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디슨 애비뉴의 브루탈리즘, 다시 문을 열다
브로이어가 1960년대 그린 원안은 도로에 바짝 붙은 육중한 콘크리트 매스와 좁아지는 창문, 거리 위로 돌출된 캔틸레버 구조가 특징이었다. 당시에도 논쟁적이었던 이 형태는 반세기 넘게 뉴욕 미술계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Herzog & de Meuron은 이번 개조에서 외부 조명을 손봐 밤이 되면 매디슨 애비뉴 위로 건물이 다시 극적으로 떠오르도록 했다. 미술관이던 시절보다 오히려 존재감이 또렷해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박물관에서 경매장으로, 용도만 바뀐 건물
소더비가 이 건물을 고른 이유는 단순하다. 경매, 프리뷰, 전시라는 소더비의 업무가 원래 미술관 건물의 동선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세부적으로는 손볼 곳이 많았다. 사무 공간으로 쓰이던 층은 다시 전시장 평면으로 되돌리고, 접근성과 공간 활용도를 높이는 개입이 곳곳에 더해졌다. 조명과 온도·습도 제어 시스템도 미술품 보존 기준에 맞춰 최신 사양으로 전면 교체했다.
그대로 남은 로비, 블루스톤 바닥과 코퍼드 천장
브로이어 원안의 상징과도 같은 블루스톤 바닥, 격자무늬 콘크리트 코퍼드 천장은 리모델링 이후에도 그대로 남았다. 로비에 놓인 가구와 마감재 역시 브로이어 시절의 디테일을 최대한 참고해 다시 제작했다. Herzog & de Meuron 측은 발견한 모든 공간을 건축적·프로그램적 가치 기준으로 다시 검토했다고 설명한다. 결과적으로 로비는 완전히 새로 만든 공간이라기보다, 원래 있던 걸 조심스레 닦아낸 느낌에 가깝다.
이 건물의 서명, 조각 같은 계단
브로이어 빌딩에서 가장 사진이 많이 찍히는 요소를 꼽자면 단연 조각적인 형태의 계단이다. 층과 층 사이를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이 계단은 원안에서부터 건물의 동선이자 하나의 조형물 역할을 동시에 해왔다. 이번 개조에서도 계단의 형태와 재료는 손대지 않았다. 대신 조명 위치를 미세하게 조정해 계단의 입체감이 더 잘 드러나도록 했다.
경매장으로도 변신하는 2층 갤러리
2층 갤러리는 이번 리모델링에서 가장 실용적인 개입이 이뤄진 공간이다. 평소에는 전시장으로 쓰이다가도, 필요하면 벽과 가구 배치를 바꿔 경매가 진행되는 세일즈룸으로 순식간에 전환된다. 강연이나 행사 공간으로도 쓸 수 있게 설계됐다. 하나의 공간에 여러 기능을 욱여넣기보다, 필요할 때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방식을 택한 셈이다.
토크와 이벤트까지 소화하는 유연한 공간
소더비의 사업 구조 특성상 이 건물은 미술품을 사고파는 곳인 동시에 강연, 프리뷰, 사교 행사가 끊이지 않는 공간이기도 하다. 설계팀은 가벽과 조명 시스템을 유연하게 구성해 하루에도 몇 번씩 용도를 바꿀 수 있도록 했다. 음향 컨설팅을 맡은 Eligator Acoustics Associates의 역할도 이 지점에서 컸다. 전시장 특유의 정적인 울림과, 행사장에 필요한 또렷한 음향 사이 균형을 맞추는 작업이었다.
조명 하나로 되살린 극장적 존재감
Tillotson Design Associates가 맡은 조명 설계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가장 눈에 띄지 않으면서도 가장 많이 바뀐 부분이다. 미술관 시절의 균일하고 절제된 조명 대신, 공간마다 성격에 맞춰 명암 차를 준 조명 계획이 새로 들어갔다. 계단실과 로비, 갤러리마다 빛의 온도와 밝기가 미묘하게 다르다. 낮에는 무심한 듯 자연스럽고, 밤이 되면 극장 조명처럼 건물 전체가 은은하게 떠오른다.
디테일에 남은 헤르조그 & 드 뫼롱의 손길
큼직한 개입보다 작은 디테일에서 이번 리모델링의 태도가 더 잘 읽힌다. 손잡이, 몰딩, 바닥과 벽이 만나는 마감선 하나까지 브로이어 시절 도면을 참고해 다시 그렸다. 구조 엔지니어링을 맡은 Silman Structural Solutions과 지반 컨설팅을 맡은 Langan Engineering도 오래된 건물의 골조를 다치지 않는 선에서 현대적 기준을 충족시키는 데 공을 들였다. 티 나지 않는 곳에 가장 많은 공이 들어간 셈이다.
레스토랑까지 채울 다음 챕터
소더비는 이 건물에 Roman and Williams와 협업한 파인다이닝 레스토랑도 새로 들일 계획이다. 오픈은 다가오는 봄으로 예정돼 있다. 경매장이자 전시장, 여기에 레스토랑까지 더해지면 브로이어 빌딩은 미술관이던 시절보다 훨씬 다양한 방식으로 매디슨 애비뉴를 채우게 된다. 하루 종일 사람이 드나드는 건물로 바뀌는 셈이다.
가장 강력한 개입은 보이지 않는 것
Herzog & de Meuron의 공동 창립자 Jacques Herzog는 이번 프로젝트를 두고 역설적으로 이 건물에 대한 가장 강력한 건축적 기여는 거의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마치 모든 게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것, 그것이 이번 개조의 진짜 목표였다는 뜻이다. 브로이어가 그려낸 원형의 아름다움은 새 용도 안에서도 그대로 빛나고, 그 덕에 이 건물은 다음 세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랜드마크로 남게 됐다.ArchitectsHerzog & de Meuron, PBDW Architects
PhotosStefan Ruiz, Max Touhey, Courtesy of Sotheby's
CategoryOffice
CountryUS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