가 놓였다. 어두운 우드톤 서재는 자칫 답답해 보이기 쉬운데, 창문으로 들어오는 자연광과 러스트처럼 따뜻한 색의 가구 하나면 그 무게를 덜어낼 수 있다.
이 서재는 짙은 벽과 러스트 소파, 큰 창문의 조합으로 그 균형을 잘 잡았다. 책장에 책이 실제로 빼곡히 꽂혀 있다는 점도 이 공간이 전시용이 아니라 실제로 쓰는 방이라는 인상을 준다. 다만 벽난로 위 초상화가 벽과 비슷한 톤이라 눈에 잘 띄지 않는 건 아쉬운 부분이다. 조명 하나만 더 달았어도 이 방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훨씬 부각됐을 것이다.
구조가 침대보다 먼저 보이는 방
타원형으로 곡선을 그리는 벽에 흰색 몰딩이 촘촘히 새겨져 있고, 침대 머리맡에는 금장 거울이, 천장에는 크리스털 샹들리에가 걸렸다. 바닥에는 모로코 러그 두 장을 겹쳐 깔고 양옆에 사이드 조명을 뒀다. 보통 침실은 침대가 시선을 가장 먼저 가져가야 하는데, 이 방은 벽 구조와 몰딩이 워낙 화려해서 건축 자체가 주인공이 되어버렸다.
이런 곡선 벽과 격조 있는 몰딩은 일반 가정에서 그대로 재현하기 어려운, 프랑스 저택 특유의 요소다. 국내 독자라면 통째로 따라 하기보다 러그 두 장을 겹쳐 까는 레이어링 정도만 참고하면 될 부분이다. 다만 침대가 벽의 규모에 비해 다소 작아 보이는 건 아쉬운데, 헤드보드가 있는 형태였다면 존재감이 좀 더 살았을 것 같다.
소유자: Lenny Kravitz(뮤지션)
위치: 프랑스 파리
특징: 1920년대에 지어진 저택, 이름은 ‘Hôtel de Roxie’, 지하는 스피크이지 스타일 클럽으로 개조
제품 정보: 마카사르 흑단 소재 커스텀 스타인웨이 그랜드 피아노, 앤디 워홀의 무하마드 알리 초상화 컬렉션, 크래비츠가 직접 디자인한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 샹들리에
출처: Architectural Digest · 사진: Matthieu Salvai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