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재건축 현장에서 가장 자주 들리는 불만은 “언제 끝나느냐”다. 같은 서류를 내도 구청마다 요구하는 것이 다르고, 법에 기한이 없는 구간은 담당 부서 사정에 따라 몇 달씩 늘어지기도 한다. 서울시가 이 편차를 줄이는 정비사업 인허가 표준화에 나섰다.

서울시는 10월 27일 ‘정비사업 업무 처리기준 표준화 추진계획’을 수립해 관련 부서와 25개 자치구에 전파하고 현장에 즉시 적용한다고 밝혔다. 자치구마다 달랐던 업무처리 기준을 하나로 맞추고, 법정 처리기한이 없어 지연되던 절차에 명확한 시한을 두는 것이 골자다.
법정 기한이 없던 구간에 ‘30일’을 붙였다
계기는 사업시행자 지정이다. 이 절차에는 법정 처리기한이 없어 ‘창신 9구역’ 등에서 지정 절차가 수개월씩 임의로 늦춰진 사례가 있었다는 것이 서울시 설명이다. 서울시는 조합설립인가의 처리기한인 30일을 기준으로 삼아 공공시행자와 지정개발자(신탁업자 등) 지정 업무에도 ‘30일 이내’ 처리 기준을 새로 적용한다.
한발 더 나아가 10월 26일에는 국토교통부에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등 관련 법령에 30일 처리기한을 명문화해 달라고 공식 건의했다. 서울시 내부 지침에 그치지 않고 법 개정으로 못 박겠다는 뜻이다.
관계기관 협의 10일, 보완 요구는 최대 2회
관계기관 협의 기한은 10일로 통일된다. 1회에 한해 5일 연장할 수 있고, 기한 안에 회신이나 연장 요청이 없으면 ‘의견 없음(원안 동의)’으로 보고 후속 절차를 진행하는 간주협의제를 적극 적용한다. 사전검토나 대면보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신청 접수를 미루거나 거부하는 행위도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보완 요구에도 제한이 걸린다. 보완 기간은 10일 이내, 횟수는 최대 2회다. 1차 보완은 협의 기간이 끝났을 때 취합된 관계기관 의견을 일괄 통보하는 방식이며, 검토 누락에 따른 추가 보완 요구는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2차 보완은 1차 보완 서류에 미비점이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진행한다.
의견이 엇갈리면 이견 조정회의
부서나 상위기관 사이에 의견이 엇갈려 협의가 10일 이상 길어지면, 자치구 또는 서울시의 ‘공정촉진책임관’이 주재하는 ‘정비사업 이견 조정회의’를 즉시 소집해야 한다. 표준 처리기준은 방침 수립 후 바로 시행되고, 시행 전에 접수된 사업도 자치구가 희망하거나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적용할 수 있다.

서울시 명노준 주택실장은 이번 표준화로 자치구별 행정 편차를 줄이고 예측 가능한 정비사업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불필요한 행정 지연 요소를 계속 발굴해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정비사업은 기간이 길어질수록 사업비에 붙는 금융비용도 함께 불어나는 구조다. 앞서 소개한 〈재건축 공사비 갈등, 서울시가 직접 나선다 — 공사비120센터 개소〉에서 공사비 분쟁 조정에 나선 서울시가, 이번에는 인허가 단계의 시간표까지 손대기 시작한 셈이다. 다만 이번 기준은 법령에 규정된 기한이 아니라 서울시가 정한 처리기준이다. 30일 처리기한이 법에 들어가느냐가 다음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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