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도 커튼을 닫는다? 빛이 없는 생활공간, 취향이 아닌 행태에 대한 영향력

사람은 말과 행동은 어느 정도 관리할 수 있지만 사는 공간은 그렇지 못하다. 물건이 놓인 자리, 커튼의 각도, 손이 자주 닿는 흔적 같은 것들이 그대로 남기 때문이다. 6월 19일 방송된 MBC ‘나 혼자 산다’에서 배우 류혜영의 집이 공개됐다.

선반 위 소품과 대형 곰인형을 배경으로 앉아 인터뷰하는 류혜영

자취 11년 차, 이사한 지 1년 반. 원래 오래된 아파트였는데 직접 손을 봐서 쓰고 있다고 했다. 화이트 벽에 나무색 몰딩을 남기고 컬러 소품을 얹은 집이다. 그런데 인테리어보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게 하나 있다. 이 집은 낮에도 어둡다.

암막 커튼을 친 채 조명만 켜둔 어두운 거실과 원형 테이블
출처: MBC ‘나 혼자 산다’

낮인데 거실이 어둡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생활공간의 밝기다. 바깥은 낮인데 거실은 조명 몇 개로만 버티고 있다. 간접 조명처럼 특정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어두움이 아니다. 조명은 분위기보다 어두운 공간에 최소한의 빛을 주는 장치로 사용하고 있다. 자연 빛 가득한 밖을 막아 놓고 인공의 빛으로만 내부를 채우는 건 그녀의 취향일 수 있으나 이런 취향은 알게 모르게 사람의 감정과 행태에 영향을 미친다.

이 부분에 대해 류혜영은 드라마 이후로 겁이 많아졌고 불안해서 대부분 커튼을 닫고 지낸다고. 그러니까 이건 인테리어 취향이 아니라 생활에서 만들어진 상태다. 다만 공간 입장에서 보면 결과는 분명하다.

빛이 없는 공간은 외부와의 단절 혹 기피를 의미한다. 무서운 바깥 세상을 내가 어둠에 있음으로 지워버리는 것이다. 류혜영은 배우라는 직업 특성상 외부할동이 많아 아주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빛은 차단한 공간에 오래 머물게 되면 심적 불안과 두려움, 단절과 기피의 행태는 더 커지게 된다. 이것이 빛이 생활과 공간에 미치는 영향력이다.

외부 풍경을 막고 싶다면 풍경을 반투명하게 차단하고 빛은 그대로 내부로 들어오게하는 필름 등을 사용해 공간을 밝으면서도 안정감있게 만들 수 있다. 개인 주택이라면 천창을 만들고 외부 풍경을 차단하는 더 다양한 방법을 적용할 수 있겠다.

어둑한 거실을 넓게 잡은 화면과 문 옆에 걸린 소품들
출처: MBC ‘나 혼자 산다’

거실은 밝게, 동굴이 필요하다면 방을 어둡게

모든 사람이게 자신만의 동굴이 필요하다. 나를 숨겨 둘 곳, 나만의 시간을 가질 곳. 그렇다고 내 생활 공간, 내 집 전부를 동굴로 만드는 건 좋은 선택은 아니다. 대신 침실 또는 남는 방을 동굴로 만드는 방법이 있다. 활동 반경을 더 크게 하고 싶다면, 거실을 동굴로 남는 방을 리프레쉬하는 공간으로 활용할 수도 있겠지만 거실은 집의 중심이 되는 공간인 만큼, 다양한 기능을 충실히 행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놓는 것이 좋다. 특히 방문자가 많은 집이라면, 자연광과 외부 풍경을 최대한 흡수할 수 있도록 디자인해 놓는 것이 좋다.

원형 테이블과 패턴 러그, 펜던트 조명이 놓인 거실 전경
출처: MBC ‘나 혼자 산다’

구축의 흔적을 지우지 않았다

밝을 때 찍힌 거실은 인상이 또 다르다. 원형 테이블과 패턴이 강한 러그, 나무색 문틀과 몰딩이 한 화면에 들어온다. 자취 11년 차, 이사한 지 1년 반 됐다는 이 집은 원래 오래된 아파트였고 본인이 직접 고쳤다.

여기서 눈에 띄는 선택은 몰딩을 없애지 않은 것이다. 구축을 손볼 때 가장 흔한 결론은 문틀과 몰딩을 전부 흰색으로 덮는 것인데, 그렇게 하면 깔끔해지는 대신 집의 나이가 사라진다. 나무색을 남기고 벽을 밝게 처리하면 오래된 티가 촌스러움이 아니라 톤이 된다. 실제로 이 거실에서 나무색은 러그와 소품의 색을 받쳐주는 배경 역할을 한다.

구축에서 이 방식을 택할 때 기준은 하나다. 남기는 나무색이 한 계열이어야 한다는 것. 문틀은 짙은 갈색인데 새로 들인 가구는 밝은 오크색이면 둘 다 어중간해진다. 기존 몰딩 색을 먼저 정하고 거기에 가구를 맞추는 순서로 가야 실패가 없다. 반대로 하면 결국 몰딩을 칠하게 된다.

우드 상하부장과 스테인리스 작업대를 짜 넣은 주방
출처: MBC ‘나 혼자 산다’

주방은 스테인리스로, 그렇다면 찬장은 짙은 목재를 추천

주방은 손을 댄 티가 확실히 난다. 기존 우드 상하부장은 그대로 두고 작업대와 수납을 스테인리스로 바꿨다. 류혜영은 직접 치수를 재서 주문해 끼워 넣었다고 했다.

스테인리스는 구축 주방에서 꽤 영리한 재료다. 우선 열과 물에 강해서 오래 쓰는 데 유리하고, 은색이라 나무색 어느 톤과도 크게 싸우지 않는다. 무엇보다 주방 전체를 뜯지 않고 상판과 일부 가구만 바꿔도 인상이 확 달라진다. 전체 리모델링과 부분 교체의 비용 차이는 보통 몇 배다.

스테인리스와 어울리는 주변 재료가 아주 많지는 않다. 인더스트리얼 제품이게 때문에 맥락을 같이하는 고재나, 브릭, 철재 제품으로 함께 꾸미는 것이 좋다. 인더스트리얼 갬성을 만들고 싶었다면, 흰색 타일과 마감보다는 패턴 타일이나, 어두운 계열의 색의 마감재를 사용해, 스테인리스를 독보이게 하는 방식으로 가면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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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더스트리얼 감성의 생활 공간. https://phmkorea.com/304/
주방과 이어진 자리에서 식탁에 앉아 있는 류혜영
출처: MBC ‘나 혼자 산다’

식탁 하나가 여러 일을 한다

주방과 이어진 자리에 식탁이 있다. 화면에는 이 자리에서 밥을 먹는 장면이 나오는데, 다른 컷에서는 같은 테이블에 노트북이 올라와 있다. 먹는 자리와 일하는 자리가 하나로 겹친다.

1인 가구에서 아주 흔한 구조이고, 나쁘다고만 할 것도 아니다. 공간이 한정적일 때 테이블을 두 개 두는 건 사치에 가깝다. 문제는 겹칠 때가 아니라 전환이 안 될 때 생긴다. 노트북과 서류가 상시로 올라가 있으면 식사 때마다 밀어내야 하고, 그 귀찮음이 쌓이면 결국 밥은 다른 데서 먹게 된다.

해결은 가구가 아니라 수납에서 나온다. 테이블 근처에 노트북과 잡동사니를 한 번에 담을 수 있는 바구니나 서랍 하나를 두면 된다. 치우는 동작이 ‘정리’가 아니라 ‘옮겨 담기’ 한 번으로 줄어들면 전환이 실제로 일어난다. 겸용 공간의 성패는 넓이가 아니라 이 한 동작에 달려 있다.

식탁에 노트북을 펼치고 화면을 보는 류혜영
출처: MBC ‘나 혼자 산다’

앉는 자세가 알려주는 것

노트북을 보는 장면에서 자세가 눈에 들어온다. 화면 쪽으로 상체가 기울어 있고 시선은 아래를 향한다. 식탁 의자와 노트북 조합에서 거의 예외 없이 나오는 자세다.

식탁은 밥 먹기 좋은 높이로 만들어졌지 화면을 보기 좋은 높이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노트북을 그냥 올려두면 화면 중심이 눈높이보다 한참 아래로 내려가고, 목이 그만큼 앞으로 나온다. 하루 한두 시간이면 몰라도 매일 반복되면 몸이 먼저 신호를 보낸다.

가장 값싼 해결책은 노트북 아래에 뭔가를 받치는 것이다. 두꺼운 책 서너 권이면 충분하고, 스탠드를 산다면 별도 키보드가 함께 필요하다. 겸용 식탁을 쓰는 집이라면 이 조합을 한 번만 갖춰두면 몇 년을 쓴다. 공간을 넓히는 것보다 높이를 맞추는 게 삶의 질을 더 크게 바꾸는 경우가 많다.

커튼을 조금만 열어 반려식물에게 햇빛을 들이는 모습
출처: MBC ‘나 혼자 산다’

햇빛은 식물 몫만 열어둔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여기다. 커튼을 활짝 걷는 대신, 식물이 있는 만큼만 살짝 열어 빛을 들인다. 방송에서도 ‘햇빛도 딱 재가 받을 만큼만 여네’라는 반응이 나왔다. 1년째 키우는 반려식물에게 매일 말을 건다고 한다.

이 한 컷에 이 집의 규칙이 다 들어 있다. 빛을 싫어하는 게 아니라 노출을 부담스러워하는 것이고, 그래서 필요한 만큼만 여는 방식으로 타협했다는 뜻이다. 공간은 이렇게 사람의 사정을 그대로 기록한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려면 창을 세로로 나눠 쓰는 방법이 있다. 창 전체를 덮는 커튼 한 장 대신 폭이 좁은 커튼 두 장으로 나누면, 한쪽만 열어도 어색하지 않고 빛의 양을 조절하기 쉽다. 창 아래쪽만 가리는 카페 커튼도 시선은 막고 빛은 통과시키는 구조라 이런 집에 잘 맞는다. 식물이 놓인 자리를 창가 한 곳으로 모아두면 ‘식물 때문에 여는 커튼’이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벽에 붙인 달력 옆에서 잎이 긴 반려식물을 살피는 류혜영
출처: MBC ‘나 혼자 산다’

벽에 종이 달력을 붙이는 사람

벽에는 종이 달력이 붙어 있고, 그 옆에 잎이 길게 늘어진 화분이 서 있다. 요즘 기준으로 보면 달력을 벽에 붙이는 건 드문 습관이다. 일정은 대부분 휴대폰에 있으니까.

그런데 벽에 붙은 달력은 일정 관리 도구라기보다 공간의 기준선에 가깝다. 흰 벽 한가운데 사각형이 하나 생기면 그 주변으로 물건들이 정렬되기 시작한다. 실제로 이 벽도 달력을 중심으로 화분과 소품 위치가 잡혀 있다.

빈 벽이 어색해서 뭔가 걸고 싶을 때, 액자를 여러 개 사기 전에 이런 사각형 하나를 먼저 두는 편이 낫다. 달력이든 큰 포스터든 상관없다. 기준이 생긴 다음에 물건을 붙이면 배치가 저절로 정리되고, 기준 없이 하나씩 붙이면 나중에 다시 떼게 된다.

선반과 캔버스가 놓인 자리에서 화분을 손질하는 류혜영
출처: MBC ‘나 혼자 산다’

화분 옆은 빛을 원한다

화분을 손질하는 자리 뒤로 선반과 캔버스, 정리되지 않은 물건들이 함께 잡힌다. 완벽하게 세팅된 코너가 아니라 실제로 뭔가를 하는 자리라는 게 화면에 그대로 남아 있다.

이런 자리는 사진으로는 어수선해 보여도 집에서는 가장 중요한 공간이다. 취미가 살아 있는 집에는 반드시 이런 ‘작업이 벌어지는 구역’이 있고, 그게 없으면 취미는 오래 못 간다. 물건을 매번 꺼냈다 넣어야 하는 취미는 결국 안 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자리는 치우는 게 아니라 경계를 만들어주는 쪽이 맞다. 바닥에 러그를 한 장 깔거나 선반 한 칸을 통째로 비워 ‘여기까지가 작업 구역’이라고 정해두면, 어수선함이 방 전체로 번지지 않으면서 작업은 계속된다. 정리의 목적은 물건을 없애는 게 아니라 물건이 있어도 되는 자리를 정하는 것이다.

불을 켜지 않은 침실 침대에 누워 아침을 맞는 류혜영
출처: MBC ‘나 혼자 산다’

침실도 같은 규칙을 따른다

침대에 누워 아침을 맞는 장면에서도 방은 어둡다. 조명을 켜지 않았고 창에서 들어오는 빛도 거의 없다. 거실에서 본 규칙이 침실에도 그대로 적용돼 있다.

침실이 어두운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잠자는 공간은 어두울수록 좋다. 문제는 아침에도 어두울 때 생긴다. 우리 몸은 눈으로 들어오는 빛으로 하루의 시작을 인식하는데, 그 신호가 없으면 일어나는 시간이 계속 뒤로 밀린다. 방송에서도 누운 채 한참 콘텐츠를 보는 장면이 나온다.

커튼을 걷기 어렵다면 조명으로 대신할 수 있다. 알람 시간에 맞춰 서서히 밝아지는 조명이나, 스마트 플러그에 물린 스탠드 하나면 충분하다. 침대에서 손이 닿는 자리에 스위치를 두는 것도 방법이다. 아침에 빛을 만드는 동작이 ‘일어나서 창가까지 걸어가기’인 집과 ‘손 뻗어 누르기’인 집은 기상 시간이 다르다.

쿠션과 인형이 놓인 소파 앞에서 이야기하는 류혜영
출처: MBC ‘나 혼자 산다’

쿠션과 인형이 쌓이는 자리

소파 쪽은 색이 가장 많은 구역이다. 주황과 파랑 쿠션, 곰인형 여러 개, 뒤쪽 벽에는 알록달록한 장식이 걸려 있다. 앞서 본 차분한 거실과 같은 집이 맞나 싶을 만큼 톤이 다르다.

이런 대비 자체는 흠이 아니다. 집 전체를 한 톤으로 맞추면 사진은 잘 나오지만 사는 재미는 줄어든다. 다만 색이 강한 물건이 한 자리에 모이면 그 구역만 시각적으로 무거워지고, 결과적으로 방의 중심이 그쪽으로 끌려간다.

정리하고 싶다면 개수를 줄이기보다 색의 가짓수를 줄이는 게 빠르다. 쿠션이 다섯 개라도 색이 두 가지면 정돈돼 보이고, 세 개라도 색이 세 가지면 산만하다. 인형처럼 색을 고를 수 없는 물건은 뒤쪽 벽이나 선반을 무채색으로 비워주면 앞의 색이 자연스럽게 정리된다. 좋아하는 걸 버릴 필요는 없다. 배경만 조용해지면 된다.

거주자: 류혜영(배우)
집: 구축 아파트, 직접 수리해 거주 중(입주 1년 반)
특징: 기존 우드 몰딩을 살린 화이트 베이스, 직접 치수를 재 넣은 스테인리스 주방 작업대, 암막 커튼과 다등 조명, 1년째 키우는 반려식물
출처: MBC ‘나 혼자 산다’ 652회(2026년 6월 19일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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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나
김예나
인테리어와 공간에 대한 모든 것! 집을 사랑하고, 공간을 사랑하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Think out side of the box. It makes your world bigger! 호주 퍼스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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