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도 가구도 콘크리트에 통째로 부어버렸다, Nakano House

Nakano House 외관, 도쿄 나카노 상점가 골목에 들어선 콘크리트 3층 주택

도쿄 나카노. 상점가가 다닥다닥 붙어 있고 골목 하나 사이로 국숫집과 편의점이 이어지는 동네다. 이 번잡한 동네 한복판, 겨우 24제곱미터짜리 땅에 3층짜리 집 하나가 들어섰다. 건축사무소 Suzuko Yamada Architects가 설계한 Nakano House다.

건축주 부부가 건넨 요구사항은 단출했다. “살 수 있는 껍데기 하나, 그리고 고양이 두 마리가 뛰어놀 공간.” 나머지는 살면서 채워가면 된다고 했다. 방 개수도 가구 배치도 정해주지 않은 이례적인 브리프였던 셈이다. 건축가는 이 여백을 콘크리트라는 재료 하나로 채웠다.

도쿄 나카노 지역 골목에 자리한 Nakano House 파사드
© Kei Sasaki

도시의 밀도를 옮겨온 매스

좁은 땅에 집을 앉히는 방법은 여러 가지지만, Suzuko Yamada Architects가 택한 건 나카노의 골목 풍경을 그대로 축소해 담는 쪽이었다. 도쿄 시내는 크고 작은 건물이 빈틈없이 맞붙어 있고, 그 사이사이 좁은 골목에 포장마차나 작은 공원이 끼어 있다. 어수선해 보이지만 이상하게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스케일이다. 설계팀은 이런 감각을 집 안으로 옮겨오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Nakano House의 외피는 군더더기 없이 단단하지만, 그 안쪽은 골목처럼 겹겹이 얽혀 있다.

노출 콘크리트로 마감된 Nakano House 내부, 벽과 계단이 하나로 이어진다
© Naoki Takehisa

벽도 계단도 가구도, 콘크리트 하나로

이 집의 가장 큰 특징은 구조와 마감이 따로 놀지 않는다는 점이다. 벽, 계단, 심지어 붙박이 가구까지 전부 하나의 콘크리트 덩어리로 타설했다. 설계팀은 계단과 가구, 벽을 하나로 통합된 콘크리트 구조로 만들기로 했다고 설명한다. 방을 나누는 대신 공간이 서로 겹치고 흘러가도록 놔뒀다는 것이다. 그 결과 집 전체가 하나의 동굴 같은 덩어리로 읽힌다 — 실제로 설계팀 스스로도 “케이브 같은 공간”이라는 표현을 쓴다.

고양이 통로가 함께 있는 나선형 계단, Nakano House
© Kei Sasaki

고양이가 다니는 나선 계단

집의 중심에는 나선형 계단이 있다. 그냥 오르내리는 통로가 아니라, 고양이 두 마리를 위한 캣워크가 나란히 붙어 있는 구조다. 계단 옆으로는 자잘한 니치가 파여 있어 책상이 되기도 하고 소파 자리가 되기도 한다. 공간이 좁아 보이지 않으면서 집에 필요한 기능은 다 담아야 했다는 게 설계팀이 밝힌 고민이다. 실제로 계단 하나가 동선이자 가구이자 고양이 놀이터 역할까지 겸하는 셈이다.

옥상 테라스로 이어지는 Nakano House의 다락 공간
© Naoki Takehisa

다락까지 이어지는 수직 동선

Nakano House는 3개 층으로 나뉘어 있지만, 층과 층 사이가 명확하게 끊기지 않는다. 스플릿 플로어에 가까운 구성이라 빛과 공기, 그리고 고양이들이 위아래로 자유롭게 오간다. 1층에는 오픈형 주방과 다이닝이 자리하고, 그 위로 욕실과 침실이 붙는다. 맨 꼭대기엔 다락이 있고, 여기서 옥상 테라스로 바로 연결된다. 좁은 대지에서 이런 수직 동선을 확보할 수 있었던 건 결국 콘크리트 구조 자체가 계단이자 바닥이자 벽이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벽과 가구가 하나의 콘크리트 구조로 캐스팅된 Nakano House 실내
© Naoki Takehisa

방을 나누지 않은 이유

전통적인 일본 주택이라면 방마다 용도를 딱 정해두고 미닫이문으로 나누는 게 보통이다. 이 집은 정반대로 갔다. 설계팀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공간을 나누지 않고, 모든 게 연결되고 흘러가는 동굴 같은 공간을 만들었다고 말한다. 벽 하나 세우지 않았다고 하면 좁아 보일 것 같지만, 오히려 겹겹이 포개진 니치들이 아늑한 구석을 여럿 만들어낸다. 24제곱미터라는 숫자만 보면 옹색할 법한데, 실제로는 시선이 계속 다른 공간으로 흘러가면서 오히려 넓어 보이는 효과를 낸다.

Nakano House의 오픈플랜 주방과 다이닝 공간
© Naoki Takehisa

재질에 표정을 준 콘크리트

콘크리트를 고른 이유는 단순했다. 지진이 잦은 도쿄에서 내진성이 좋고, 화재에도 강하기 때문이다. 다만 노출 콘크리트를 그대로 두면 자칫 차갑고 밋밋해 보일 위험이 있다. 설계팀은 이를 피하려고 부위마다 질감을 다르게 처리했다. 예를 들어 화장실 배관이 지나가는 샤프트 부분은 물결무늬로 마감해, 같은 재료를 쓰면서도 공간마다 다른 표정을 만들어냈다는 설명이다.

층과 층 사이가 스플릿 플로어로 연결된 Nakano House 내부
© Kei Sasaki

가족과 고양이를 위한 스케일

결국 이 집이 풀어야 했던 문제는 하나였다. 좁은 땅에서 부부와 아이, 고양이 두 마리가 다 같이 편하게 지낼 방법을 찾는 것. Nakano House는 방을 나누는 대신 콘크리트 하나로 모든 걸 통합해 그 답을 냈다. 벽이자 계단이자 가구인 구조 덕분에 가구를 따로 들이지 않아도 되고, 청소나 유지관리도 한결 단순해진다. 좁은 땅이라는 제약을 피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설계의 논리로 삼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건축사무소: Suzuko Yamada Architects
위치: Nakano, Tokyo, Japan
면적: 24㎡ (대지면적)
자재: 콘크리트
분류: 단독주택
사진: Kei Sasaki, Naoki Takehi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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