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 현장의 법은 아직 1990년대에 머물러 있다

건물을 짓는 법은 촘촘하다. 반면 건물을 허무는 법은 헐겁다. 해체공사가 사고로 이어질 때마다 나오는 이야기지만, 좀처럼 바뀌지 않았다.

지난 20일 국회박물관 2층 회의실에서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해체공사 현장의 구조적 위험과 관리체계의 공백을 진단하고, 입법과 제도 설계의 기준점을 마련하자는 취지였다.

해체산업 고도화 국회 정책토론회
사진: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붕괴 징후는 있었다, 대응이 없었을 뿐

박두용 전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이사장은 붕괴 징후를 감지한 뒤의 대응체계가 부재하거나 부실했다고 짚었다. “국가위기관리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며, 해체 대상 구조물의 데이터를 모으고 관리하는 지식관리시스템 구축을 제안했다.

이석종 한국기술사회 토목구조분회 부회장은 더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인공 구조물마다 적용되는 개별법이 제각각이라 명확한 규제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법은 아직 ‘단순 철거’ 수준에 머물러 있다

최영화 대한전문건설협회 구조물해체·비계공사업협의회 회장은 해체공사가 여전히 ‘기타 구조물의 설치 및 해체공사’라는 이름으로 뭉뚱그려져 있다고 지적하며, 조문 개정과 ‘해체공사업법’ 제정을 제안했다.

안상로 한국재난안전정책연구원 원장의 발언은 더 직설적이었다. 고난도 토목 시설 해체를 통제할 전용 법망이 없다며, “제도는 1990년대 단순 철거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14년 ‘철거공사업’을 신설한 일본 사례를 벤치마킹할 것을 제안했다.

토론에서는 실무적인 제안도 이어졌다. 김의중 대한건축사협회 전 부회장은 감리의 독립성 확보를, 김환주 대한전문건설협회 경영정책본부장은 중복된 시공자 서류의 통합·간소화를 제시했다. 송태협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디지털 해체 계획서와 상시 안전 모니터링 기술 도입을 언급했고, 오상근 한국건설안전환경실천연합 수석회장은 ‘해체산업법(가칭)’ 제정 추진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모승언 한국건축물해체기술연구원 기술위원장은 건축물뿐 아니라 토목시설물과 산업플랜트까지 아우르는 공통 안전기준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날 나온 제안들은 결이 조금씩 다르지만 방향은 같다. 지금의 법과 제도로는 해체 현장의 위험을 따라잡지 못한다는 것이다. 발의로 이어질지, 이번에도 토론에 그칠지는 지켜볼 일이다.


이 기사는 아래 원문 보도를 참고해 PHM ZINE이 새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사진과 자세한 내용은 원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출처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 해체산업 고도화 위한 국회 정책토론회

더 볼만한 기사

댓글 남기기

댓글 내용을 입력해 주세요
이름을 입력해 주세요

추천 기사

이런 층간 구조 활용 주택은 처음. 각 층을 하나의 룸처럼 쓰는 5층 같은 3층 캐나다 주택

70년대에 세워진 건물이다. Jill Kantelberg 라는 디자이너가 리노베이션을 통해 지금의...
01:00:11

건축술사 Episode 4(풀버전) – 학교 그리고 지역 도서관, 지역 카페가 어떻게 우리 사회를 바꾸나

들어두면 쓸모있는 신기하고 잡다한 건축 토크쇼 '건축술사' 네...

욕실, 아직도 화장실로 착각하고 있나요? 제 2의 충전 공간 욕실 이해하기와 서양 사례

국내 욕실하면 하얀색 사각 타일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다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