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들 방을 헐어 온실로 만들었다, Omloop Farmhouse

Omloop Farmhouse 외관, 벨기에 로스달의 옛 플레미시 농가주택을 개조했다

1990년대, Marc와 Ann 부부는 벨기에 Pajottenland 지역에 ‘완성형 팜하우스’로 팔리던 집 한 채를 샀다. 두 딸이 그 집에서 자랐고, 부부는 각자 사회복지 분야에서 일하며 오랫동안 그 집을 지켰다. 세월이 흐르고 아이들이 독립한 지금, 부부는 이 집에서 나이 들어가고 싶어졌다. 다만 언덕진 지형 탓에 어느샌가 집과 자연 사이의 연결이 끊겨 있었다.

부부는 hé! architectuur에 리모델링을 맡기며 딱 하나를 부탁했다. 다시 자연과 이어지는 집, 그리고 화덕 하나를 중심으로 삼는 열린 구조. 언뜻 평범해 보이는 이 요청 뒤에는 벨기에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기성품 팜하우스’를 어떻게 다시 살릴 것인가라는, 건축가에게는 꽤나 흥미로운 숙제가 숨어 있었다.

Omloop Farmhouse 정원에서 바라본 주택 외관
© Tim Van de Velde

평범한 팜하우스, 그래서 흥미로운 질문

얼핏 보면 이런 집을 고치는 일이 대단한 도전처럼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벨기에 시골 어디서나 마주치는 ‘페르메트(fermette)’ 양식의 이 집들은 요즘 에너지 기준에도 못 미치고, 건축적으로 딱히 값어치를 인정받지도 못하는 부류다. 하지만 hé! architectuur는 오히려 여기서 질문을 던졌다. 이런 흔한 주택 유형에 미래가 있다면, 그건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Omloop Farmhouse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짓는 과정에서 나왔다.

Omloop Farmhouse의 마당과 정원, 다짐 흙벽으로 둘러싸인 윈터가든
© Tim Van de Velde

딸들의 방이 온실이 되다

설계팀은 먼저 집의 기존 구성과 주변 환경과의 단절부터 뜯어봤다. 그리고 전통적인 방 배치를 과감히 ‘잘라내는’ 방식을 택했다. 두 딸이 쓰던 방은 이제 없다. 그 자리엔 두툼한 다짐 흙벽으로 한쪽이 막힌 윈터가든이 들어섰다. 이 흙벽은 단순한 칸막이가 아니라 열을 저장하는 축열체 역할까지 겸한다 — 추운 날엔 햇빛이 벽을 데워 실내로 열을 내보내고, 더운 날엔 반대로 벽이 열기를 흡수해 공간을 식힌다.

Omloop Farmhouse의 다이닝 공간, 목재 가구와 다짐 흙벽
© Tim Van de Velde

복도와 서재가 거실이 되기까지

예전엔 복도와 서재로 나뉘어 있던 공간이 지금은 하나의 거실로 펼쳐지고, 그대로 윈터가든과 이어진다. 벽을 걷어내자 동선이 자연스럽게 뚫렸고, 방과 방 사이를 오가던 좁은 통로가 머무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밥을 먹거나 손님을 맞는 자리도 이 흐름 안에 자연스럽게 놓였다. 굳이 방을 새로 늘리지 않고도 집이 훨씬 넉넉해진 셈이다.

Omloop Farmhouse 내부, 목재 보와 조명이 어우러진 거실
© Tim Van de Velde

화덕이 중심을 잡는 집

한때 쓸데없이 넓기만 했던 현관홀은 이제 화덕을 둘러싼 아늑한 좌식 공간으로 바뀌었다. 낡은 기름보일러를 걷어내고 그 자리에 들인 이 화덕이 지금은 집 전체 난방을 책임진다. 불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는 구조는 옛 시골집의 정서를 닮았지만, 실제로 작동하는 방식은 훨씬 효율적인 현대식 난방 시스템에 가깝다. 상징과 기능을 동시에 챙긴 선택이다.

Omloop Farmhouse의 개방형 실내, 예전 창고를 개조한 공간
© Tim Van de Velde

차고는 현관으로, 흰 벽은 붉은 흙으로

예전에 차를 대던 차고는 이제 집으로 들어서는 새 현관이 됐다. 동선을 바꾸는 것만으로 집을 대하는 첫인상이 완전히 달라진 셈이다. 벽 마감도 손을 봤다. 밋밋했던 흰 벽 대신 붉은 기가 도는 흙 플라스터를 발라, 차갑던 인테리어에 온기를 불어넣었다. 재료 하나 바꾼 것치고는 집 전체 분위기에 미치는 영향이 꽤 크다.

Omloop Farmhouse의 계단, 유리와 목재로 마감된 디테일
© Tim Van de Velde

평생 살 집을 위한 1층 배치

부부가 이 집에서 오래 나이 들어가려면 계단을 오르내리지 않고도 생활이 가능해야 했다. 그래서 1층에 넉넉한 크기의 침실과 작지만 알찬 욕실을 새로 마련했다. 위층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일상의 핵심 동선은 전부 지상층에서 끝나도록 설계했다. 리모델링 과정에는 가족과 친구들의 손길도 여럿 보태졌다고 한다 — 오래 산 집을 고치는 일이 결국 관계를 다시 다지는 과정이기도 했던 셈이다.

Omloop Farmhouse 실내, 흙벽과 목재가 어우러진 거실 공간
© Tim Van de Velde

흔한 집을 다시 짓는 방법

Omloop Farmhouse는 완전히 새로 지은 집이 아니다. 이미 있던 뼈대를 밀도 있게 다듬고, 방을 덜어내는 대신 흐름을 늘리는 쪽을 택했을 뿐이다. 342제곱미터라는 면적은 그대로지만, 두 사람이 실제로 쓰는 공간은 훨씬 촘촘하고 정돈됐다. 어디에나 있을 법한 팜하우스 한 채가 이렇게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걸, 이 집이 담담하게 보여준다.

건축사무소: hé! architectuur
위치: Roosdaal, Belgium
면적: 342㎡
준공연도: 2023
자재: 다짐 흙벽, 목재, 콘크리트, 흙 플라스터
분류: 단독주택 리노베이션
사진: Tim Van de Vel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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